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다양한 단편영화를 소개하는 온라인 플랫폼 씨네허브(CINEHUB)와 인디포스트가 손을 잡았다. 씨네허브X인디포스트는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 신진 감독들의 단편영화들을 발굴해 소개하고, 감독 인터뷰를 통해 영화의 전반적인 이야기들을 전하려 한다. 단편영화가 생소한 관객들에게 친절하고 쉬운 창구가 되어줄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얼마 전 인디포스트에서 짧게 다룬 바 있는 단편영화 <인형>이다. 시카고에서 영화를 공부한 노도연 감독의 첫 작품으로, 과도한 성형시술로 너도나도 비슷한 얼굴 모양을 갖게 된 사회의 획일성을 풍자한 판타지 영화다. 무엇보다 출연자들의 성형 후 얼굴을 CG 없이 오직 특수분장으로 처리하여 사실감을 높였다. 내밀한 주제를 상징하는 기괴한 장면과 그것을 뒤엎는 환상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단편영화 <인형>과 그 제작기를 담은 인터뷰를 지금 확인해보자.

 

<인형>

Human Formㅣ2014ㅣ감독 노도연ㅣ출연 김시연, 손진선, 강선희, 홍승일, 김애진, 허정도ㅣ11min

 

영화 리뷰

붉은색 벽지로 아름답게 꾸며진, 그러나 다소 어두운 조명의 방 한가운데서 어린아이가 그림을 그리고 있다. 곧 아이의 엄마가 얼굴이 가려진 채 화면에 등장하고, 아이는 조각같이 갸름하고 뾰족한 턱에 컬러풀하게 색칠된 눈을 가진 인물의 초상화를 엄마에게 보여준다. 극단적인 클로즈업과 부감 촬영, 어두운 조명과 붉은 배경으로만 꾸려진 침울한 미장센과 엄마의 얼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두 모녀의 다정한 대화에도 불구하고 음산한 분위기로 단편 <인형>은 시작된다.

불안감을 유지하는 지속적인 부감 샷, ‘인형’(김시연)을 제외하고 다른 인물들의 얼굴을 화면 밖으로 빼놓았다가 절묘한 타이밍에 마치 스매시 컷(Smach Cut)처럼 등장시키는 호러적 연출, 피를 연상시키는 붉은 빛의 미쟝센은 영화의 몰입도를 높이는 중요한 장치로 기능한다. 지금 여러 온라인에 공개된 이 작품은 제1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비롯한 여러 영화제에 초청 상영되며 끊이지 않는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감독이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면서도 이를 무겁지 않게 잘 풀어낸 덕분이다. 다음 작품은 또 어떤 반향을 가져올지 역시 기대해본다.

리뷰 이동준(씨네허브 STAFF)

 

감독 인터뷰

Q 이 영화를 제작하게 된 동기가 있나요?

지하철역에서 매일 마주치는 성형 광고를 보면서 소재를 떠올렸습니다. 당시 제가 일하던 광고 프로덕션 대표 정우석 PD님의 조언과 도움이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Q 제작 기간은 얼마나 걸렸나요?

촬영은 3일이었지만, 준비 단계와 후반 작업을 포함하면 거의 1년 가까이 걸렸습니다. 준비할 것이 많은 작품이었고, 후반 작업도 혼자 하다 보니 생각보다 오래 걸렸습니다.

 

Q 예산은 어느 정도 들었나요?

2천만 원 안팎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예산의 절반 정도가 특수 분장과 세트 제작에 사용되었습니다.

Q 어떤 카메라와 장비를 사용했는지 궁금합니다.

레드 스칼렛으로 촬영하였고, 달리와 지미집, 이지리그 등을 사용하였습니다.

 

Q 이 작품의 주제는 무엇인가요?

획일성을 요구하는 한국 사회의 모습을 과장된 우화의 형식을 빌려 표현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Q 촬영장소는 어디인가요?

질병관리본부 건물 내부에 작은 세트 두 개를 지어 ‘인형’의 방과 주방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 병설미디어고등학교, 대우건설 모델하우스에서도 촬영하였습니다.

Q 얼굴 가면 분장은 어떻게 하신 건가요? 디자인을 직접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디자인은 정현수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하였습니다. 얼굴의 모양을 스케치하고 3D 프로그램으로 모델링한 다음, 그 도안을 바탕으로 특수 분장 아티스트가 실리콘 가면을 제작하였습니다. 현장에서 배우들의 얼굴에 마스크를 부착하고 촬영 후 실리콘 가면의 결점을 지우는 CG 작업을 하였습니다.

 

Q 배우분들 캐스팅은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배우분들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여고생 역을 맡은 김시연과 손진선 배우는 오디션을 보러 먼 곳까지 와주었습니다. 엄마 역의 강선희 배우님도 오디션을 통해, 아빠 역의 홍승일 배우님은 미술 감독님의 소개로 만났습니다. 이외에, 평소 알고 지내던 김애진과 허정도가 출연해주었습니다.

 

Q 촬영할 때 가장 어려움을 느꼈던 장면이 있다면요?

주인공 ‘인형’이 골목길을 걷는 원테이크 신이요. 가랑비가 내리는 상황에서 조명을 설치하기가 힘들었고, 촬영 시간도 촉박하여 애를 먹었습니다. 가면을 배우 얼굴에 부착하는데 1시간 가까이 소요된다는 점도 촬영 현장에서의 중요한 변수였습니다.

Q 특별히 기억나는 촬영장 에피소드가 있나요?

엄마 역할을 맡으신 강선희 배우님께서 12시간 넘게 실리콘 가면을 쓰고 있어야 했습니다. 며칠간 피부트러블로 고생하셔서 지금까지도 매우 송구스럽습니다. 어린 여배우들이 가면 쓴 얼굴을 거울로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며 인지 부조화를 호소한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Q 아무래도 성형을 소재로 한 영화다보니 감독님께선 성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개인의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과도한 상술의 피해자가 되는 것은 조심할 필요가 있겠지만요.

 

Q 현재 기획하고 있는 다음 작품이 있나요?

<인형> 이후 2015년에 단편 <야경꾼>을 연출했고, 현재는 호러/심리 스릴러 장르의 첫 장편 시나리오의 초고를 수정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돌이켜보니 참여한 스텝 모두에게 유난히 어려운 작업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영화제에 상영되었어도 자신의 원래 얼굴을 보여주지 못했던 배우분들께 죄송한 마음입니다. 나중에 클로즈업 컷 많이 나오는 작품으로 꼭 다시 만나요.

인터뷰 홍걸희(씨네허브 편집장)

자료제공 씨네허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