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태평양 마리아나 해구에는 챌린저 딥이 있다. 지구에서 가장 깊다는 곳. 최대 깊이 11,034m. 에베레스트산을 거꾸로 집어넣어도 한참 남는다. 정체를 가늠할 수도 없는 심해(深海), 이곳을 탐사한 사람은 세 명. 그중에서도 깊은 바닷속을 직접 촬영하는 데 성공한 자는 오직 한 사람. 바로 <터미네이터> <타이타닉> <아바타>의 감독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이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딥씨 챌린지(Deepsea Challenge)’라 명명했고, 동료들과 함께 도전 과정과 결과를 <딥씨 챌린지>에 생생히 담아냈다.

‘딥씨 챌린지’ 잠수정에 탄 제임스 카메론 via ‘Indiewire’ 

 

사심으로부터 비롯한 역작

영화 <타이타닉>(1997)을 떠올리자. 정교하게 구현된 타이타닉호의 디테일, 침몰하는 배 안으로 들이닥치던 물의 공포, 물에 빠진 자의 눈에 들어온 컴컴한 바닷속 풍경까지. 이는 직접 바다로 들어가 난파한 타이타닉호를 탐사했던 제임스 카메론의 노력이 이뤄낸 결실이다. 영화감독으로서 철저한 준비 같지만, 그가 “<타이타닉>을 만든 진짜 이유는 실제 타이타닉호까지 잠수해 가보고 싶어서”라고 말한 걸 떠올려보면 단순한 직업 정신에서 비롯한 결과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실제 타이타닉호 모습 via ‘National Geographic’ 

그는 타이타닉호를 촬영한 후 바다에 완전히 몰입하게 되고, 침몰한 비스마르크호 탐사에 이어 마리아나 해구의 챌린저 딥까지 닿는다. 어릴 적 전설적 다이버 자크 쿠스토(Jacques-Yves Cousteau)의 쇼를 보며 우주와 바다, 대자연에 빠졌다는 제임스 카메론은 덕후가 무엇까지 해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살아 있는 예다.

 

비현실적 현실

<딥씨 챌린지> 스틸컷

<딥씨 챌린지>에서는 자신을 ‘Science Geek’이라 칭하는 제임스 카메론을 만날 수 있다. 만약 잠수정에 작은 결함이라도 있으면 순식간에 몸이 갈라져 버린다는 얘기에 ‘덕질을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것도 잠시, “두려움 속에 살면 결코 꿈을 따를 수 없다”는 제임스 카메론의 말에 감동이 밀려온다. 그리고 곧 그의 탐사를 응원하게 된다. 보는 사람도 잠수정에 탄 듯 생생한 영상과 사운드가 심장을 저민다. 제임스 카메론이 바닷속으로 깊이 잠길수록 우리 눈앞에도 별천지가 드리운다. 거대한 해삼, 기묘하게 생긴 해파리, 감독이 ‘심해 오이(Deepsea cucumber)’라 부르는 괴생물체(?)까지! 제임스 카메론은 그곳에서 새로운 생물 종(種) 68가지를 발견했고, 그중 몇 개를 <딥씨 챌린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요함을 넘어 우주 한복판인 듯 비현실적인 정적이 흐르는 심해를 만나는 건 분명 귀한 경험이다.

 

지루할 틈 없는 다큐멘터리

이 영화의 주된 이야기는 아니어도 눈길을 사로잡는 장면이 있다. 첫 번째는 롤렉스 시계의 위엄. 에베레스트 정상이나 로켓 비행기 안에서도 제대로 작동하며 성능을 뽐낸 롤렉스. 이번엔 딥씨 챌린지 잠수정의 원격 조종팔에 롤렉스 시계를 장착해 내구성을 시험했는데, 결과는 놀라웠다. 마리아나 해구, 수심 10,916m, 1제곱센티미터당 1톤이 넘는 엄청난 수압 속에서도 롤렉스는 평온했다. 심해에서도 롤렉스의 시간은 제대로 간다.

바닷속 롤렉스, 잠수정 로봇팔에 채워져 있다

두 번째는 제임스 카메론의 아내 수지 에이미스(Suzy Amis)의 담대한 매력. 그는 남편을 걱정하면서도, “두렵고 위험하다고 시도하지 않으면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로 격려한다. 마침내 마리아나 해구의 바닥에 닿았을 때, 제임스 카메론은 지구 가장 깊은 곳에서 아내에게 고백한다. “바다의 중심에서, 당신을 사랑한다(Love you too, baby. All the way from the heart of the ocean)”고.

수지 에이미스와 제임스 카메론
<딥씨 챌린지>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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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