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는 시간이 고인다. 아직 그 가치를 믿는 사진가들이 있고, 그들은 여전히 사진을 현상한다. 조금 특별한 사진관 4곳을 만나자.

 

물나무

출처 ‘물나무’ 인스타그램

사진관  ‘물나무’는 서울 종로구 계동에 자리했다. 물나무는 흑백 즉석사진으로 특히 유명하다. 4년 전 이미 생산이 중단된 FUJI 사의 FP-3000B 폴라로이드 필름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지구 상 얼마 남지 않은 필름 위에 자신의 모습을 담는다는 것은 얼마나 낭만적인가. 이곳의 모든 작업은 아날로그로 이루어지는데, 이는 디지털 사진과 필름 사진의 줄기가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하는 김현식 사진가의 철학 때문이다. 그는 가장 자연스러운  ‘순간’ 자체를 찍고자 한다. 그래서 물나무의 사진에는 단순히 얼굴이나 함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사진을 찍던 날의 공기, 기분, 마음마저 다 담긴다.

위치 서울 종로구 계동길 84-3
영업시간 목~일, 공휴일 11:00~19:00
전화번호 02-798-2231
홈페이지 

 

 

등대사진관

출처 ‘등대사진관’ 페이스북

서울 용산구의  ‘등대사진관’은 습판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습판사진, 생소한 단어다. 습판사진(wet collodion process)이란 유리판이나 철판 등에 감광액을 바른 뒤 젖은 상태에서 촬영해 현상한 사진이다. 따라서 한 번에 딱 한 장만 찍을 수 있고, 사진을 얻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린다. 과정은 매우 까다롭지만 습판사진 안에는 보통 사진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다.

등대사진관의 습판사진, 출처 ‘등대사진관’ 페이스북 

등대사진관에서 찍는 습판사진에는 찍힌 사람이 살아온 세월이 그대로 드러난다. 얼굴에 패인 주름, 턱선 아래 그림자, 까슬한 피부의 결까지 보인다. 매끈하고 화사한 모습을 찍고 싶다면 이곳이 가장 좋은 답은 아니다. 그러나 걸어온 길과 시간이 들여다보이는 깊은 사진을 원한다면 등대사진관으로 가자.

위치 서울시 용산구 이촌로29길 21-14
영업시간 24시간, 연중무휴
전화번호 02-3785-3014
홈페이지 

 

 

석주사진관

출처 ‘석주사진관’ 인스타그램
출처 ‘석주사진관’ 인스타그램

대구 중구의  ‘석주사진관’은 흑백 필름과 클래식 카메라를 이용하는 흑백 필름 전문 사진관이다. 촬영 후 현상이 완료되기까지는 보름 정도가 걸린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밀착본이 나오면 다시 방문해 직접 확대경으로 보고, 그중 한 컷을 골라야 한다. 번거롭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막상 완성된 사진을 받아들면 그 수고로움마저도 추억으로 담겼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석주사진관에는 전시 공간이 마련돼 있다. 사진을 찍지 않더라도 전시된 흑백 필름 사진과 옛 사진관의 장비, 도구를 관람할 수 있다. 천천히 완성되는 것과 오랜 시간을 버텨낸 것, 석주사진관에서 만날 수 있는 두 가지다.

위치 대구광역시 중구 봉산문화길 17
영업시간 10:00~18:00 (월요일 휴무)
전화번호 053-621-6121
홈페이지 

 

 

춘몽

출처 ‘춘몽’ 인스타그램
출처 ‘춘몽’ 인스타그램

‘춘몽’은 전주한옥마을 앞 남부시장 안에 있다. 전주를 둘러본 다음, 전주의 기억을 저장하는 목적으로 이곳에서 사진을 찍어도 괜찮을 성싶다. 춘몽은 디지털카메라로 흑백사진을 찍어 인화해준다. 그래서 이것저것 준비하거나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 춘몽에서는 누구나 여행하듯 가뿐한 마음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사진관 오른쪽에는 작은 갤러리가 있는데, 주기적으로 주제를 바꿔 조그맣게 전시를 연다. 전주에 간다면 춘몽을 들르는 것도 좋겠다.

위치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1길 13-4
영업시간 13:00~20:00 (수요일 휴무)
전화번호 010-9789-6652
홈페이지 

 

메인 이미지 출처 '등대사진관' 페이스북 

 

 

Editor

김유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