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들>은 맑지만 외로운 ‘선’(최수인)과 비밀을 가진 전학생 ‘지아’(설혜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처음 접하는 여러 감정 속에서 흔들리며 자라나는 열한 살 소녀들의 이야기가 어른의 마음마저 사로잡았다. 이 사랑스러운 영화를 아직 못 본 사람과 한 번 더 볼 사람 모두를 위해, 두 번 봐도 좋은 <우리들>의 매력 포인트를 소개한다.

 

1. 각자의 열한 살을 소환하다

봉숭아 물을 들이는 선과 지아
<우리들> 스틸컷

우리는 열한 살을 거쳐 지금까지 왔다. 그렇기에 <우리들>을 보며 개인적이면서 보편적인 열한 살의 장면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친구와 미끄럼틀에 앉아 짝사랑하는 옆 반 학생 이름을 비밀스럽게 알려준다거나, 별것도 아닌 일에 서로 “진짜?” “진짜!” 하며 놀랐던 기억, 체육 시간 피구팀을 나눌 때 이름이 빨리 불리지 않아서 맘 졸였던 순간까지. <우리들>은 너무 흐려져 ‘존재하긴 했나?’ 싶은 각자의 어린 시절을 소환한다.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것, 이 영화의 첫 번째 미덕이다.

 

2. 어른에게 안기는 낯선 감정

<우리들> 스틸컷

지나온 시기는 미화된다. 이제 와 생각하면 막연히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것처럼 느껴지기에 십상. 영화에서 선의 엄마가 던지는 “요즘 애들 다 그래요.”라는 말이나, 아빠가 중얼거리는 “애들이 일 있을 게 뭐가 있어? 학교 가고, 공부하고, 친구들하고 놀고 그러면 되는 거지.”라는 말은 그 때문에 나오는 말일 테다. 이미 거쳐온 때는 아련한 감정만을 남기고, 그래서 ‘지금’ 그 시기를 거치고 있는 이들을 이해하는 건 쉽지 않다.
<우리들>은 어린 시절을 따뜻했던 때로 기억하던 어른들에게 충격을 안긴다. 어슴푸레했던 장면이 또렷해지며 그 나이에도 얼마나 어렵고, 무섭고, 골치 아픈 일이 많았는지 깨닫게 된다. 그리하여 비로소 이 영화는 ‘어린애들’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의 이야기가 된다. 이 영화가 오래도록 맘에 남는 가장 큰 이유다.

 

3. 2009년생 강민준이 알려주는 김치볶음밥 레시피

‘보라’ 역의 이서연 (제일 왼쪽)
<우리들> 스틸컷

<우리들>을 말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건 반짝이는 배우들. 선 역의 최수인이나 지아 역의 설혜인이 수없이 회자된 건 마땅한 일이고, ‘보라’ 역의 이서연과 ‘윤’ 역의 강민준 또한 빼놓아선 안 된다. 이서연은 “야, 근데 쟤 좀 이상한 냄새나는 것 같지 않아?”하며 친구 무리의 분위기를 순식간에 바꿔버리는 연기부터, 홀로 서럽게 우는 연기까지 능숙하게 해낸다. 보라를 마냥 미워할 수 없는 건, 이서연이 연기하는 보라의 어떤 얼굴에서 우리의 모습이 비치기 때문이다.

‘윤’ 역의 강민준
<우리들> 스틸컷

선의 동생 윤은 마냥 귀여운 동생인가 싶다가 막판에 관객의 머리를 띵하게 만든다. 영화 속에서 가장 어린 윤은 아무것도 모르기에 가장 중요한 걸 안다. 그리고 2009년에 태어난 배우 강민준은 이 결정적인 역할을 훌륭히 소화한다. 덧붙여 강민준이 김치볶음밥 레시피를 읊는 신은 <우리들>의 킬링파트. “먼저 햄을 안 넣고 먼저 김치부터 넣고 그다음에 햄, 그다음에 밥, 그다음에 김치, 그다음에 볶으고, 그다음에 섞어. 간단해~” 김치를 두 번 넣는 그의 레시피는 영화에서 확인하자.

<우리들> 예고편

 | 영화보기ㅣN스토어유튜브 |

 

Editor

김유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