숀 니콜라스 새비지(Sean Nicholas Savage). 앞글자를 따 SNS라 부른다(개인적으로 붙인 별칭이다. 누가 또 그렇게 부르는지는 알지 못한다). 막 서른 살을 넘긴 캐나다 애드먼튼 출신의 젊은 음악가는 지금까지 13장의 음반을 냈다. 1년에 많으면 세 개씩 만들었고, 한두 곡이 아니라 수십 곡씩 담았다. 집에서 음악 만들기에 몰두하던 그는 몬트리올의 성대한 DIY 공연장 랩 상테즈(Lab Synthèse)를 통해 무대에 서고, 드디어 집에서 맘껏 만들던 음반을 세상에 내놓았다. 랩 상테즈가 알부투스 레코즈(Arbutus Records)로 전업하면서 레이블의 첫 음반은 숀의 것이 되었다.  

▲ 숀 니콜라스 새비지의 옛날 음반들

이제는 음반점에서 자취를 감춘(애플뮤직에는 있다.) 전작들과 다르게, 그를 비범하고 이상한 아티스트 대열에 올려놓은 <Other Life> 이후부터 1년에 한 장씩 제대로 유통되는 음반을 냈다. 그것들은 그를 더욱 이상한 음악가로 평가하게 한다. 멋진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꿈만 안은 채 하나도 안 배우고 멋대로 만드는 뮤직비디오는 기괴하고, 절창이 아니면서 감정을 있는 대로 내세우는 몸짓은 독특한 목소리까지 더해 혼란스러운 기분을 만든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절대로 아웃사이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음반을 많이 내 질이 낮을 것이라는 시선에 대해서도 자신감이 넘친다. “제 음악은 꽤 수준 높다고 생각해요.” 평점이나 장르를 구분하려는 시도에도 똑같은 입장이다. 그렇다. 미래적인 신스, 완벽한 팝과 록의 부산물, 철 지난 발라드, 많은 것이 그의 노래에 있다. 

<Other Life>에 수록한 'You Changed Me'

피치 포크를 통해 알려진 <Other Life>의 대표곡 ‘You Changed Me’. 2011년 음반 <Flamingo>를 통해 발표했고, 아마 팬들이 가장 열광하는 노래. 왜냐하면 공연장에서 모두 “You Changed Me!!”를 외치니까.

<Other Life>가 서먹함을 줄이고 분류하기 힘든 자유로움을 어느 정도 정리한 음반이라면 <Bermuda Waterfall>은 SNS의 정수다. 음악은 완벽한 어덜트 컨템포러리이며 가사 또한 한결같이 사랑과 외로움을 이야기한다. 가장 잘하는 절규하고 호소하는 발라드와 관능적이고 음침한 노래들이 섞여 있다. 함께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던 앵거스 보소스(Angus Borsos)가 촬영하고 SNS가 눈빛으로 열연한 ‘Darkness’. 

<Bermuda Waterfall>에 수록한 'Darkness'

<Other Life>의 푸름이 <Other Death>의 붉음으로 바뀌었다. 노래의 기조는 비슷하지만, 훨씬 매끄럽다. 유행가 느낌도 난다. 같은 레이블인 블루 하와이(Blue Hawaii)의 프로듀서 아고르(AGOR, 랩 상테즈와 알부투스 레코즈의 사장인 세바스찬 코완과 형제지간이다. 코완 형제…)가 손을 대서다. 부토 배우처럼 분한 SNS의 모습이 인상적인 ‘Suburban Nights’.

<Other Death>에 수록한 'Suburban Nights'

최근 나온 음반 <Magnificent Fist>는 모든 곡에 영상을 만들었다. 보고 듣는 수밖에 없다.

<Magnificent Fist>에 수록한 'Over the Night'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숀 니콜라스 새비지의 앨범 <Other Life>, <Bermuda Waterfall>, <Other Death>, <Magnificent Fist>

그는 말 그대로 몬트리올 인디신의 인플루언서다. ‘요지경인 몬트리올 음악 허브’ 알부투스 레코즈의 중심인물이다. 이미 3년 전에 헌정 음반이 나왔다(대부분 같은 레이블 뮤지션들이 참여했지만). 우리나라에서 흥행한 캐나다 뮤지션을 몇 명 꼽아보자. 맥 드마르코, 그라임스. 그라임스는 알부투스를 거쳐 갔기에 관계가 있다. Alvvays와 함께 인기를 끄는 혼성밴드 TOPS나 맥 드마르코와는 아주 가깝다. 맥 드마르코의 영상에서 그가 괴짜 혹은 바보짓을 하고 있을 때 옆에서 부추기는 비쩍 마른 남자가 간혹 보이는데, 바로 SNS다. 헌정 음반 <TASTE OF SAVAGE>에는 몬트리올 인디신의 이런저런 밴드들이 참여했으니 이름을 따라 노래를 들어봐도 좋겠다. 총 17트랙의 트리뷰트 곡을 담은 <TASTE OF SAVAGE>를 무료로 들어볼 수 있다.

SNS의 ‘Bye Bye Bye’를 맥 드마르코도 불렀다. 맥 드마르코가 SNS인지, SNS가 맥 드마르코인지.

끝으로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캐나다 음반점에 이름을 물어도 물음표만 되돌아오던 인지도의 그가 solange의 새 음반에 노래를 보탰다. 코러스만으로 존재감을 확실히 어필한다.

Solange 'Where Do We Go' feat. Sean Nicholas Sav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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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매거진 <DAZED & CONFUSED>, <NYLON> 피처 에디터를 거쳐 에어서울 항공 기내지 <YOUR SEOUL>을 만들고 있다. 이상한 만화, 영화, 음악을 좋아하고 가끔 사진을 찍는다. 윗옷을 벗은 여성들을 찍은 음반 겸 사진집 <75A>에 사진가로 참여했다.
박의령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