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꾼>

Night Watcherㅣ2015ㅣ감독 노도연ㅣ출연 오태경, 차지원, 김병석ㅣ12분

종합설비센터에서 일하는 ‘태식’(오태경)은 자신의 가게 맞은편에 위치한 약국의 약사를 관찰한다. 대낮부터 약국을 기웃거리던 수상한 남자가 퇴근하는 약사를 쫓아가는 것을 목격한 태식은 그녀가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을 직감하고 따라나서지만 오히려 자신이 스토커로 오해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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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은 장편의 전 단계도 아니고, 장편의 이야기를 압축한 버전도 아니다. 단편의 매력은 짧은 것이다. 제한된 시간 안에 사람들의 가슴에 단번에 꽂힐 만큼 강렬한 메시지를 담아내는 것은 단편의 소중한 가치다. 그런 점에서 단편영화 <야경꾼>은 의심할 여지 없이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 여러 의문과 이야깃거리를 던져주는 다층적인 접근과 공간에 맞게 줌인, 줌아웃을 적절히 교차하고 부감샷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카메라 워크, 범죄 현장을 직접 묘사하지 않는 여러 장점이 합쳐져 군더더기 없는 작품이 탄생했다. 무엇보다 영화의 가장 관건적인 순간에 등장해 관객의 허를 찌르는 긴장감 있는 사운드가 스릴러 장르의 묘미를 배가한다.

낯선 이의 친절함 뒤에 숨은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들이 순수한 호의가 흔치 않은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영화를 연출한 노도연 감독은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상황에서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어떻게 뜻밖의 결과를 초래하는지 표현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전작인 <인형>(2014)에서도 그랬듯, 감독은 이야기가 끝나는 것으로 마무리 짓지 않고 결말에 해결할 수 없는 궁금증을 하나 남긴다. 그렇게 관객들은 태식의 께름칙한 미소 너머로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생각을 멈출 수 없게 된다. 2015년 미장센단편영화제 공식경쟁선정 부문에 올랐으며, 2016년 ‘12Months Film Festival(12MFF)’에 초청 상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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