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 다양한 매체에서 올해의 앨범을 선정합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2017년에도 훌륭한 음반들과 뮤지션들이 쏟아졌습니다. 한 달을 단위로 보아도 고르기가 쉽지 않은데, 한 해를 대표하는 앨범을 고르기란 사실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누가 가장 훌륭한 뮤지션인가? 어떤 앨범이 가장 좋은 앨범인가? 대중성, 작품성 등 머릿속에 떠다니는 수많은 질문 속에서 인디계의 이슈라는 기준을 정하니 대답은 비교적 명쾌해졌습니다. 올해 나왔던 의미 있는 앨범들. 2017년 인디신을 들썩거리게 했던 앨범들을 만나보겠습니다.

 

언니네 이발관의 마지막 앨범 <홀로 있는 사람들>

언니네 이발관은 명실상부 한국 인디신의 산증인입니다. 1994년 결성해 한국 모던록의 시작이자 끝을 관통한 밴드였고, 오랜 기간에 걸쳐 이뤄낸 음악적 성과들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석원은 은퇴를 선언했고, 거짓말로 시작된 그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거짓말처럼 끝났습니다. 2017년 6월, 언니네 이발관은 23년간의 긴 여정을 마감하는 마지막 앨범이자 정규 6집 <홀로 있는 사람들>을 발표했습니다. 이석원의 멜로디와 가사는 끝까지 훌륭했고, 이능룡의 기타 역시 찬란하게 빛났습니다. 앨범의 호불호를 떠나서 우리는 모두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순간을 믿으라 말하고, 슬픔의 어디쯤에서 위로를 이끌어냈던 언니네 이발관이 정말로 마침표를 찍었기 때문입니다. 이 앨범을 2017년의 가장 중요한 위치에 놓아야 할 이유입니다.

언니네 이발관 '너의 몸을 흔들어 너의 마음을 움직여'

 

혁오와 검정치마

2017년 4월과 5월. 많은 이들이 기다리던 혁오와 검정치마의 앨범이 발매되었습니다. 혁오는 첫 번째 정규앨범 <23>으로, 검정치마는 6년 만의 3집 <TEAMBABY>로 돌아왔습니다. 혁오와 검정치마를 ‘인디’로 부르기에는 분명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을 인디로 분류하고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인디와 메이저의 가교 역할을 긍정적으로 해온 것 역시 사실입니다. 그들은 모두 하이그라운드 소속 아티스트입니다. YG 엔터테인먼트의 산하 레이블로 2015년에 설립된 하이그라운드는 “언더를 메이저화 시키겠다.”라는 각오와 “높은 퀄리티의 음악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첫 번째 뮤지션으로 혁오를, 이듬해 검정치마를 영입합니다.

혁오 'TOMBOY'
검정치마 '나랑 아니면'

이들을 포함, 가능성을 인정받은 아티스트들과 계약하며 설립 2년 만에 그 성과를 드러냅니다. 2017년 하이그라운드에서 나온 앨범들은(오프앤오프, 이디오테잎 등) 모두 수작이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홍대의 기존 레이블들은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던 터라, 이러한 결과는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특히, 혁오 같은 경우 2017년 한해 아시아는 물론 미국과 유럽 등 세계 28개 도시에서 투어를 진행했고, 매우 성공적으로 끝냈습니다. 동시에 이는 전례 없는 경우라 개인적으로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혁오 'Wanli' M/V

런던과 바르셀로나에 기반을 둔 영상팀 ‘CANADA’는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자유로움과 다채로운 색깔을 머금은 음악가들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하고 제작한다. 은은한 파스텔 컬러와 서로 연관성 없는 오브제의 나열을 통해 만들어내는 초현실적인 영상물을 만나자.

OFFONOFF '춤'

 

ADOY, 신해경, 새소년 등 굵직한 신인들의 등장

2017년 한해에도 역시 많은 신인 뮤지션들이 데뷔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단 한 장의 EP만으로 화제를 모으며 2017년 인디신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인으로 떠오른 세 팀이 있습니다. 바로 신해경과 아도이, 그리고 새소년 입니다. 신해경은 2월에 <나의 가역반응>을 발표하며, 몽환적인 멜로디와 사운드로 SNS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아도이는 5월 <CATNIP>을 발표한 후, 신스팝을 기반으로 한 다채롭고 세련된 사운드와 독특한 앨범 커버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새소년 역시 10월 데뷔 EP <여름깃>을 발표하며 매혹적인 보컬과 무대 매너로 평단과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신인이지만 자기만의 스타일을 갖춘 이들은 모두 2017년에 신인으로 급부상하며 알찬 한 해를 보냈습니다. 이들은 또한 ‘A.S.K’라는 공연을 2회연속 매진시키는 등, 서로 연대하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인디신의 화제였던 이 세 팀을 빼곤, 2017년을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신해경 '모두 주세요'
아도이 'Grace' (아지트 라이브 세션)
새소년 '긴 꿈'

 

Writer

지큐, 아레나, 더블유, 블링, 맵스 등 패션 매거진 모델로 먼저 활동을 시작했다. 개러지 록밴드 이스턴 사이드킥(Eastern Sidekick)과 포크밴드 스몰오(Small O)를 거쳐 2016년 초 밴드 아도이(ADOY)를 결성, 팀 내에서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다. 최근 첫 에세이집 <잘 살고 싶은 마음>을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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