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로스앤젤레스에서 4명의 힙합 댄서가 의기투합하여 결성한 얼터너티브 힙합 그룹 파사이드(The Pharcyde)는 두 번째 앨범 <Labcabincalifornia>(1995)을 통해 네 곡의 싱글을 발표했다. 이 중 두 번째 발표한 ‘Drop’은 빌보드 랩 차트 5위에 오르며 히트를 쳤고, 이어 스파이크 존즈 감독이 독특한 콘셉트의 뮤직비디오를 발표하며 또 한번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먼저 작품을 감상해 보자. 어딘가 부자연스럽고 비현실적인 장면들을 언뜻 보게 될 것이다.

Pharcyde의 'Drop' 뮤직비디오

당시 화제가 되었던 이 뮤직비디오의 비밀은 무엇일까. 이 뮤직비디오는 처음부터 끝까지 멤버들이 뒷걸음치면서 촬영하였고 보여진 영상은 이를 거꾸로 돌린 것이다. 가장 큰 어려움이 있었다면 립싱크 입 모양을 맞춰야 하는 일이었다. 이들은 언어학자를 고용하여 필름을 반대로 돌렸을 때 들리는 의미 없는 말의 알파벳 조합을 그대로 읽으며 촬영하여 현실감을 더했다. 메이킹 영상을 보면 이 뮤직비디오의 비밀을 확실히 알 수 있다.

뮤직비디오 ‘Drop’ 메이킹 영상
'Drop' 촬영 당시의 오리지널 영상

필름을 거꾸로 돌려서 비현실적인 영상물을 만들어내는 아이디어는 이전의 뮤직비디오에서 몇 차례 시도되었지만, <Drop> 뮤직비디오만큼 완성도 있게 만들어진 작품은 거의 드물다. 덕분에 파사이드 멤버들이 무협 영화의 고수처럼 버스 위로 뛰어오르는 것 같은 무중력 효과를 이 뮤직비디오는 완벽하게 보여준다. 아니나 다를까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역량이 아낌없이 드러난 역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