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테리어스 스킨>은 다루기 껄끄럽고 민감한 ‘아동 성폭행’ 소재를 극명하게 갈린 두 소년의 인생을 통해 파격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2005년 북미 개봉 당시 문제적 소재와 이색적인 미장센으로 영화계에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잔인하도록 슬프지만, 우리가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될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며 국내 미개봉에 대한 꾸준한 아쉬움을 남겨온 영화 <미스테리어스 스킨>은 그래서 2017년 국내 첫 정식 개봉했다. 온전히 작품 자체의 힘으로 이뤄낸 결과다. <미스테리어스 스킨>의 진가를 담은 장면들을 하나씩 만나보자.

 

<미스테리어스 스킨>

Mysterious Skin|2004|감독 그렉 아라키|출연 조셉 고든 레빗, 브래디 코베, 미셸 트라첸버그

어릴 적 기억의 일부를 잃은 ‘브라이언’(브래디 코베)은 사라진 다섯 시간에 대한 기억을 되찾기 위해 노력한다. 갈수록 선명해지는 의문의 잔상들로 괴로워하던 브라이언은 당시 자신이 외계인들에게 납치당했고, 급기야 기억상실증에 걸렸다고 믿기 시작한다. 결국 브라이언은 같은 야구팀 멤버였던 ‘닐’(조셉 고든 레빗)도 그날 그곳에 함께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내고, 사라진 기억에 대한 키를 쥐고 있을지도 모르는 닐을 찾아 나서는데.

<미스테리어스 스킨> 예고편

 

1. 원작 소설

영화는 1995년 출간된 스콧 하임(Scott Heim)의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각색했다. 아동 성폭행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그렉 아라키 감독은 사건 자체에 대한 추적이나 그로 인해 고통받는 주인공들의 치유 과정에 집중하지 않았다. 영화는 미화와 왜곡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통해 사건으로부터 멀리 도망치려 했던 두 소년이 어떻게 과거의 기억을 또렷하게 마주하는지, 또 그 경험이 이들의 인생에 어떤 비극을 몰고 왔는지 조심스럽게 바라본다.

 

2. 그렉 아라키 감독 최고의 작품

그렉 아라키는 음악과 색을 잘 쓰는 감독이다. 앞서 <리빙 엔드>(1992), <어디에도 없는 영화>(1997) 등으로 90년대 미국 인디 영화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그는 <미스테리어스 스킨>을 통해 사람들이 감히 말하기 꺼리는 예민한 문제를 끄집어내려 했다. 그렉 아라키 감독의 전매특허인 다채로운 비주얼과 이색적인 미장센은 마치 깊은 어둠 속 가느다란 빛줄기처럼 반짝반짝 빛나며 상처로 얼룩진 소년들을 적재적소에서 밝혀준다. 이 작품으로 제34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무비존상, 제31회 시애틀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안았다.

 

3. 조셉 고든 레빗의 숨겨진 걸작

조셉 고든 레빗에 대해 이야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작품이다. 11세에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1993)에 출연하며 할리우드에 입성한 그는 이 영화를 통해 아역 스타에서 성인 배우로 성공적인 업그레이드를 마쳤다. 물론 조셉 고든 레빗의 폭발적인 열연이 이 같은 성장을 단단히 뒷받침했다. 조셉 고든 레빗은 촬영 전부터 영화의 배경이 된 캔자스를 찾아가 원작자 스콧 하임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닐’이 되기 위한 노력을 쌓아갔다. 그 결과 이 작품으로 제31회 시애틀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안으며 연기 인생에 중요한 터닝포인트를 맞았다.

 

4. 아물지 못한 두 개의 비밀

이 ‘괴롭고 이상한 영화’는 끝까지 관객들을 놓아주지 않고 불편하게 만든다. 두 소년이 나란히 앉아 서로의 과거를 중첩하는 엔딩 신에서는 기어이 절망과 슬픔의 감정이 동시에 밀려온다. 이들이 어린 시절 겪은 사건은 분명 씻을 수 없는 상처다. 두 사람이 서로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위로뿐이라는 쓸쓸한 진실은 더 큰 절망으로 다가온다. 이 작품이 오랜 시간 동안 잊히지 않고 여전히 놀라움을 안겨주는 이유는 암묵적으로 금기시되었으나, 결코 회피할 수 없는 파격적인 소재를 그 어떤 미화나 자극적인 연출 없이 섬세하게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닐의 대사처럼 과거로 돌아가 모든 걸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두 소년은 상처를 입었던 그 장소에서 그저 침묵하면서 서로 용서하고 화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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