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술사, 야만인으로 그려져 왔던 미대륙 원주민들의 ‘진짜 얼굴’을 그린 영화들. 인디언들의 고유한 문화가 백인들에 의해 짓밟히고 파괴된 슬픈 역사의 과정과 금광과 비옥한 땅에 눈이 먼 점령군에 맞서 끝까지 지켜내려 했던 휴머니즘을 통해 진정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돌아본다.

 

1. <아타나주아> 

Atanarjuat ❘ 2001 ❘ 감독 자카리아스 크눅 ❘ 출연 나타르 웅갈락, 폴루시 퀄리타릭, 루시 툴루가죽, 에이브러햄 울라요루루크

이누이트인이 이누이트어로 만든 최초의 영화. 감독은 물론 출연진 전원, 스텝의 90% 이상이 이누이트인으로 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한 정형화된 이미지를 탈피한 ‘진짜 이야기’를 담아냈다. 제54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신인감독상)을 차지하면서 평론가들의 찬사와 세계 영화계를 흥분으로 몰아넣었다.

스토리는 고대 이누이트인들의 전설에 바탕을 둔 서사영웅담에 기반하고 있다. 유목민들의 족장이 살해되고 무당의 모습을 한 악령이 부족인들을 둘로 갈라놓고, 오래 전 권력 다툼으로 밀려난 아버지를 둔 형제 이마크주아크(강한 자)와 아타나주아(빠른 자)의 운명이 변화하기 시작한다. 놓치지 말아야 할 명장면으로 주인공 아타나주아가 사냥에서 돌아와 잠든 사이에 습격을 당해 알몸으로 눈과 얼음의 땅, 북극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전력질주하는 장면이다. ‘가장 빨리 달리는 사나이'라는 이름 그대로 북극의 자연과 하나가 된 듯한 모습은 장엄한 감동을 자아낸다. 주인공을 제외한 배우들 대부분이 아마추어로 픽션 임에도 불구하고 다큐같은 묘한 아우라를 내뿜는데, 이는 영화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는 듯하면서도 독특한 흡인력을 보여준다.

ㅣ영화보기ㅣIsumaTV (FREE : english subtitles)

 

2. <내 심장을 운디드니에 묻어다오>

Bury My Heart At Wounded Knee ❘ 2007 ❘ 감독 이브 시모노 ❘ 출연 에이던 퀸, 애덤 비치, 어거스트 셸렌버그, J.K. 시몬스

“내가 아는 좋은 인디언은 모두 죽은 인디언이다.” 인디언 궤멸 작전의 지휘관인 백인 장군이 인디언에게 잔인하게 던지는 대사로, 백인의 오만함과 잔혹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점령군에 의한 아메리카 원주민 학살사건인 ‘운디드니 학살’을 다룬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비옥한 땅과 풍부한 금을 차지하기 위해 원주민을 잔인하게 ‘박멸’하는 과정을 그려내며 원주민에 대한 편견과 탄압의 역사를 재조명한다.

디 브라운의 동명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HBO에서 만든 TV 영화. 최고 작품상 등 에미상 6개 부문을 수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통찰력 있고 깊은 감명을 주며, 시각적으로 충격적이다' 라고 평하기도 했다.

 

3.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The Revenant ❘ 2015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츠 이냐리투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톰 하디, 돔놀 글리슨, 윌 폴터

실존인물인 ‘휴 글래스’에 대한 실화를 바탕으로 마이클 푼케가 쓴 소설 ‘레버넌트: 복수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동료들과 사냥 중에 곰의 습격을 받아 큰 상처를 입게 되는데, 동료 ‘피츠제럴드’(톰 하디)는 그를 배신하고 휴 글래스가 인디언 여인 사이에서 낳은 아들 ‘호크’(포레스트 굿럭)를 죽인 채 가버린다. 간신히 살아난 휴 글래스는 아들의 복수를 위해 처절하게 생존해 나간다.

이 영화는 원주민 학살을 통한 식민지 개척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당시 정복자들은 ‘인디언은 미개하다’고 주장하며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지만, 서로 공격하고 복수하는 백인들 간의 싸움을 보고 있자면 과연 그들이 말하는 ‘미개함’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레버넌트>를 말할 때 빠뜨릴 수 없는 한 가지. 바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다. 전세계가 염원하던(?) 레오의 오스카 수상이 이 작품으로 이루어진 것.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휴 글래스’의 생존을 위한 험난한 분투를 완벽히 재현하며 영화의 몰입도를 높였고, 결국 제88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다. 세계적 거장의 반열에 오른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오스카를 2년 연속으로 수상했다.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예고편

 

4. <작은 거인> 

Little Big Man ❘ 1970 ❘감독 아서 펜 ❘출연 더스틴 호프먼, 페이 더너웨이, 치프 댄 조지, 마틴 발삼

인디언 몰살의 역사를 블랙코미디로 다룬 영화로, 백인이지만 인디언에 의해 길러진 주인공 ‘작은 거인’(더스틴 호프만)이 지난 삶을 들려주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미 서부 개척사에서 가장 중요한 전투 중 하나인 ‘리틀 빅혼 전투’(1876년)도 언급된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보니와 클라우드)>를 연출하고 큰 성공을 거둔 아서 펜 감독이 만든 작품으로, 인디언 몰살 역사의 잔혹한 내용을 블랙 코미디로 풀어낸 수작.

주인공 ‘작은 거인’은 인디언들과 어린 시절을 보내지만 결국 서부의 총잡이가 되고, ‘리틀 빅 혼 전투’의 패배자로 유명한 커스터 장군을 만나게 된다. 주목할 만한 점은 커스터 장군, 와일드 빌 히콕 등 서부개척사의 주요 인물들을 우스꽝스럽게 그려내고 평화를 사랑하는 인디언 ‘샤이엔족’을 진정한 문명인으로 그려냈다는 점. 영화의 제목이자 주인공이 인디언에게서 받은 이름인 <Little Big Man>은 ‘작은 거인’으로 번역 되었지만, ‘리틀 빅혼의 사나이’(The man of Little big horn)라는 의미가 더 정확하다.

<작은 거인> 예고편

 

5. <라스트 모히칸> 

The Last of the Mohicans ❘ 1992 ❘감독 마이클 만 ❘출연 다니엘 데이 루이스, 매들린 스토우, 러셀 민즈, 에릭 슈웨이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지 전쟁 중 북아메리카에서 일어난 ‘프렌치-인디언’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 서구 열강에 의한 인디언 학살의 슬픔 보다는 ‘라스트 모히칸’의 마지막 사랑을 중점적으로 이야기한다. 촬영감독 단테 스피노티가 유려하게 찍어낸 미국 중부 원시림 풍경은 영화 감상의 묘미를 더한다. 이 원시림을 시종일관 뛰어다니는 멋진 주인공(다니엘 데이 루이스)를 감상하는 것도 놓칠 수 없는 재미.

원작은 미국 작가 제임스 페니모어 쿠퍼의 소설로, 인기에 힘입어 여러 번 영화화 되기도 했다. 감독은 범죄 영화로 액션 연출이 뛰어난 마이클 만이 맡았는데, 그는 영화의 원작을 읽어본 적이 없다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 방대한 양의 원작을 짧은 영화로 만들면서 스토리는 단순해 졌지만 전쟁에 대한 묘사나 당시 사용했던 제복, 총기류는 고증이 잘 된 편으로 평가받고 있다.

<라스트 모히칸> 예고편

 

6. <늑대와 춤을> 

Dances with Wolves ❘ 1990 ❘감독 케빈 코스트너 ❘출연 케빈 코스트너, 메리 맥도넬, 그레이엄 그린, 로드니 A. 그랜트

백인과 인디언 사이에서 주고받은 마음의 교류를 그려낸 서부극이다. 남북전쟁시대 북군의 백인 중위(케빈 코스트너)는 국경지대에서 혼자 남게 된다. 우연히 인디언들을 만난 그는 인디언들의 문화에 점차 동화되어 가고 ‘늑대와 춤을’이라는 인디언식 이름까지 받게 된다.

이전까지의 서부극과는 달리 인디언들이 그들의 언어로 말한다는 점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흥행에도 성공하여, 관객 사이에서 인디언식 이름을 짓는 것이 유행하기도 했다. 케빈 코스트너가 감독과 주연을 모두 맡았는데 제63회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까지 받았으니 명실상부 그의 리즈 시절을 대표하는 영화라 할 수 있겠다. 원작은 마이클 블레이크의 소설로, 백인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원작 소설을 다수의 출판 관계자들이 발매하기를 거부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늑대와 춤을>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