쥘리에트 비노슈는 많은 이가 프랑스에 갖는 환상과 이미지, 곧 ‘사랑과 예술에 대한 열정’, ‘지성’, ‘우아함’ 모두를 갖춘 배우가 아닐까. 아버지가 조각가이자 무대감독 겸 배우였고 어머니 또한 선생님이자 배우였던 가정환경 덕인지 일찌감치 연기자를 지망해 그렇게 작금의 프랑스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가 되었다. 쥘리에트 비노슈의 연기 이력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그의 3대 국제영화제(칸 영화제, 베니스 영화제, 베를린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작을 통해 쥘리에트의 지난 연기와 사랑을 되돌아본다.

 

<세 가지 색: 블루>

Trois Couleurs Bleu | 1993 | 감독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 출연 쥘리에트 비노슈, 베누아 레전트, 플로렌스 퍼넬, 샤롯 베리, 헬렌 벤상, 필립 볼터, 클로드 뒤네톤, 위그 케스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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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색: 블루> 스틸컷

<세 가지 색: 블루>는 프랑스 국기인 삼색기(Le drapeauu tricolore)에서 영감을 받아 각기 자유, 평등, 박애에 대한 주제의식을 관철시킨 '블루(Bleu)', '화이트(Blanc)', '레드(Rouge)'의 삼부작 중 제1편으로 제작된 영화다. 영화에서 쥘리에트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편과 딸을 모두 잃고 혼자 남아 삶을 포기한 채 자살을 시도했으나 이마저 실패하자 그저 과거를 단절한 채 억지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주인공 줄리 역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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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색: 블루> 포스터 


슬픔을 마주하지 못하고 건조하게 삶을 이어가던 줄리가 우연히 생전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되면서 영화의 국면이 전환된다. 현실을 부정하고 과거로 돌아가고 싶게 만드는 끔찍한 괴로운 나날로부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추억이 오염됨으로써 줄리는 해방되고 자기 자신의 긍정과 사랑을 통한 자유를 맞이하는 것이다. 그는 절망과 허무로 채운 공허한 눈동자, 해방과 용기로 채워지는 생동하는 삶의 의지를, 세밀하게 조율된 카메라와 극적인 음악 속에서 열연하며 베니스 국제 영화제, 세자르 영화제 등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다.

<세 가지 색: 블루> 메인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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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리쉬 페이션트>

The English Patient | 1996 | 감독 안소니 밍겔라 | 출연 레이프 파인즈, 쥘리에트 비노슈, 윌럼 대포,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콜린 퍼스
<잉글리쉬 페이션트> 스틸컷 


<잉글리쉬 페이션트>에서 쥘리에트는 사랑하는 연인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듣고, 절친한 친구가 눈앞에서 폭사하는 참혹한 전시상황에 슬퍼하면서도 박애정신으로 환자를 돌보는 간호장교 한나 역을 맡는다. 얼굴이 다 녹아버릴 지경의 전신화상을 입고 기억마저 상실한 영국인 환자와 그를 돌보는 한나의 메인 줄거리를 축으로 하나씩 되살아나는 환자의 기억 속 이야기의 실마리가 전쟁의 생사를 뛰어넘는 지고지순의 사랑을 들려준다.
현재와 영국인 환자의 과거 기억이 교차하는 이 흐름 속에서 한나는 비록 주인공은 아닐지언정 영화의 주제의식을 처음에서 이끌고 끝에서 매듭지음으로써 영화 밖 관객의 입장과 일체가 된다. 사랑하는 이들을 모두 잃게 된다는 스스로의 징크스 안에 갇혀 환자를 간호하는 일에 더욱 몰두하던 한나는, 사랑의 파국을 두려워하면서도 결국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 속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주어진 사랑에 다시금 스며들게 되는 것이다. 자애(慈愛)와 사랑이 넘치면서도 불안에 떠는 한나의 연기로 쥘리에트는 베를린 국제 영화제 여자연기자상을 수상한다.

<잉글리쉬 페이션트> 메인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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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카피하다>

Copie conforme | 2010 | 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 출연 쥘리에트 비노슈, 윌리엄 쉬멜
<사랑을 카피하다> 스틸컷

<사랑을 카피하다>는 주인공 배우 두 사람의 연기로 꽉 찬 영화다. 영화의 원제는 '인정받은 복제품(certified copy)'으로, 영화 제목과 동명의 책을 쓴 영국인 작가 제임스 밀러(윌리엄 쉬멜)가 강연 및 사인회로 방문한 이탈리아에서 자기 작품을 좋아한다는 골동품 가게의 사장 엘르(쥘리에트 비노슈)와 반나절을 보내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름다운 이탈리아 투스카니 정경을 배경으로 주인공들은 처음에 단지 제임스의 작품 얘기로 가볍게 논쟁한다. "원본과 복제품의 차이는 무엇인지", 이를테면 "복제품에도 아우라가 있을 수 있는지"와 같은 개념적인 내용으로 대화가 열기를 띤다. 그러나 우연히 두 사람이 부부로 오해 받은 뒤 제임스와 엘르의 토론은 실제인지 역할극일지 모를 오랜 부부 사이 사랑 다툼으로 뒤바뀐다. 진짜(원본) 같은 중년 부부의 사랑을 복제하는 엘르, 그런 엘르의 연기를 연기하는 쥘리에트의 사랑에 대한 믿음과 열정을 바라보며 우리는 진실이 무엇이든 있는 그대로 영화 속에 빠져들게 된다.

<사랑을 카피하다> 공식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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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차분한 즐거움을 좇는다. 그래서 보고 들은 것과 일상에 대한 좋은 생각, 좋아하는 마음을 글로 옮긴다. 네이버 파워블로그를 수상했고,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웹진 <음악취향Y>, <아주경제> 신문 등에 글을 기고한다. 누구나 늘 즐겁기를 바란다. 너무 들뜨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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