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은 어느 해보다 한국계 미국인 여성 뮤지션들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재패니스 브렉퍼스트(Japanese Breakfast), 예지(Yaeji) 등 한국계 미국인인 이 젊은 뮤지션들은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스타일과 방식으로 자유롭게 활동하며 평단과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또한 그녀들은 서로 교류하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받고 있습니다. 엄청난 활약상을 펼치며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은 그들을 만나보겠습니다.

 

재패니스 브렉퍼스트(Japanese Breakfast)

미국적으로 느껴지는 ‘Breakfast’와 동양적인 느낌의 단어 ‘Japanese’를 합친 이름의 재패니스 브렉퍼스트는 펜실베니아 주 필라델피아 출신의 밴드 리틀 빅 리그(Little Big League)의 기타리스트이자 보컬리스트인 미셸 자우너(Michelle Zauner)의 솔로 프로젝트입니다. 16살 때부터 기타를 치기 시작한 미셸 자우너는 서울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입니다. 재패니스란 단어 때문에 일본인으로 오해를 받기도 하는 그녀는 공식 트위터 계정에 “나는 한국인입니다.”라고 적어 놓아 한국인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Japanese Breakfast 'Road Head'
1집 <Psychopomp> 앨범 커버

밴드 활동 중 암 진단을 받은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고향인 오레건 주로 돌아온 그녀는 가족과 함께 지내며 솔로 앨범 녹음을 시작합니다. 어머니가 사망하고, 2016년 4월 발표한 1집 <Psychopomp>은 밝은 팝 멜로디 위에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와 삶의 기쁨, 섹슈얼리티 등을 동시에 다루며 평단의 주목을 받습니다. 어머니의 젊은 시절 사진을 앨범 커버로 선택한 이 앨범은 어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아낸 개인적인 앨범인데 이 앨범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줄은 몰랐다고 합니다. 또한 그녀는 이 앨범의 성공이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활발한 음악 활동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Japanese Breakfast 'Everybody Wants to Love You'

2017년 7월 14일 레이블 데드오션(Dead Oceans)을 통해 발표한 2집 <Soft Sounds from Another Planet>은 롤링 스톤지(Rolling Stone), 노이지(Noisey), 스테레오검(Stereogum), 페이스트(Paste) 등 매체에서 2017년 올해의 앨범으로 선정 됐습니다. 부드러운 신시사이저와 몽롱한 기타 편곡 위에 펼쳐지는 키치한 보컬과 멜로디는 빛나는 동시에 여전히 슬프지만, 전작에 비해 한 단계 성숙해진 느낌을 줍니다. 올 한해에만 120번의 공연을 진행한 재패니스 브렉퍼스트는 올해의 마지막 투어 장소로 자신의 태어난 서울을 선택했습니다. 그는 첫 번째 내한 공연에 앞서 모든 걸 쏟아붓는 무대가 될 거라 말했고, 정말 후회없이 다 보여주었습니다.

Japanese Breakfast 'Full Performance'

 

예지(Yaeji)

예지는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디제이 겸 프로듀서입니다. 1993년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최근 몇 년간 하우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신인들 중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습니다. 뉴욕에서 태어나 애틀랜타로 이주해 살다가 한국과 미국을(잠시 일본학교까지) 오가며 살았는데, 그러한 복잡한 정체성이 그녀의 음악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스무 살 때 미국으로 돌아와 대학에서 회화와 개념 예술을 공부한 그녀는 그래픽 아티스트로 활동하며, 굉장히 다양한 요소들을 접목해 음악에 녹여냈는데 그러한 결과물들을 유튜브나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리며 인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Yaeji 'Raingurl'

올해만 두 장의 EP 앨범을 발매한 예지는 피치포크(Pitchfork) 등 매체에서 “독특한 질감의 사운드와 래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올해 가장 주목해야 할 신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됩니다. 그래픽 아티스트 겸 비주얼 아티스트로서 그녀는 시각적인 작업물을 다양하게 만들어내고 있으며, 그것들을 자신의 뮤직비디오에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예지는 한 인터뷰에서 음악이 아닌 것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몽환적인 색감과 오브제들, 독특한 라임의 래핑까지 그녀는 이상해 보이는 것들이라도 최대한 많이 시도해 본다고 합니다. 그렇게 충동적으로 부딪혀 창조해나가는 것도 작업 방식의 일부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엔 단순한 한글 가사의 독특함을 위해 음성학을 치열하게 연구하기도 하는 등 영민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Yaeji 'Drink I'm Sippin On'

그녀는 평범해 보이지만 특별합니다. 그리고 그녀의 음악은 기존에 듣던 음악과는 어딘가 다르게 조금은 독특하고 색다른 느낌을 줍니다. 딥 하우스 베이스에 힙합과 팝, 알앤비까지 두루 혼합되어 있지만 예지만의 개성이 곡에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계속 변화하고 발전하는 예지 역시 내년 1월 무라마사 내한 공연의 오프닝 게스트로 확정되어 내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유튜브에서만 보던 예지의 바이브를 직접 느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Yaeji at Boiler Room New York

 

Writer

지큐, 아레나, 더블유, 블링, 맵스 등 패션 매거진 모델로 먼저 활동을 시작했다. 개러지 록밴드 이스턴 사이드킥(Eastern Sidekick)과 포크밴드 스몰오(Small O)를 거쳐 2016년 초 밴드 아도이(ADOY)를 결성, 팀 내에서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다. 최근 첫 에세이집 <잘 살고 싶은 마음>을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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