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운사이징>(2018)은 자원 부족과 인구 과잉이 심해진 미래 사회에서, 더 나은 삶을 꿈꾸는 한 평범한 남성이 몸을 축소하는 신기술인 다운사이징 시술을 받게 되며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영화다. 인간의 몸을 늘이고 줄이는 것은 인류사 가장 오래된 상상력 중 하나인 만큼 이와 같은 아이디어가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날로 발전하는 과학기술과 점점 위기로 치닫는 환경 문제들을 떠올리면 <다운사이징>의 설정이 마냥 공상 같지만은 않다. 앞서 개봉했던 다른 축소 설정의 영화들 역시 한 편, 한 편 제각기 다른 사연을 품고 있기도 하다.

<다운사이징> 포스터
<다운사이징> 메인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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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결사대>

Fantastic Voyage | 1966 | 감독 리처드 플라이셔 | 출연 라켈 웰치, 스티븐 보이드, 도널드 프레즌스, 에드먼드 오브라이던, 아더 오코넬, 윌리엄 레드필드, 아더 케네디
<마이크로 결사대> 포스터

<다운사이징>에서는 인류 평화를 위해 축소기술이 발명되고 쓰이지만 <마이크로 결사대>는 반대로 냉전시대 동서 열강 경쟁에 기술이 쓰이는 것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미 존재하는 소형화 기술의 제한시간을 극복하는 비밀을 발견한 동구권 과학자 얀 베네시는 미국에 망명을 요청하고 CIA 요원 그랜트의 도움으로 철의 장막을 탈출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테러범의 공격을 받아 뇌사 상태에 빠진다. 그러자 미국 정부는 베네시를 살리고자 소형화된 특수부대 '마이크로 결사대'를 동원해 베네시의 뇌 속 응혈을 제거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한다.

<마이크로 결사대> 스틸컷

지극히 단순한 시나리오이지만 당시 냉전이라는 시대 상황을 잘 녹여내고 '축소 가능 시간 1시간'이라는 시간 제약으로 인해 이야기는 더욱 박진감 있게 진행된다. 게다가 <다운사이징>의 인간은 12.7cm 정도로 줄어들 뿐이지만 인간의 몸으로 들어가는 '마이크로 결사대'는 우리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한 마이크로 크기로 축소되기 때문에 일상에서 결코 볼 수 없는 장면들에 대한 상상력이 영화 속에 동원된다. 영화는 이를 잘 묘사해내 아카데미 시각효과상, 아카데미 프로덕션 디자인상(당시 미술상)을 수상했다. 이후 <이너스페이스>(1987) 역시 몸이 줄어들어 인간 혈관 속으로 들어가는 이야기를 다루게 된다.

<마이크로 결사대> 극장 예고편

 

<앤트맨>

Ant-Man | 2015 | 감독 페이턴 리드 | 출연 폴 러드, 마이클 더글러스, 코리 스톨, 에반젤린 릴리
<앤트맨> 포스터

몸의 크기를 축소한 특공대 이야기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영웅 중 한 명인 앤트맨을 떠올리게도 한다. <앤트맨> 이야기 속 소형화 기술의 핵심인 '핌 입자' 역시 1960년대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된다. 그러나 개발자 행크 핌은 핌 입자의 무기화 계획을 뒤늦게 알고 기술을 은폐하려 하지만, 이를 활용한 기술이 결국 악당의 손에 의해 개발되고 만다. 그래서 이를 막기 위해 소형화 기술 장착 슈트를 입은 '앤트맨'을 앞세운다는 이야기다. 솔로 무비 3편 공개를 앞둔 <앤트맨>은 최초 공개 당시 1차 트레일러가 '개미 사이즈(Ant Sized)' 티저로 공개되어 영화의 설정을 재미있게 소개한 바 있다.

<앤트맨> 1차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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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줄었어요>

Honey, I Shrunk the Kids | 1989 | 감독 조 조스턴 | 출연 웨인 릭 모라니스, 맷 플레워, 마샤 스트라스먼, 크리스틴 서더랜드, 토머스 브라운, 자레드 러쉬톤, 에이미 오닐, 로버트 올리버리
<애들이 줄었어요> 포스터

앞선 영화들이 축소 기술을 철저히 목적에 맞게 이용한 이야기였다면 <애들이 줄었어요>는 축소 기술이 실수로 사용된 사연을 다루고 있다. 원제부터가 "여보, 내가 애들을 줄여버렸어요."이니 그 웃픈 제목부터가 영화의 코미디스러운 분위기를 짐작하게 한다. 재밌는 것은 영화의 제작자인 브라이언 유즈나는 당시 '좀비오(Re-Animator)'(1985~1989) 시리즈의 제작자이자 유명 호러영화 감독으로서 훗날 자신의 아이들에게 소개해줄 수도 있는 어린이 영화를 제작하고자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애들이 줄었어요> 스틸컷

이 영화의 축소 스토리는 이렇다. 다른 사람들은 물론 가족에게도 무시당하기 일쑤였던 괴짜 발명가 스잘린스키 박사는 축소광선을 쏘는 축소기계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기술을 인정받기는커녕 뜻하지 않게 두 자식과 옆집 아이들이 축소광선에 노출돼 6mm 크기로 줄어들게 되고 대문 밖 쓰레기봉투와 함께 버려졌다가 온갖 고생을 펼친 모험 끝에 집까지 돌아오게 된다는 이야기다.

<애들이 줄었어요>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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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도록 줄어든 사나이>

The Incredible Shrinking Man | 1957 | 감독 잭 아놀드 | 출연 그랜트 윌리엄스, 랜디 스튜어트, 에이프릴 하이드, 폴 랭튼, 레이먼드 베일리, 윌리엄 살러트
<놀랍도록 줄어든 사나이> 포스터

영화 속에서 크기가 줄어든 것이 늘 과학에 의해 가능했던 것만은 아니다. 영화 <나는 전설이다>의 원작소설 작가이기도 한 리처드 매드슨의 중편 소설 <줄어드는 남자(The Shrinking Man>를 영화화한 <놀랍도록 줄어든 사나이>는 우연한 사고로 크기가 줄어든 사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무려 1957년에 만들어진 흑백영화다.

<놀랍도록 줄어든 사나이> 스틸컷

이야기의 주인공 스콧과 그의 아내 루이스는 평화롭고 고요한 바다 위에서 한가로이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아내가 잠시 맥주를 가지러 간 사이 스콧은 갑자기 불어 닥친 미지의 구름 안개에 휩싸이게 되고 이후 자신의 몸이 점차 줄어들고 있음을 알게 된다. 스콧은 아내, 형과 함께 치료 방법을 구하지만 당대의 기술이나 의술로는 원인을 알 수도 없다. 다른 영화들과 다르게 단번에 작아지는 것이 아닌 단계별로 조금씩 작아지는 크기 변화 과정을 통해 파생되는 에피소드들과 그로 인한 두려움 등 인물들의 심리 변화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특히나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현상 앞에 나름 철학적인 결론을 맺고 있는 결말도 새롭다.

<놀랍도록 줄어든 사나이> 트레일러

 

<닐스의 모험>

Wonderful Adventures of Nils | 2014 | 감독 오시이 마모루 | 출연 김영은, 최재호, 홍범기, 이명선, 홍진욱
<닐스의 모험> 포스터

보다 가볍고 신비로운 이야기를 원한다면 동심 가득한 애니메이션 속 스토리도 있다. <닐스의 모험>은 스웨덴의 작가 셀마 라게를뢰프가 1906년 집필한 아동문학 소설 <닐스의 신기한 여행>을 애니메이션화한 작품으로, 일본과 한국에서 80년대 TV로 방영했던 52부작을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극장판으로 압축하였다. 하지만 당시 이는 비디오와 DVD로 발매되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1980년대 중반 KBS 명절 특선영화, 1990년대 비디오 등으로 나왔다가 2014년 초에 깜짝 극장 개봉하게 되었다.

<닐스의 모험> 스틸컷

스웨덴 남부에 사는 소년인 닐스는 장난기 많은 소년으로 가축들을 못살게 구는 말썽꾸러기이다. 어느 일요일 아침 부모님이 교회에 간 사이에 닐스는 집에서 요정 톰테를 잡고 요정마저 괴롭히다가 요정의 마법으로 15cm 난쟁이가 되고 만다. 키가 작아진 닐스는 동물들의 말을 이해하게 되었지만 평소 닐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가축들에 의해 반대로 복수를 당하고, 지나가던 기러기들로부터 "날지 못하는 새"라는 조롱을 받던 모르텐과 함께 먼 곳으로 도망을 가는 모험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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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차분한 즐거움을 좇는다. 그래서 보고 들은 것과 일상에 대한 좋은 생각, 좋아하는 마음을 글로 옮긴다. 학부 시절 네이버 파워블로그에 선정된 후 쓰기를 이어와 현재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웹진 <음악취향Y>, 잡지 <재즈피플>, 신문 <아주경제> 등에 글을 기고한다. 누구나 늘 즐겁기를 바란다. 너무 들뜨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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