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일렉트로닉 음악 프로듀서이자 DJ인 팻보이 슬림(Fatboy Slim)은 2010년 세 번째 스튜디오 앨범 <Halfway Between the Gutter and the Stars>를 발표했다. 이 앨범에 수록한 ‘Weapon of Choice’는 싱글로 발표되어 영국 싱글 차트 10위에 올랐으며, 스파이크 존즈 감독이 뮤직 비디오를 제작하며 더욱 유명세를 떨쳤다. 이 뮤직비디오는 이듬해 MTV 뮤직비디오 어워드에서 6개 부문을 휩쓴 후, 그 다음 해에는 아카데미 최우수 뮤직비디오 상까지 거머쥐었다. 케이블 뮤직채널 VH-1의 역대 뮤직비디오 차트 1위에 오른 화제작을 감상하자.

Fatboy Slim 'Weapon of Choice' MV

영화에서 많이 본 듯한 이 심각한 인상의 배우는 크리스토퍼 월켄(Christopher Walken)이다. <디어헌터>(1978), <배트맨 비긴스>(1992), <슬리피 할로우>(1999)로 대표되는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쌓았고,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은 개성 강한 배우다. 마피아 보스 같은 강인한 인상의 그가 갑자기 호텔 로비를 휘저으며 코믹한 춤을 선보이다니 잠시 놀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는 1950년대부터 나이트클럽이나 TV에서 탭댄스를 췄고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 활동한 전문 댄서 출신이다. 그렇지만 그는 일렉트로닉 음악에 맞춰 춤을 춘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고 자신과 잘 맞았다고 이 뮤직비디오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유명한 <디어 헌터>(1978)의 러시안 룰렛 장면
이 연기로 크리스토퍼 월켄은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Weapon of Choice’ 뮤직 비디오의 선풍적인 인기를 타고 수많은 패러디가 만들어졌다. 전 세계 TV쇼나 영화제 시상식에서의 패러디는 물론, 일반인이 만든 이색 패러디도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스웨덴의 한 TV 프로그램에서는 배우 미카엘 페르스브란트(Mikael Persbrandt)가 출연하는 패러디 영상을 만들었고, 영국의 코미디언이자 사회자인 로랜드 리브론(Rowland Rivlon)은 BBC 행사에서 패러디를 선보였다.

미카엘 페르스브란트의 ‘Weapon of Choice’ 패러디
로랜드 리브론의 ‘Weapon of Choice’ 패러디

스파이크 존즈 감독은 이 콘셉트를 한번 더 되살렸다. 그가 연출한 2016년 겐조(Kenzo)의 향수 신제품 캠페인 광고에서 모델이자 배우 마가렛 퀄리(Margaret Qualley)가 크리스토퍼 월켄을 대신했다. 마가렛 퀄리는 따분한 디너파티에서 잠깐 밖으로 나왔다가 갑자기 콘서트홀을 휘젓고 다니는 캐릭터를 연기한다. 음악은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동생인 뉴욕의 DJ 샘 스피겔(Sam Spigel)의 ‘Mutant Brain’으로 변경했다. 이 영상 역시 유튜브에서 1천 7백만 조회수를 넘어설 정도로 오리지널에 못지않은 화제작이 되었다.

겐조의 신제품 향수 캠페인 영상(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