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가면 동그란 레코드를 판다. 지구를 한 바퀴 돌며 유럽, 미국, 아시아의 레코드숍을 한 군데씩 뽑았다.

Redlight Records

암스테르담의 홍등가, 레드라이트 디스트릭트의 한복판에 레드라이트 레코즈(와 레드라이트 라디오)가 있다. 닫힌 철문 앞에서 벨을 누르면 문이 열리고, 과연 이곳은 어떤 공간이었을까 궁금증이 생기는 작은 정원과 함께 좁고 긴 레코드가게가 있다.(‘컴플렉스’라 불러야 마땅할 것 같은, 정원을 중심으로 한 이 건물엔 레드라이트 라디오의 사무실, 뮤지션들의 작업실, 그리고 또 다른 레코드가게인 ‘빈티지 부두’가 있다.) 

▲ 레드라이트 레코즈 전경

이 정도 크기면 금세 다 보겠네, 싶다가도 생경한 음반들이 줄줄이 진열된 매대를 살피다 보면 그 ‘셀렉션’의 공력에 압도돼 다시 겸손한 학생의 자세로 돌아가고야 만다. 몇만 장의 레코드가 가득 쌓인, 아무 정보도 없는 먼지 더미에서 보석을 찾는 재미가 ‘디깅’의 가장 원초적인 즐거움이라면, 이곳은 그보다 믿음과 신뢰의 영역에 가깝다. 레드라이트 레코즈를 이끄는 음악 애호가들이자 디제이인 Abel Nagengast, James Pole, Tako가 일일이 고르고 가격을 매기고 진열한 음반들을 하나씩 들어보고 새로운 것을 알아가며, 그들과 친구가 되는 일. 활짝 열어놓은 두 대의 턴테이블에서는 자유롭게 음악을 들어볼 수 있고, 서서 볼 수 있는 매대(전 세계의 전자음악과 훵크, 재즈 등이 뒤섞인)를 한 바퀴 돈 뒤 바닥에 깔아놓은 하우스와 테크노 레코드까지 훑을 때는 내가 얼마나 하찮은가, 자괴감이 들기도 하지만 그렇게 무너지고 다시 또 쌓아가는 것이야말로 배움의 기쁨일 것이다.

▲ Tako, Ray-Ban x Boiler Room Mix
▲ Abel ‘Aegean Sea’

 

Diskunion

흔한 풍경. 도쿄의 여느 레코드가게들에 가면, 막 사 온 것 같은 디스크유니온의 까맣고 빨간 비닐봉투가 곳곳에 어지럽게 놓여 있다. 그리고 곧 그 음반들이 세정과 분류를 거친 뒤 진열대에 올라간다. 디스크유니온은 소매점이지만, 전국의 레코드가 모이는 장소이기 때문. 매장 영업시간 중에도 한쪽에 쌓아둔 박스를 곳간 개봉하듯 여는데, 이미 다 본 레코드 말고 그것만 기다리며 서성대는 고객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워낙 다 갖춰 무엇을 판매하는지는 말하기 어렵지만, 확실히 분류한 채로 그렇게 한다. 이를테면 시부야 매장 4층은 ‘힙합/댄스뮤직 스토어’, 5층은 ‘펑크 헤비메탈 스토어’라고 아예 이름을 달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디스크유니온은 거기에만 있다. 

▲ 디스크유니온 전경

도쿄를 중심으로 한 요코하마, 사이타마, 치바 등 관동 지방에서만 세를 불려왔고(미 서부 일부 지역에만 있는 인 앤 아웃 햄버거처럼), 얼마 전 처음으로 관서지방의 오사카에 문을 열었다. 도쿄라는 초거대도시의 번화가마다 존재하는 레코드 체인이 이렇게 고집스레 확장을 거부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짐작하기 어렵지만, 그런 뚝심으로부터 한 레코드가게가 어떤 도시를 상징하게 되고, 그래서 굳이 그 도시를 찾게 되는 놀라운 풍경을 만들어냈다는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Superior Elevation Records

톰 노블, 디스코 톰은 ‘타짜’다. 디스코에 관한, 그의 이름을 모를 순 없다. 2014년, 당대의 감각으로는 구현할 수 없을 것만 같던 대규모 편성의 가스펠 디스코/솔 ‘Holding On’을 덜컥 프로듀싱한 것은 물론, 수많은 에디트와 <Liger Music> 시리즈를 비롯한 믹스를 내놓기도 했다. 그가 디제이로서 음악을 틀면, 디스코깨나 안다는 관객들이 서둘러 샤잠이나 사운드하운드 같은 음악 검색 앱을 돌리며 허둥지둥 곡을 찾는 그림 또한 낯설지 않다. 

▲ 슈페리어 렐리베이션 레코즈 전경

그런 그가 브루클린 부시위크에 문을 연 슈페리어 엘리베이션 레코즈는 레코드 가게인 한편, 톰 노블이 모든 꿍꿍이를 기획하고 또한 벌이는 본진과도 다름없다. 음반을 진열한 매장만큼이나 넓은 뒷공간에서는 그를 비롯한 스태프들이 부지런히 레코드를 구별하고 어딘가에 기록한다. 어쩌면 매대에 놓인 음반들은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그들의 홈페이지에서 확신으로 바뀐다. ‘We Buy Records’라는, 레코드 매입 페이지가 판매보다 앞선 구성. 그것은 장사꾼의 맘이라기보다는, 일단 낯선 레코드를 손에 쥐고 먼저 듣고 판단하고자 하는 애호가의 태도에 가까운 게 아닐까. 또한 그들의 온라인 스토어는 Discogs와 Ebay로 연결되는데, 흔히 ‘홀리 그레일’ 레코드라 불리는, ‘레어 그루브’ 중의 ‘레어 그루브’를 주로 다룬다. 물론 톰 노블은 수시로 가게를 지키고 있고, 고객이 어떤 말을 꺼내는지에 따라 알맞은 음반을 권하고 꺼내 보여줄 것이다.  

▲ House of Spirits ‘Holding On’
▲ Tom Noble ‘Juno Plus Potcast 75’

 

Writer

유지성은 [GQ Korea]의 피처 에디터로 일하며 매달 음악 관련 기사를 쓰고 음악가들을 인터뷰했다. 또한 Jesse You라는 이름의 디제이이기도 하다. 레코드를 사고 듣고 플레이하며, 클럽 피스틸에서 정기적으로 여는 ‘Playlists’를 비롯해 ‘Codex’, ‘Downtown’, ‘East Disko Wav’ 등의 파티/크루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처음 열린 ‘Boiler Room Seoul’에 출연했으며 암스테르담의 ‘Red Light Radio’, 방콕의 ‘Studio Lam’에서 음악을 틀기도 했다. Four Tet의 팬이다.
Jesse You의 Mix 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