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deo killed the radio star? MTV 시대에는 그랬는지 몰라도, 유튜브 시대의 모든 뮤지션들에게 영상은 중요한 홍보 수단이자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예술적 비전을 펼칠 수 있는 또 하나의 매체다. 영화배우에게도 뮤직비디오 출연은 매력적인 제안인 듯하다. 무엇보다 매우 신나 보인다!

 

엠마 스톤
in 윌 버틀러 ‘ANNA’ 

영화 <라라랜드>의 주인공 엠마 스톤. 영화 속에서 왈츠, 탭댄스를 아름답게 소화해낸 그가 지닌 ‘뮤지컬 스타’로서의 재능을 이 뮤직비디오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밴드 ‘아케이드 파이어’의 멤버이자 영화 <Her>(2013)의 영화 음악을 맡기도 한 윌 버틀러의 솔로 앨범 수록곡 ‘Anna’로, 엠마 스톤은 호화로운 여객선을 휘저으며 승객의 돈도 해병의 마음도 모두 훔쳐버리는 날렵한 도둑 같은 캐릭터로 분했다. 그가 건장한 ‘마린보이’들에게 둘러싸여 난간을 마치 피아노 건반인 양 두들기는 장면을 보자. 엠마 스톤의 동그랗고 커다란 눈이 미치광이 피아니스트처럼 번뜩이는 압도적인 순간을 만끽할 수 있다. 

 

톰 행크스
in 칼리 레이 젭슨 ‘I really like you’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2016)의 과묵한 기장, <스파이 브릿지>(2015)의 침착한 스파이로 열연했던 톰 행크스가 칼리 레이 젭슨의 캔디팝과 잘 어울릴까? 상큼발랄하고 통통 튀는 팝으로 특히 10대에게 인기 있는 칼리 레이 젭슨의 ‘I really like you’ 뮤직비디오에서 톰 행크스가 ‘립싱크’를 한다. 칼리 레이 젭슨은 <캐나디안 아이돌 5>로 데뷔, 저스틴 비버와 셀레나 고메즈의 SNS에 소개되며 슈퍼스타에 등극한 팝아티스트다. 둘의 ‘싱크로율’을 확인하기 위해 마지막 귀여운 댄스 장면까지 갈 필요도 없다. 톰이 10대 소녀처럼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는 순간, 당신은 이미 미소 짓고 있다. 

 

일라이저 우드
in 비스티보이즈 ‘Make some noise’ 

2011년 발매한 ‘Make some noise’의 뮤직비디오는 영원한 악동 ‘비스티보이즈’의 데뷔 25주년을 기념하여 1986년도 싱글 ‘Fight for your right to party'의 속편으로 제작되었다. 영상은 국내에선 <반지의 제왕>의 ‘프로도’로 잘 알려진 일라이저 우드, <우리도 사랑일까>(2011)의 세스 로건과 코미디언 대니 맥브라이드가 86년 당시의 비스티보이즈와 똑같은 복장을 한 채 과거에서 튀어나오며 시작한다. 이들이 브루클린을 휘저으며 스치는 사람들의 얼굴을 절대 허투루 보지 말 것. 클로에 세비니, 올랜도 블룸, 커스틴 던스트, 스티브 부세미, 윌 패럴, 잭 블랙 같은 유명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흥미가 생긴다면 30분가량의 풀 영상도 감상해 보자. 80년대 헤어 스타일을 한 수잔 서랜든이 이 덩치만 큰 어른들을 사춘기 고등학생 야단치듯 추궁하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마리옹 꼬띠아르
in 데이빗 보위 ‘The Next Day’ 

2016년, 전설처럼 역사 속으로 사라진 위대한 록스타 데이빗 보위는 죽기 3년 전인 2013년, 10년 만에 새 앨범 <The Next day>를 발표하며 놀라움을 샀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아티스트로서 결코 녹슬지 않은 감각과 새로운 시도를 담아낸 곡들로 가득 차 있었다는 것. 그 결과물 중 하나인 동명 수록곡 ‘The Next day’의 뮤직비디오를 보자. 허무를 온몸으로 견디고 있는 듯한 표정의 성 판매 여성으로 분한 마리옹 꼬띠아르와 음흉하고 타락한 사제 역할을 맡은 게리 올드만, 그리고 마치 그리스도를 연상시키는 분장을 한 데이빗 보위가 나온다. 한편으론 장난스런 연극 같고, 한편으론 종교적 이미지로 가득한 영화처럼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이 묘한 영상은 영화 <런어웨이즈>(2010)의 감독이기도 한 플로리아 시지스몬디가 연출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
in 롤링 스톤즈 'Ride 'Em On Down' 

지금 할리우드에서 가장 자유롭고 당당한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크리스틴 스튜어트라고 대답하겠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데뷔했지만, 순정만화의 주인공 같은 이미지에 갇히기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필모그라피를 쌓고 있는 이 패기 넘치는 배우는 최근 롤링스톤스의 신보 <Blue & Lonesome>의 수록곡 'Ride 'Em On Down' 뮤직비디오를 통해 또 한 번 거침없는 매력을 선보였다. <Blue & Lonesome>은 기존 블루스 명곡들을 롤링스톤스가 커버한 곡들로 채워진 앨범이다. 에디 테일러의 원곡을 로큰롤 리듬으로 재해석한 'Ride 'Em On Down'를 카스테레오로 쾅쾅 울리며 로스앤젤레스를 질주하는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그의 새파란 무스탕을 함께 즐겨보자.  

 

Wri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