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니메이션 <Wire Cutters>을 보면 9년 전 개봉해 감동을 주었던 디즈니 영화 <월 E>가 떠오른다. 황량한 행성에서 연을 띄워 태양광으로 충전하면서 광석을 캐는 귀여운 로봇이 주인공이다. 작은 로봇은 어느 날 자기와 똑같이 광석 캐는 일을 하는, 거구의 로봇을 만난다. 둘은 각자의 강점을 살려 협력하며 분업을 이루지만 이들의 협력이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분업은 필연적으로 분배라는 이해관계를 낳고 갈등을 빚게 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채프먼 대학교의 학생 잭 앤더슨(Jack Anderson)은 졸업을 앞두고, 2천 시간을 초 단위로 쪼개며 작품을 완성하였다. 시간의 반은 스토리를 만드는 데 사용했고, 나머지 CG 작업은 같은 과 학생들의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고생에 따른 보상은 충분했다. 서노마 국제영화제와 세실 어워드에서 수상했고, 영국 아카데미상 결선에 이름을 올렸다. 온라인에서는 천만이 넘는 조회수를 보이며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창작자가 밝히는 스토리 콘셉트는 간단하다. 한마디로 “우리 모두는 작은 것을 탐하여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임없이 망친다”는 명료한 메시지다. 두 로봇 또한 협력하여 캔 광석을 사이좋게 나눠 갖다가 마지막 작은 한 조각을 누가 갖느냐로 다투며, 그간 좋았던 관계를 일순간 파국으로 이끈다. 그리고는 영영 돌이킬 수 없는 화를 자초한다.
잭 앤더슨 유튜브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