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에 개봉해 누적관객수 약 49만 명을 기록하며 예상보다 부진한 성적으로 막을 내린 영화 <침묵>은, 약혼녀가 살해당하고 그 용의자로 자신의 딸이 지목되자, 딸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임태산’(최민식)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세상을 다 가졌지만 정작 소중한 것들을 모두 잃어버릴 위기에 놓인 재력가 임태산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풀어낸다. 일찍이 최민식, 박신혜, 류준열 등 쟁쟁한 배우들의 출연 소식만으로 큰 기대를 모았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늘어지는 전개나, 거대한 반전이 공개되고 난 뒤에 겪는 갑작스런 장르의 전환이 다소 억지스럽다는 혹평도 면치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마지막까지 완만한 호흡으로 차곡차곡 정서를 쌓아가면서, 결국 엔딩에서 임태산의 선택에 묵직한 힘을 실어준다. 흥미진진한 미스터리 구조 속 임태산이 표현하는 사랑과 부성애, 슬픔과 회한, 분노와 참회 같은 섬세한 감정선은 끝내 관객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한다. 영화 <침묵> 한결 편하게 볼 수 있는 몇 가지 키워드를 소개한다.

 

섬세한 스토리텔러, 정지우 감독

아내의 불륜이라는 파격적 소재를 세밀하고 세련된 연출로 그려낸 영화 <해피엔드>(1999), 학원 강사와 학원생의 사랑을 다룬 <사랑니>(2005), 시인과 열일곱 소녀의 이야기를 매혹적으로 담아낸 <은교>(2012)까지, 작품마다 파격적인 소재를 아름다운 영상과 섬세한 감성으로 포착해냈던 정지우 감독의 신작으로 일찍이 주목을 모았다. 특히 <침묵>은 정지우 감독과 배우 최민식이 <해피엔드> 이후 18년 만에 호흡을 맞추는 작품이기도 하다. 감독은 “침묵은 장르가 최민식인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할 정도로 배우에 대한 신뢰를 감추지 않았고, 최민식은 어떠한 위기에도 절대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치밀하고 차가운 캐릭터 ‘임태산’을 한 치 어긋남 없이 표현해냈다.

 

원작 영화

원작영화 <침묵의 목격자>(2013) 스틸컷

<침묵>은 2013년 중국에서 개봉한 곽부성 주연의 영화 <침묵의 목격자>를 원작으로 한다. 원작이 재판 과정에 계속해서 뒤바뀌는 상황 전개와 거듭되는 반전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향해 나아간다면, <침묵>은 단순한 법정 스릴러를 넘어 인물의 내면을 치밀하게 쫓으며 사랑, 부성애 같은 인간애를 진득하게 담아낸다. 쉽게 말해 이 영화는 법정 스릴러의 장르적 요소를 따라가는 척하다가 휴머니즘으로 방향을 틀어버린다는 점에서 원작과 확실한 차별점을 두고 있는 셈이다. 앞서 박범신 작가의 소설 <은교>를 스크린에 옮긴 바 있는 정지우 감독은 다시 한번 원작이 있는 작품을 자신만의 섬세하고 예리한 시선으로 가공하고 재해석했다.

 

왜 그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나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침묵>은 사건 뒤에 가려진 진실을 밝혀내는 영화라기보다는, 인물의 진심을 관객에게 설득하는 영화다. CCTV 조작 시퀀스는 사실을 조작해 진실을 가려버리지만, 궁극적으로 그 효과는 임태산의 진심을 증명해낸다. “우리는 보이는 것을 사실이라고 믿지만, 그것이 사실일 수는 있어도 진실은 아닐 수 있다.”고 말하며 영화를 통해 그 경계를 건드리려 했던 감독의 의도와 정확히 맞물리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렇게 임태산은 아버지로서의 침묵을 선택한다. 그리고 영화는 더 나아가, 관객들에게도 임태산의 감춰진 비밀과 그의 딸을 위해 침묵해줄 것을 부탁한다.

 

무엇보다, 최민식

혹평과 호평, 장단점이 공존하지만, 그보다 최민식이라는 배우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한 값어치를 해내는 영화다. 작품마다 압도적 연기력과 카리스마를 꾹꾹 눌러 담아 캐릭터를 표현해온 최민식은 세상이 바라는 모든 성공을 거둔 남자의 견고함부터 사건의 실체를 마주하는 과정의 미묘한 균열과 흔들림까지 치밀하게 톺아낸다. 무엇보다 최민식의 연기 스타일을 동경하는 이들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이다.

영화 <침묵>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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