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대표작은 모두가 알다시피 영화사에 길이 남은 <아바타>(2009)였다. 오스카 3관왕, 역대 흥행 1위를 포함하여 내용, 기술, 흥행 3박자를 모두 갖춘 기념비적인 작품이었다. <아바타>의 대성공과 함께 당연히 후속편에 대한 관심이 꼬리를 물었으며, 네 편을 추가 제작하여 5부작 영화가 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2017년에 첫 번째 후속편이 개봉된다는 구체적인 일정도 나왔지만 2020년으로 연기되었고, 그 대신 2018년 여름 카메론 감독이 오랫동안 꿈꿔온 새로운 영화가 먼저 개봉한다. 지난 12월에 공개된 예고편으로 어떤 영화인지 미리 엿볼 수 있다.

<알리타: 배틀 엔젤> 1차 예고편

<알리타: 배틀 엔젤>이란 제목의 영화는, 일본 만화가 키시로 유키토(木城 ゆきと)가 1990년부터 연재한 <銃夢>(Ganmu)을 원작으로 한다. 고도의 무술을 섭렵한 사이보그 알리타(Alita)가 이전의 삶에 대한 얼마 남지 않은 기억을 쫓아 현상금 사냥꾼으로 나선다는 내용이다. 이 만화를 카메론 감독에게 소개한 사람은 다름 아닌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다. 만화에 푹 빠진 카메론 감독은 바로 영화 판권을 구입하고, 영화사 폭스와 함께 영화 제작을 추진했다. 이때가 2000년, 지금으로부터 18년 전이다. 하지만 <아바타>가 먼저 제작에 돌입하면서 일정은 계속 연기되었다. 카메론 감독은 다른 감독에게 이 프로젝트를 넘기지 않고, 186페이지의 시나리오와 600여 페이지의 촬영 스크립트를 직접 작성했다. <아바타> 후속 두 편 이후로 다시 일정이 연기되는 듯 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2018년 7월 개봉으로 일정이 확정되었다.

미국에 방송된 원작 <Ganmu>의 애니메이션 일부

카메론 감독은 인간과 기계가 조합된 주인공 알리타를 정밀하게 표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아바타>에서 사용된 CG 기술에 만족하지 않고 성능을 더 개선하기 위해 직접 작업에 착수하며 1년을 더 보냈다. 카메론 감독은 제작자로 영화를 관장하면서 <신 시티>(2005)의 로버트 로드리게즈(Robert Rodriguez)를 감독으로 직접 낙점하였다. 지난 12월 8일 공개된 예고편에 많은 매체들의 관심이 집중된 주인공 ‘알리타’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캐나다 배우 로자 살라사르(Rosa Salazar)가 모션캡처 방식으로 연기한, 큰 눈을 가진 일본 인형의 얼굴이 공개됐다. 지난해 <공각기동대>의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한 ‘쿠사나기’ 소령과 비교하면, 알리타가 인간이 아니라는 점을 관객들이 인식하도록 카메론 감독이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코스프레의 대상으로 종종 등장하는 알리타 캐릭터

예고편은 상반된 평가를 받았으나 온라인에서의 반응은 벌써부터 뜨겁다. 어차피 활시위는 당겨졌으니, 2018년 12월이 되면 영화를 직접 보고 호불호를 이야기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