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개봉한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은 전 세계인을 놀라게 한 쿠바 밴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오래전에 활동했지만 이름을 크게 떨치지 못하고 묻힐 뻔했던 뮤지션들이 새롭게 조명되는 모습은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다. 빔 벤더스 감독은 단 6일 동안 녹음해 완성된 앨범이 그래미상을 받고, 빌보드차트 1위에 오르며 수백만 장의 음반 판매를 기록하는 모든 순간을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에 담아냈다.
그리고 2017년 10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그 후’를 만날 수 있는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2: 아디오스>가 개봉했다. 루시 워커 감독은 멤버 각각의 성향과 평소 모습에 집중한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2: 아디오스>에는 밴드 내부의 갈등과 소소한 대화는 물론, 빔 벤더스 감독의 영화에서 공개되지 않은 50시간 분량에 달하는 영상을 갈무리한 장면들도 담겼다. 쿠바 음악을 사랑한다면, 쿠바의 자유 정신과 낙천적인 분위기를 동경한다면 이 영화를 보자.

Buena Vista Social Club ‘Candela’ Live in Amsterdam

 

멤버들의 진솔한 이야기

쿠바 전통 음악 ‘손’(Son)은 1880년대 아프로-쿠바 음악이 유럽음악과 융합되며 탄생했다. 프로듀서 닉 골드와 라이 쿠더, 뮤지션 후안 드 마르코스는 손 음악으로 앨범을 만들기로 결정한 후, 전통적인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은퇴한 뮤지션들을 찾아 나선다. 보컬 이브라힘 페레르는 구두 닦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Tres’(쿠바 전통 기타) 연주자 콤파이 세군도는 담배 공장의 노동자로 일하는 중이었다. 피아니스트 루벤 곤잘레스는 흰개미가 그의 유일한 피아노를 갉아 먹어버려 연주를 그만둔 상황.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2: 아디오스>는 당시 그들의 현실과 이야기를 들려준다. 음악과 동떨어진 일을 하면서도 여전히 열정을 갖고 살던 멤버들의 이야기가 감동을 안긴다. 더불어 그들이 193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활동했던 시절을 회상할 때 나오는 오래된 영상은 정겨울뿐더러, 옛 쿠바 음악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눈부신 때는 저문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2: 아디오스>의 제목에서는 ‘아디오스’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영화는 그 눈부신 밴드가 저무는 과정을 그린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음악이 쇠락하거나 퇴보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모든 멤버가 함께 무대에서 흥겨워했던 때가 지나는 모습을 과장된 연출 없이 그려낸다는 뜻이다. 그들의 첫 앨범이 나온 1997년에 멤버들의 나이는 이미 70~80대였다. 그리고 콤파이 세군도와 루벤 곤잘레스가 2003년에, 이브라힘 페레르는 2005년에 세상을 떠난다. 영화는 그들의 죽음을 음악과 함께 보여준다. 죽기 사흘 전까지도 무대에 섰던 이브라힘, 마지막 곡은 무덤에서 연주할 거라는 루벤의 모습은 음악이 곧 삶인 자의 비장미마저 느끼게 한다.

콤파이 세군도.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스틸컷
루벤 곤잘레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스틸컷

“호세 마르티가 말한 사람의 의무 세 가지를 다 완성했어요.
나무를 심을 것, 아이를 낳을 것, 책을 쓸 것. 난 그 세 가지를 다 이뤘어요. 인생을 살면서 내가 이룬 모든 것에 만족해요.”
- 콤파이 세군도

영화는 남겨진 자마저 담담히 그려낸다. 각별했던 이브라힘을 잃은 뒤, 오마라 포르투온도는 홀로 ‘Dos Gardenias’(치자꽃 두 송이)를 부른다. 노래는 완벽히 마쳤지만, 카메라는 눈물이 흥건한 그의 뺨을 비춘다. 그리고 오마라는 “위대한 가수이자 위대한 예술가, 위대한 친구, 위대한 쿠바인”이라는 말로 이브라힘을 기린다. 

오마라(좌)와 이브라힘(우).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스틸컷

  

한 편의 시 같은 말

이 영화에서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은 멤버들의 말이다. 멤버들이 스치듯 내뱉는 말도 한 편의 시처럼 다가온다. 당신도 알다시피 모든 80대가 그렇게 말하지는 못한다. 이들은 솔직하고 열정적으로 살았기에, 그리고 진심으로 사랑할 줄 알았기에 그토록 순수한 말을 한다. 올곧이 하나만 사랑하기 쉽지 않은 세상,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멤버들의 말이 더욱 뭉클하다.

“이런 큰 성공은 난생처음이에요. 글쎄요, 이러다 미치는 거 아닐까요? 아니면 다 꿈일까요?”
- 루벤 곤잘레스

“난 93살이나 먹었어요. 조금은 늦은 감이 있지만 인생에는 반드시 꽃이 피기 마련이에요. 그 꽃은 평생 단 한 번밖에 피지 않죠. 그래서 언제 꽃이 필지 잘 지켜봐야 해요.”
“사랑이 없으면 꽃이 시들고, 입맞춤이 없으면 사랑이 식어요.”
- 콤파이 세군도

“쿠바 국민 시인 호세 마르티가 말했죠. ‘음악은 국민의 영혼이다.’ 나도 국민 중 한 사람이에요. 아프리카에서 온 우리 선조는 쿠바 리듬과 함께 살아남았어요. 스페인 사람들한테 노예로 끌려왔지만요.
사람을 죽일 수는 있어도 노래 부르는 걸 막지는 못한다죠. 음악은 우리 안에 내재돼 있으니까요.”
- 오마라 포르투온도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2: 아디오스>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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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