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위아더나잇. 왼쪽부터 김보람, 함필립, 황성수, 함병선, 정원중. 이미지 출처- 위아더나잇 페이스북

함병선이라는 뮤지션을 설명하려면 우선 밴드 ‘위아더나잇(We Are The Night)’부터 짚어야 한다. 펑크록 밴드 로켓다이어리(Rocket Diary)의 새로운 프로젝트로, 2013년 새 출발을 선언한 위아더나잇은 일렉트로닉 팝 장르의 음악을 감성적인 가사와 편안한 어쿠스틱 사운드로 풀어내며 여기까지 왔다. ‘감성적인 밤을 노래하는 밴드’라는 수식이 언뜻 던져주는 달달하고 간지러운 이미지와 달리, 이들의 음악에는 보다 깊고 선명한 이야기와 감정들이 숨어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삶을 재미있는 시각으로 비틀고 뒤집는 위트와 너그러움도 함께 녹아 있다. 감성 일렉트로닉이라는 양면적이고도 추상적인 두 단어의 결합처럼, 이들은 ‘진중한 것’과 ‘재미있는 것’을 음악과 비주얼로 두루 풀어낼 줄 안다.

위아더나잇 ‘있잖아’ MV
위아더나잇 ‘풍선껌’ MV

얼마 전 위아더나잇이 발매한 네 번째 스튜디오 앨범의 두 타이틀곡만 나란히 놓고 봐도 같지만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젊은 날’의 감성을 확인할 수 있다. 함병선은 그 속에서 팀을 이끄는 프런트맨으로 자리하며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든다. 어느 순간부터 그가 쓴 글을 밴드의 앨범 소개글로 싣는 것도 자연스러운 수순이 됐다. 앨범을 감상한 누군가의 시점에서 쓴 글이 아닌, 창작자의 시선에서 본인이 직접 경험하고 느낀 바를 담아낸 아련한 문장들은 위아더나잇의 음악을 한 번 더 곱씹게 하는 여운을 남긴다.

이렇듯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려운 다양한 작업을 펼쳐온 함병선은 인터넷에 뿌려진 수많은 영상 중 어떤 것을 보고, 어떤 영향을 받으며 삶을 다듬을까. 그에게 위로와 영감을 준 영상들이 여기 있다.

Ham Byungsun Says,

“간밤의 음주가 과했습니다. 모처럼의 주말은 몸을 추스르기에 바쁩니다. 보고 싶었던 영화에 집중할 자신이 없고 책을 펼치니 글자가 날아다닙니다. 나는 지금 생각을 쉬고 싶습니다.

오늘 한 일이라고는 거울을 보지 않고 외출하기, 집 앞 슈퍼에서 현금을 내고 라면 두 봉지 사 오기, 동네 공원에 모인 비둘기들의 움직임 바라보기, 떠나지도 않을 다음 주 제주도 항공권 가격 확인하기 등이 있습니다. 일요일 밤 10시, 나는 조금 이상한 것들을 보고 싶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세계에 대한 환상이 필요합니다.

조금 벗어난 어딘가에서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고 있지는 않을까? 제게 이러한 흥미로운 기분을 만들어주었던 영상들을 소개합니다.”

 

1. 서프 필름 <The Endless Summer>(1966) 클립 영상

동경하는 스포츠가 있다. 서핑이다. 몇 번 접해본 이후 그 매력에 빠져 잘 타보려 노력하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점점 오기에 가까운 도전의식이 생긴다. 이 영상은 서핑 관련 정보를 찾다가 발견한 오래된 다큐멘터리 필름의 클립이다. 감독 Bruce Brown과 두 명의 서퍼가 아프리카, 하와이, 호주, 타이티 등으로 서핑 트립을 떠나는 여정을 담았다. 옛날 작품이다 보니 저화질이지만, 오히려 특유의 거친 화면 질감이 미지의 세계 속 여름처럼 느껴진다.

 

2. 영화 <플레전트빌>(1999) 클립 영상

극 중 흑백 TV 시트콤 '플레전트빌'의 팬이었던 주인공 데이빗과 제니퍼는, 우연히 새 리모컨을 작동하다 화면 속 세계로 빨려 들어간다. 평화롭고 완벽해 보이는 흑백의 마을에서 데이빗은 사람들에게 현실의 욕망과 다양한 감정을 퍼뜨린다. 규칙과 질서가 깨지고 미처 몰랐던 감정을 느끼게 된 플레전트빌의 사람들이 서서히 본연의 빛깔을 발산하기 시작한다. 무지개가 혐오스러운 욕망의 상징이었던 곳. 사람들 간의 대립과 갈등이 마을에 혼란을 퍼트린다.

그렇다. 플레전트빌은 아름답고도 슬픈 이곳, 서울의 이야기다.

 

3. ‘쌈지사운드페스티벌’ 1탄~3탄(1999~2001) 하이라이트

처음 음악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 건 무대 위 뮤지션이 내뿜던 폭발적인 에너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무언가에 압도당하는 경험을 하고 나서다. 당시 인디밴드, 록 페스티벌이라는 생소하고도 낯선 문화에 충격을 받은 기억이 난다.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 1회부터 3회까지의 하이라이트 영상이다. 나도 언젠가 '숨은 고수'로 선정되어 무대에 서는 날을 꿈꿨지만 이루지 못했다. 기억하시나요?

 

4. 영화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2014) 공연 장면

오랜 시간 머릿속 잔상으로 남아있는 영화의 장면들이 있다. 짐 자무쉬 감독의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중 모로코에서의 공연 장면도 그중 하나다. 주인공 아담과 이브는 우연히 낯선 여성의 공연을 보고 매료된다. 이는 실제로 뮤지션이기도 한 Yasmine Hamdan의 곡 'Hal’이다. 영화의 독특한 감성과 음악이 만나 신비롭고 낯설게 다가왔다. 이 영상을 볼 때면 처음 외국 여행을 떠난 날이 기억난다. 새로움을 마주하는 것은 언제나 긴장과 흥분을 동반한다.

 

뮤지션 함병선은?

밴드 위아더나잇(We Are The Night)의 보컬.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든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함병선 인스타그램
밴드 위아더나잇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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