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오종은 조용하지만 무섭게 사람을 매혹한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했던가, 그의 영화는 큰 진폭 없이 이어지다가 마침내 보는 이의 심장을 내려앉게 만든다. <두 개의 사랑>(2017) 역시 마찬가지. 이 영화는 쌍둥이 형제를 오가며 사랑을 나누는 한 여자를 통해 인간의 숨겨진 욕망과 무의식을 이야기한다. 함께 짚고 넘어가면 좋을 프랑수아 오종의 작품을 정리했다.

 

<두 개의 사랑>

L'amant doubleㅣ2017ㅣ감독 프랑수아 오종ㅣ출연 마린 백트, 제레미 레니에
<두 개의 사랑> 스틸컷

<두 개의 사랑>을 보기 전, 쌍둥이 형제와 그 사이를 오가는 한 여자의 아슬아슬한 삼각관계를 상상했다면 뒤통수 맞은 기분이 들지 모른다. 이 영화는 주인공 ‘클로에’(마린 백트)의 불안한 심리를 따라간다. 클로에에게는 ‘폴’(제레미 레니에)이라는 안온한 현실이 있다. 이 현실은 따스하지만 클로에의 환상을 채워주진 못한다. 클로에 내면에서 똬리를 틀었던 욕망과 판타지는 폴의 쌍둥이 형제 ‘루이’를 만나며 꿈틀대기 시작한다. 이 기묘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쫓던 우리는 결국 새로움을 갈망하고 은밀하게 탐하는 제 얼굴을 마주한다. 전작 <프란츠>(2016)로 낯선 면모를 보여주었던 프랑수아 오종은 자신이 달라지지 않고 더 넓어졌을 뿐임을, 여러 장르를 유려하게 엮어낸 이 영화를 통해 증명했다.

<두 개의 사랑>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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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앤 뷰티풀>

Jeune et jolieㅣ2013ㅣ감독 프랑수아 오종ㅣ출연 마린 백트, 제랄딘 팔리아스, 샬롯 램플링 
마린 백트와 프랑수아 오종 감독

<영 앤 뷰티풀>의 이야기는 여름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열일곱 생일을 앞둔 ‘이사벨’(마린 백트)은 휴가지에서 어느 청년을 만나 첫 섹스를 한다. 휴가에서 돌아온 이사벨의 삶은 전과 같지 않다. ‘레아’라는 이름으로 매춘을 시작하게 된 것. 그렇게 가을과 겨울이 지나는 동안 이사벨의 눈빛과 몸짓은 계속해서 공허하기만 하다. 어느 날 이사벨과 몇 번의 만남을 이어오던 한 남자에게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그 때문에 레아로서의 삶은 크게 흔들린다. 다시 찾아온 봄에 이사벨은 어떻게 세상을 마주할까. 영화는 답을 내려주지 않는다. 다만 남자와 함께 자던 침대 위에 다시 홀로 앉은 이사벨의 표정을 화면 가득 보여줄 뿐. 그는 이제 프레임 밖 어딘가를 바라본다. 제멋대로 흔들리며 공허함을 삭이는 청춘을 담은 영화, 영 앤 뷰티풀이라는 제목보다 잘 어울리는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두 개의 사랑>의 주인공 ‘클로에’ 역의 마린 백트는 이 작품으로 주목받게 되었다.

‘텅 빈 침실에 나 홀로 앉아 내게 다가올 사람을 꿈꿨네
이젠 어린애로 살지 않을 거야
어서 내 손을 잡아줘 멀리 떠나는 거야
근데 그 사람 어떤 모습일까?
눈으로 볼 수 없어 너무 아련해
하지만 만나기도 전에 난 그 미소를 사랑했네’

- <영 앤 뷰티풀> 배경음악 가운데

<영 앤 뷰티풀> M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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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더 하우스>

Dans la maisonㅣ2012ㅣ감독 프랑수아 오종ㅣ출연 파브리스 루치니, 어니스트 움하우어,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이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 멈추기 어렵다. 영화는 고등학교 문학 교사 ‘제르망’(파브리스 루치니)이 학생 ‘클로드’(어니스트 움하우어)의 작문 과제를 읽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이 작문 내용이 어마어마한 흡입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클로드는 친구 ‘라파’(바스찬 유게토)의 집을 욕망하다가 마침내 그 안으로 들어가게 되고, 라파의 가족, 특히 어머니를 지켜보며 사실인지 허구인지 모를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제르망과 그의 아내는 이 은밀한 이야기를 읽는다는 것에 두려움과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거부하지 못한다. 이 영화를 끝까지 보고야 마는 것은 영화의 재미 때문인가, 아니면 클로드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해서인가. 보고 나면 도리어 그게 궁금해질지도 모른다.

<인 더 하우스>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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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밍 풀>

Swimming Poolㅣ2003ㅣ감독 프랑수아 오종ㅣ출연 샬롯 램플링, 루디빈 사니에, 찰스 댄스 

성공한 미스터리 작가 ‘사라’(샬롯 램플링)는 차기작 준비를 위해 편집장의 별장에 머물게 된다. 수영장이 딸린 빌라에서 글쓰기에 집중하던 사라 앞에 갑자기 ‘줄리’(루디빈 사니에)가 나타난다. 줄리는 사라의 존재 따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자신의 시간을 만끽한다. 그러다 줄리는 사라가 호감을 느꼈던 카페 종업원 프랭크를 유혹하는데, 이후 프랭크의 행방이 묘연해진다. 벌써 개봉한 지 10년이 넘은 작품인데도 여전히 ‘관능적인 스릴러’ 하면 빠지지 않는 영화다. 프랑수아 오종은 이 영화에서 유약하며 불안한 인간을 제대로 비춘다. 아무도 모르게 꿈틀대는 미묘한 욕망, 오래도록 프랑수아 오종이 다뤄온 소재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영화이기도 하다.

<스위밍 풀>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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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