1992년에 발표된 영국 얼터너티브 록 밴드 라디오헤드(Radiohead)의 데뷔 싱글이자, 세계적인 인기곡이 된 ‘Creep’은 어떤 면에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곡이다. 처음에 이 곡은 차트에서 별로 인기가 없었지만, 그들의 데뷔 앨범 <Pablo Honey>(1993)에 수록되면서 뒤늦게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 곡은 밴드의 보컬 톰 요크(Thom Yorke)가 대학시절 쫓아다니던 여성을 생각하면서 작곡하였다고 알려졌다.

데뷔 초기 ‘Creep’을 연주하는 라디오헤드(1994)

하지만 그들은 팬들이 공연에서 이 노래에만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 싫어 공연 레퍼토리에 잘 넣지 않았다. 이들의 최대 히트곡이었지만 1990년대 중후반에 이르러서는 공연장에서 이 노래를 듣는 것이 극히 어려운 일이 되었다. 그런데 이 곡은 곧 홀리스(The Hollies)의 1974년 히트곡 ‘The Air that I Breathe’를 표절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게 된다. 영국의 작곡 콤비 앨버트 하몬드(Albert Hammond)와 마이크 해즐우드(Mike Hazzlewood)의 곡으로, 영국 음악차트 2위, 미국 차트 6위까지 오른 곡이다. 라디오헤드는 표절 의도는 없었으나 유사성을 인정하고, 두 사람을 ‘Creep’의 공동 크레딧으로 표기하기로 하면서 논란을 일단락되었다.

홀리스의 ‘The Air that I Breathe’(1974)

지난해 8월부터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라나 델 레이(Lana Del Rey)의 다섯 번째 앨범 <Lust for Life>(2017)에 수록한 ‘Get Free’가 ‘Creep’을 표절하였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라나 델 레이는 표절했음을 부인하였지만 ‘Creep’과의 유사성을 인정하고 라디오헤드의 법정 대리인과 로열티 수입의 40%를 지급하는 방안으로 타협을 시도했다. 하지만 라디오헤드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100% 전액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하였으며, 이제 법정에서 표절 여부를 가리게 되었다.

<Lust for Life> 커버

대중음악의 역사가 1백 년을 넘어가면서 표절 논란은 매해 반복된다. 정말이지 우연히 비슷한 멜로디가 떠오른 건지, 무의식적으로 영감을 받은 결과인지, 혹은 의도적인 표절인지 판가름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아래 곡을 들으면서 직접 판단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라나 델 레이 ‘Get F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