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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팅>의 사운드트랙 음반 커버

아카데미 7관왕을 차지한 영화 <스팅>(The Sting, 1973)은 상업적으로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제작비 5백 5십만 달러를 들여서 극장에서 30배의 수입을 벌어들였다. 영화 역사상 이만큼 기록적인 수익성을 찾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영화에 삽입한 주제곡 또한 화제거리였다. 경쾌한 피아노 솔로 연주곡으로, 마치 서부 영화의 선술집에서 바텐더가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연주하는 곡 같았다. 이 곡은 오늘날에도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초심자가 레퍼토리로 삼는 인기곡으로, 스콧 조플린(Scott Joplin, 1868~1917)이 작곡한 랙타임 장르의 곡 ‘The Entertainer’다.

영화 <스팅> 주제곡 'The Entertainer'

랙타임(Ragtime)은 재즈가 발생하기 이전인 1895년에서 1918년까지 미국 미주리주의 세인트루이스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던 대중음악 장르이다. 주로 피아노로 연주된 랙타임은 오른손과 왼손을 동시에 치지 않고 박자 차이를 두어(ragging, 또는 syncopating) 경쾌한 느낌을 준다. 피아니스트 스콧 조플린은 당시 유행하던 악보 형식으로 인기 연주곡을 연이어 발표하며 ‘랙타임의 왕’라는 별칭을 얻은 인물이었다. 그에 대한 전기영화 <Scott Joplin>(1977)에서 피아니스트 간의 대결 장면이 나오는데 ‘Maple Leaf Rag’(1898)을 연주하여 청중을 사로잡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이 곡은 지금도 미국민의 사랑을 받는 곡으로 남았다.

전기영화 <Scott Joplin>의 커팅 콘테스트 장면

스콧 조플린은 부와 명성을 얻자 뉴욕으로 이주하여 자신의 오랜 숙원이었던 오페라에 도전한다. 하지만 두 편의 오페라 모두 실패로 끝나고 오랜 지병이었던 매독으로 정신적 합병증까지 겹쳐 사망하면서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그가 다시 조명을 받기 시작한 시기는 1970년대이다. 클래식 피아니스트 조슈아 리프킨(Joshua Rifkin)이 그의 랙타임 곡을 재해석하여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고, 애틀란타 교향악단이 실패로 끝났던 그의 오페라 <트리모니샤(Treemonisha)>를 재연하여 호평을 받았던 것이다. 이어서 영화 <스팅>에 삽입된 ‘The Entertainer’가 빌보드 차트 3위에 오르며 스콧 조플린이라는 이름이 다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미국 각지에서 그의 이름을 딴 랙타임 페스티벌이 열리고 관련 사업을 주관하는 비영리 재단이 설립되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1970년 조슈아 리프킨이 발매한 앨범 <Scott Joplin Piano Rags> 표지
스콧 조플린의 인기 랙타임 ‘Pineapple Rag’

랙타임은 미국 대중음악의 뿌리와도 같은 장르로 재즈나 블루스보다 더 오래 되었다. 한동안 잊혀졌던 랙타임은, 1970년대 다시 인기를 얻으며 클래식 피아니스트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였다. 이제 미국 전역의 길거리 피아니스트들도 자주 랙타임을 연주하는데, 스콧 조플린이 작곡한 곡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과거에 피아노를 쳐본 경험이 있다면, 아래 사이트에서 스콧 조플린의 랙타임 악보를 골라서 연주에 도전해봐도 좋을 것 같다.

‘Maple Leaf Rag’을 연주하는 길거리 피아니스트

 

스콧 조플린 악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