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독립영화를 결산하는 독립영화 축제의 장, ‘서울독립영화제2017(SIFF2017)’이 11월 30일부터 12월 8일까지 열린다. 올해 공모 편수는 역대 최다인 1,237편을 기록했다. 이는 해마다 증가하는 독립영화를 향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준다.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독립영화에 집중하자는 올해의 슬로건 ‘MADE IN NOW’처럼, 상영작 111편은 형식의 다양성을 꾀하면서도 사회적 감수성을 놓치지 않은 작품들로 오늘날 시대의식을 확인하는 장이 되어줄 것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CGV아트하우스 압구정 3개관과 인디스페이스, 서울아트시네마 총 5개 관에서 서울독립영화제를 만나볼 수 있다.

배우 권해효와 방송인 류시현이 올해에도 어김없이 능수능란한 진행으로 서울독립영화제2017의 개막식 현장을 이끌어간다. 사진제공-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식 공연에 서는 9와 숫자들

11월 30일 오후 7시 CGV압구정에서 열리는 개막식 행사는 작년 <여자들>로 서울독립영화제를 찾았던 이상덕 감독이 슬로건 ‘MADE IN NOW’를 새롭게 해석한 개막영상으로 포문을 연다. 개막작으로는 독립영화 차기작 프로젝트 '인디프라이앵글2017' 선정작이었던 <너와 극장에서>가 프리미어로 상영된다. 여기에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모던록음반상, 최우수모던록노래상을 거머쥐며 한국 인디 신에 다분한 흔적을 새겨온 9와 숫자들이 개막식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상영작 111편 가운데 무엇을 봐야 할지 고민된다면 아래를 주목하자. 서울독립영화제 프로그램위원회 추천작 중, 놓치기 아쉬운 작품 6편을 꼽아 봤다.

 

<히치하이크>

정희재|2017|Fiction|Color|110min|경쟁장편

열여섯 살의 소녀 ‘정애’에게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한다. 오래전 집을 떠난 엄마에게 온 연락이다. 정애는 재개발을 앞둔 낡은 집에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정애는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엄마를 찾아가는 것이 자신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이라 생각하고 길을 나선다. 로드무비의 틀 안에서 목적지로 향하는 소녀의 여정은 자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꺾이고 갈라진다. 그때마다 소녀가 감행해야 하는 선택과 마음의 갈등이 이 영화를 상투적인 성장담에서 벗어나게 한다. 아역 배우 출신의 노정의가 소녀 ‘정애’ 역을 맡아 누른 듯 절제된 내면 연기를 선보인다.

상영시간표
12월 02일|14:20|CGV아트하우스 압구정(+GV)
12월 04일|14:30|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GV)
12월 05일|14:40|CGV아트하우스 압구정

 

<국경의 왕>

임정환|2017|Fiction|Color|118min|새로운 선택

영화를 공부하는 ‘유진’(김새벽)과 ‘동철’(조현철)이 유럽의 도시를 여행한다. 각자의 여행길에서 그들은 낯선 거리와 뜻밖의 사람, 오래된 예술품들을 만난다.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사건이 흘러가며 미스터리한 상황을 맞기도 하는데, 일부는 유진과 동철이 구상하는 시나리오 속 이야기인 것 같다. 인물 간의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진짜와 가짜, 의심과 신뢰 사이에 긴장이 느껴진다. 무엇이 영화이고, 무엇이 현실일까? 재미난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아기자기한 상황과 더불어 김새벽, 조현철 등 독립영화가 사랑하는 배우들의 반가운 얼굴을 만날 수 있는 작품.

상영시간표
12월 01일|17:30|CGV아트하우스 압구정(+GV)
12월 03일|12:00|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12월 05일|20:00|CGV아트하우스 압구정(+GV)

 

<굿바이 마이 러브, NK>

김소영|2017|Documentary|Color|89min|초청 장편

1958년, 모스크바 영화학교에서 유학하던 8명의 북한 청년들은 김일성 체제를 비판하고 고향을 떠나 망명한다. 영화는 유라시아 등지에서 힘겨운 망명 생활을 버티며 예술가로 살아남은 이들의 기억을 쫓는다. 이방인으로서 꾸려온 중층적인 삶의 궤적이 모스크바에서 카자흐스탄에 이르는 풍광을 배경으로 담담하게 흐른다. 유라시아의 고려인 망명 삼부작 중, <눈의 마음: 슬픔이 우리를 데려가는 곳>(2014), <고려 아리랑: 천산의 디바>(2017)에 이어지는 영화.

상영시간표
12월 03일|15:20|CGV아트하우스 압구정(+GV)
12월 05일|11:00|CGV아트하우스 압구정
12월 06일|15:00|시네마테크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GV)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이광국|2017|Fiction|Color|107min|초청 장편

애인에게 버림받고 대리 기사로 일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남자 ‘경유’(이진욱). 한때 그의 꿈은 작가였다. 그 시절 남자와 연애를 했고 지금은 작가로 화려하게 데뷔한 여자 ‘유정’(고현정). 하지만 정작 글은 쓰지 못한 채 술만 마신다. 둘은 우연히 재회하지만, 이들의 새로운 여정은 어쩐지 전보다 더 외롭고 쓸쓸하기만 하다. 이광국 감독이 전작들에서 보여준 여러 겹의 이야기 구조가 이 영화에서는 군더더기 없이 단순하고 명징하게 펼쳐진다. 각각 대리 기사와 알콜릭 작가로 분한 이진욱과 고현정의 단단한 연기가 극에 무게감을 더한다.

상영시간표
12월 01일|12:00|CGV아트하우스 압구정(+GV)
12월 03일|17:40|CGV아트하우스 압구정(+GV)
12월 07일|17:30|CGV아트하우스 압구정

 

<소은이의 무릎>

최현규|2017|Fiction|Color|108min|초청 장편

논두렁과 아파트가 공존하는 지방 소도시에 사는 여고생 ‘소은’. 비실비실 마른 체형에 실력도 별로지만 무작정 농구가 좋다. 농구공을 집은 지는 고작 1년이지만 남몰래 프로선수를 꿈꾼다. 그런데 현실은? 늘 선수가 부족한 학교의 농구부는 지역 예선에 엔트리 제출조차 못 할 신세다. 그러던 어느 날, 한때 반짝 잘 나가다 몰락한 영화배우 ‘유진’과, 그의 팬인 남고생 ‘용식’이 소은의 삶에 등장한다. 이제 소은의 시간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한다. 언뜻 보면 평범한 성장드라마의 외피에 놓여있지만, 영화 속 소은의 캐릭터는 남다르다. 소은이는 스포츠에 도전하는 여고생으로서 자신의 꿈을 주체적으로 설정한다. 명확한 자아를 가진 소은이의 꿈과 활력, 고민과 도전이 담긴 작품.

상영시간표
12월 02일|12:50|시네마테크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GV)
12월 05일|20:00|CGV아트하우스 압구정(+GV)
12월 07일|11:30|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산나물 처녀>

김초희|2017|Fiction|Color|28min|초청 단편

미지의 행성에서 날아온 노처녀 ‘순심’(윤여정)과 숲속에서 홀로 살아가는 ‘달래’(정유미)가 각자의 짝을 만난다는 이야기. 동화 같은 설정이 친근하지만, 곳곳에 황당한 설정이 깨알같이 박혀 있다. 여기에 맛깔스러운 대사와 배우들의 천연스러운 연기가 만나 독특한 코미디가 전개된다. 70세 순심의 귀여운 이미지, ‘선녀와 나무꾼’의 뒤바뀐 성 역할, 연극적인 소품과 의상, 자유분방하고 개성 넘치는 시나리오와 연출이 근래 보기 드물게 독특하다. 윤여정, 정유미, 안재홍 등 배우들의 완전히 색다른 이미지 엿볼 수 있는 사랑스러운 작품.

상영시간표
12월 02일|24:00|CGV아트하우스 압구정
12월 03일|13:00|CGV아트하우스 압구정(+GV)
12월 05일|20:20|시네마테크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GV)
12월 07일|12:30|CGV아트하우스 압구정(+GV)

 

서울독립영화제2017
The 43nd Seoul Independent Film Festival

일시 2017년 11월 30일(목) ~ 12월 8일(금)
장소 CGV아트하우스 압구정, 인디스페이스, 서울아트시네마
부대행사 개막식, 토크포럼, 시네토크, 폐막식
홈페이지 http://www.siff.or.kr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siff.kr

 

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