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맨슨

2017년 11월 19일, 캘리포니아 인근 교도소에서 46년째 수감 생활을 하던 찰스 맨슨(Charles Manson)이 사망했다. 20세기 최악의 살인마이자 광적인 컬트 집단의 우두머리이기도 했던 그는, 1969년 추종자들과 함께 베벌리 힐스에 있는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Roman Polanski)의 집을 습격하여 그의 아내이자 배우인 샤론 테이트(Sharon Tate) 일행을 살해해 미국을 경악에 빠트렸다. 당시 피해자 샤론 테이트는 임신 8개월의 임산부였음에도 불구하고 살해 수법이 잔혹해 대중은 더욱 큰 충격에 빠졌다. 찰스 맨슨은 추종세력과 함께 연쇄 살인범으로 기소되어 사형이 선고되었고 종신형으로 감해져 장기 복역 중이었다. 

Charles Manson ‘Dianne Sawyer Documentary’

찰스 맨슨의 추종자가 교도소 안팎에서 몰려들었고, 이런 상황 덕분에 언론과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 역시 쏟아졌다. 추종 세력들은 복역 중인 그와 편지를 교환하고 홈페이지를 만들어 조직적인 활동을 펼쳤다. 한때 20대 여성과 옥중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이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이런 특이한 현상 때문에 그의 이야기는 자서전이나 다큐멘터리의 소재로 자주 활용된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차기작으로 맨슨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가 다른 흉악범이나 연쇄 살인범들과는 달리, 컬트 그룹을 몰고 다니며 언론과 미디어의 시선을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광적인 추종 세력, 맨슨 패밀리

찰스 맨슨은 직접 살인을 저지르기보다는 자신의 추종 세력들을 움직여 살해하게 했으나 마음에 들지 않을 땐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그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60여 명의 추종자 중 상당수는 젊은 여성이었다. 언론에서는 그들을 맨슨 패밀리(Manson Family)라 불렀다. 찰스 맨슨은 난교, 마약, 성경, 그리고 비틀스의 앨범 <The White Album>을 통해 그룹 활동을 이끌었고, 자신이 시키는 것은 무조건 따르도록 만들었다. 비록 그것이 잔학무도한 살인일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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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많이 알려진 맨슨 패밀리 사진

 

싱어송라이터의 재능

찰스 맨슨은 한동안 싱어송라이터가 되고자 고군분투했다. 밴드 몽키스(Monkees)의 오디션에서 탈락하기도 한 그의 기타 실력은 수준급이었다고 전해진다. 찰스 맨슨은 당시 스타 밴드 비치 보이즈(Beach Boys) 멤버들과 어울리며 10여 곡을 써주었다. 그는 특히 비틀스를 좋아하여 자신을 비틀스의 다섯 번째 멤버라고 떠들고 다녔으며, 음악으로 성공하지 못하는 데 분노했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 자택을 급습한 것도, 사이가 좋지 않던 음반 업계 관계자의 집으로 잘못 알아 벌어진 일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찰스 맨슨이 살인죄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던 1970년에 오버더빙을 통해 만든 그의 첫 음반 <LIE>가 발표되었다.

찰스 맨슨의 자작곡 음반 <LIE>(1970). 음반사의 유통 거절로 수백 장만 팔렸다

 

자칭 그리스도와 ‘Helter Skelter’

찰스 맨슨은 자신을 신의 아들 그리스도라 칭했고, 요한계시록의 예언을 비틀스와 자신으로 연결해 히피들 사이에 추종 세력을 늘렸다. 구원의 날이 오면 흑인이 세상을 지배하게 되고 흑인을 제거하는 전쟁으로 세상을 구원해야 한다는 교리를 퍼트렸다. 범행 현장에 피로 적어 남긴 비틀스의 노래 제목 ‘Helter Skelter’는 이 전쟁을 의미했다. 그는 1971년 살인죄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이듬해 캘리포니아주의 사형제도가 폐지되는 바람에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었다. 이 때문에 그의 추종자들은 찰스 맨슨이 신의 아들임이 확실하다고 멋대로 해석하기도 했다.

찰스 맨슨의 독특한 행동과 언행 10가지를 편집한 영상

 

히피 문화에의 종지부

1960년대는 히피 문화가 정점을 이루던 시기였다. 베트남 전쟁, 케네디 대통령 암살로 이어진 정치적 혼란기였고, 많은 젊은이가 의욕을 잃고 마약, 난교, 집단 히스테리에 빠지는 등 히피 성향을 띠게 되었다. 찰스 맨슨은 이러한 사회 분위기를 이용해 특유의 입담과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히피 그룹의 리더가 되었다. 살인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맨슨 패밀리의 젊은 여성은, 판사가 범행에 대해 후회하느냐 묻자 “네이팜탄은 베트남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나요?”라고 반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찰스 맨슨의 살인 사건은 미국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키며 히피 문화가 쇠락하게 되는 시발점이 되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2019년 맨슨 사건을 바탕에 둔 영화를 내놓기도 했다. 바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브래드 피트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마고 로비까지 출연한 초호화 캐스팅으로 시나리오는 타란티노가 직접 썼으며, 원래 2018년 여름 상영을 목표로 했지만, 제작자를 맡기로 한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행 스캔들이 터지며 상영이 늦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