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들의 아이디어는 끊임이 없어 만든 것들이 넘친다. 그런데 팔 곳이 없다. 각개전투다. 어디서 본 적 없는 독보적인 것들을 사고 싶은 사람은 많다. 그런데 어디 가서 사야 하는지 잘 모른다. 검색창을 파고 또 판다. ‘언리미티드 에디션(Unlimited Edition, 이하 UE8)’이 중요한 이유다. 주머니는 한정적이지만, 이 무한정의 가능성과 매력을 품은 것들을 한 자리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영감을 얻고 즐거울 수 있다. <인디포스트>가 국내 유일의 아트북 페어에서 건져 올린 월척들도 저마다의 개성으로 단단히 무장했다. 구매를 원한다면 홈페이지에 들러 보길 바란다.

▶ <인디포스트> UE8 관련 기사 '언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더 많이 알려진 아티스트들’ [바로가기
▶ <인디포스트> UE8 관련 기사 ‘여덟 번째 언리미티드 에디션으로 가는 친절한 통로’ [바로가기

 

‘코우너스(Corners)’ 부스, 장우철과 이차령의 사진집  

코우너스(@cornersinfo)는 리소그래프 인쇄소와 출판사를 운영하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다. 리소 인쇄로 가능한 사진 표현을 꾸준히 연구하기 위해 ‘Combination’이라는 포토진(Photo Zine)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다. 그중 <GQ> 피처디렉터이자 사진가인 장우철(@jangwoochul)이 오래 살아온 이화동의 방에서 빛과 정물과 사람을 기록한 <406 ho>, 특유의 대범하고 건조한 무드로 제주 바다의 푸름과 자국처럼 떠다니는 물결 위의 사람들을 찍은 사진가 이차령(@svsblue)의 <The coldest day of my life>는 매우 인상적이다. 선명하지 않은 리소 인쇄만의 방식이 되려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게 하고, 이윽고 보는 이 스스로 사진으로부터 몇 걸음 떨어져 다시 보게 만든다. 사진 자체가 발휘할 수 있는 현실과 초현실, 기록과 재해석 같은 이슈와는 별개로, 인쇄 방식으로 사진을 새롭게 인식할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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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버스(더 북 소사이어티)’ 부스, 코퍼라티바 크라터 인베르티도의 작품집 

2010년 서울에 설립한 서점이자 프로젝트 공간인 더 북 소사이어티(@thebooksociety) 부스엔 접하기 어려운 책들이 많다. ‘2016년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한 멕시코시티 콜렉티브 ‘코퍼라티바 크라터 인베르티도 (Cooperativa Cráter Invertido)’의 진(Zine)도 마지막 남은 한 권이었다. 이 발음하기 어렵고 이름도 긴 집단은 2014년에 설립한 작가, 문화생산자 콜렉티브로, 리소 프린팅 기계를 공유해 작가들의 책을 만든다. 현재와 역사에서 찾아낸 정치적·사회적 투쟁을 탐구한다고 하는데, 그런 깊은 함의 외 다만 마커 펜으로 그린 드로잉의 단순한 선, 멕시코 인디언의 얼굴 등이 중첩되며 패턴화한 덩어리, 국가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컬러만 보더라도 구매욕은 불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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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비스프레스’ 부스, 시라네 유탄포의 작품집과 엘비스프레스 백쌕

앨비스프레스(@on_reading)는 일본의 서점 겸 갤러리 ON READING이 2009년 1월 나고야에 설립한 독립출판 서점이다. 앨비스프레스 부스에서 구매한 것 중 하나는 현재 일본의 광고, 잡지 같은 각종 매체에서 활약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시라네 유탄포(Shirane Yutanpo, @yuroom) 의 작품집 <YUROOM GIRLS SHOW 2: MECHANISM OF GIRLS>. 슬프지도 즐겁지도 않은 한결같은 표정의 여성들이 귀엽고 섹시하게 지면을 채우는 게 웃기고 멋지다. 모노톤의 드로잉북 <MONO BOOK>으로 알려진 일러스트레이터 아오나 하야시(Aona Hayashi, @aonahayashi)의 ‘papier et dessin(종이 드로잉)’ 필치가 매력적인 패브릭 백쌕은 시크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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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기획’ 부스, 골든두들의 소설과 75A의 사진집

영기획(@younggiftedwack)은 올해 발매한 두 장의 앨범에 실험적인 시도를 가했다. 정우민과 박태성으로 구성된 부부 듀오 골든두들(Goldendoodle, @gldnddle)은 싱글 음원과 단편소설, 그림이 합쳐진 한 권의 책을 발표했다. 동봉한 다운로드 코드를 입력하면 골든두들의 신곡 ‘라운드 로빈’과 멤버 박태성이 쓴 동명의 단편소설 낭독 파일을 받을 수 있다. 소설은 동물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가 척박함으로 귀결하는 하나의 어른 동화와도 같다. 소시민워크(@sosiminwork)의 일원인 일러스트레이터 정소영이 그린 귀엽고도 쓸쓸한 삽화가 완성도를 더한다. 프로듀서 그레이와 싱어 오요가 만든 앨범 <75A> 또한 윗옷을 벗은 75명의 여성을 찍은 동명의 사진집 형태로 나왔다. 사진가 박의령이 찍은 75명의 여성이 주는 메시지는 자연스럽고도 의미심장하다.

<인디포스트> 관련 기사 ‘사진집 <75A>: 75명의 여성 A’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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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인아카이브’ 부스, [The missing tracks] 카세트테이프 

김해원, 최태현, 이민휘가 만든 총 9곡의 missing track을 들어보았다. 잃어버렸던 귀중한 보석을 찾은 느낌이다. 소장가치는 말할 것도 없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인디포스트> 기사를 참고하자.

<인디포스트> 관련기사 ‘영화음악이 담긴 [The missing tracks] 카세트테이프’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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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콥터레코즈+컬리솔레코즈+노뮤직’ 부스, 노뮤직X할로미늄X벰 티셔츠

404, 하헌진, 김일두, 위댄스, 오대리 등의 앨범을 발매한 레이블 헬리콥터레코즈를 필두로, 컬리솔레코즈, 디제이 집단 노뮤직, 얼마 전 프로덕션을 설립한 신도시까지 인상 깊은 작업을 하는 팀들이 모여 부스를 운영했다. 앨범, 아트북 등 다양한 물건들을 판매했는데, 그중 헬리콥터레코즈, 패션디자이너 이유미가 운영하는 브랜드 할로미늄(HALOMINIUM, @halominium), 티셔츠 같은 아티스트 굿즈를 한정으로 제작하는 벰(BEM, @bem_kr)이 협업해 만든 10가지 프린트 컬러의 티셔츠는 질감은 물론 핏이 매우 훌륭해 사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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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오브(PRISMOF)’ 부스, 매거진 3호 <프리즘오브: 화양연화>

한 호에 하나의 영화만을 다루는 비정기 매거진 <프리즘오브>(@prismof_magazine) 3호의 영화는 <화양연화>다. UE8에서는 그간 독립출판서점에서조차 구하기 힘들었던 1호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 편과 2호 <이터널선샤인> 편도 함께 판매했다. <프리즘오브>는 프리즘이 하나의 빛을 다양한 색의 스펙트럼으로 보여준다는 의미처럼,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글, 그림, 사진 같은 다양한 형태로 다룬다. 발간 당시 일찌감치 매진됐던 2호의 재발간 텀블벅 후원이 150%를 넘어서는 등, 매호마다 독특한 내용과 디자인으로 많은 이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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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파노라마’ 부스, 매거진 3호 <파노라마 463>

독립 건축잡지 <파노라마>(@magazine_panorama)는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건축잡지'를 내걸고, 서울의 버스 노선 하나를 정해 해당 노선에 존재하는 공간과 건축물들에 얽힌 이야기를 엮는다. 지금까지 총 5권을 발간했고, 올해 연도와 같은 버스 노선인 2016번 버스를 다룬 신간 5호 <파노라마 2016>을 UE8에서 처음 정식으로 공개했다. 위 사진에 있는 것은 2014년 발간한 3호로, 유일하게 한강을 두 번 건넌다는 463번 버스 노선에서 바라본 공간을 다룬다. <파노라마>는 건축 전문가든 비전문가든, 버스 창밖의 풍경을 즐기는 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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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엔 토스트가 좋아’ 부스, 리소 먼슬리 카드와 스티커 시리즈

‘겨울엔 토스트가 좋아’(@limpa.insta)는 각각 ‘Bright winter day’, ‘Stitch toast’, ‘Its s good day’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세 명의 일러스트레이터가 운영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이름이고, 귀엽게 ‘림파림파’라고도 부른다. (참고로 림파림파는 스웨덴에서 유독 춥고 긴 겨울에 두고 먹기 좋게 만든 호밀빵인 '림파빵'에서 따온 것이다.) 주로 그래픽, 일러스트 작업을 하며, 그것을 활용한 엽서, 스티커, 달력 같은 출판물과 그밖에 다양한 물건을 만든다. 림파림파의 언리밋 부스 벽면을 앙증맞게 장식하여 눈길을 끌었던 ‘리소 먼슬리 카드’는 월별로 다른 열두 가지 일러스트를 특유의 선명한 색감을 내는 리소그라프 방식으로 인쇄해 만들었다. 여러 일러스트가 담긴 ‘스티커 시리즈’는 다양한 질감의 종이에 인쇄하여 쓰임새가 많지만, 쉽게 사용할 수 없을 만큼 아기자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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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포인트’ 부스, 다양한 연필과 독립출판물 <털보고서> 

핀포인트 스튜디오는 다양한 주제의 출판물과 굿즈를 선보였다. 이곳에서 최근 기획한 '연필키오스크' 프로젝트는 연필에 대한 생각과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일환으로 다종의 연필 시리즈를 선보였다. 한편, 핀포인트에서 출판한 <브라북>과 함께 나란히 놓여 있던 <털보고서>는 단연 직관적인 이름으로 관심을 모았다. 양띠, 말띠, 뱀띠로 이루어진 크루 '양말뱀'이 제작한 독립출판물로, 말 그대로 사람의 ‘털’을 다룬 책이다. 삶에 있어 미운 털, 고운 털 다 박힌 '털'에 관해 이야기한다는 소개만큼이나 재치 넘치는 글과 그림이 가득하다. <털보고서>는 몇몇 독립출판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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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디브릭’ 부스, 독립출판물 <구구(9具) 프로젝트>

나무를 소재로 여러 가지 소품과 가구를 만드는 '루미디브릭'(@lumidibric)은 각기 다른 분야의 작가 아홉 명을 만나 그들이 사용하는 도구를 목공으로 만들고, 그 과정을 살피는 ‘구구(9具)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요리, 가죽, 원예, 그림 등 목공 이외 분야의 작가들이 어떤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관찰하고, 그것을 토대로 만든 목공품들의 제작과정과 작가들의 인터뷰가 책 <구구 프로젝트>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목공뿐 아니라, 도구를 사용하는 ‘수작업’ 전반에 관한 호기심을 채워줄 기발한 출판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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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네틱 파이브(MAGNETIC 5)’ 부스, 박 린의 <할머니의 요리책>

MAGNETIC 5(@magntic5_books)는 사진, 출판, 디자인, 예술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팀이다. 이들은 고전 인쇄 기법을 추구하며 레터프레스, 실크스크린 등으로 직접 책을 만든다. 올해 UE8에서 <둔촌아파트 구술집>, 사진집 <가구 산> 외에도 엽서, 꽃 봉투, 천 가방 등을 판매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할머니의 요리책>이다.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가 1년간 직접 쓴 메모와 육성녹음을 바탕으로 MAGNETIC 5의 구성원 박린이 만든 요리 그림책이다. 삐뚤빼뚤한 손글씨, 할머니의 음식을 먹으며 자라온 손녀가 이를 쉽고 자세히 풀어낸 그림은 존재만으로도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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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리홀(GLORYHOLE LIGHT SALE)’ 부스, 안경 닦이

빛에 관한 시각적 탐구를 ‘조명’으로 풀어내는 아티스트이자 제작자 글로리홀(@gloryhole_light_sales)은 조명이 가지는 미술과 상품 사이의 모호한 정체성을 고민하고 이를 조명 작업, 사진, 드로잉으로 풀어낸다. 부스에서는 <GLORYHOLE LIGHT SALES GUIDE BOOK 2015-2016>, 뱀 깃털 전구, 고양이 깃털 전구 등을 판매했다. 그중 글로리홀 패브릭과 스튜디오 오와이이(OYE)가 협업한 글로리홀 안경 닦이는 브랜드의 개성과 실용성을 두루 갖춰 안경닦이로 쓰기 아까울 만큼 탐나는 제품이다.

<인디포스트> 관련 기사 ‘빛나는 틈새 속으로 - 글로리홀 라이트 세일즈’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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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진희/Studio TUUP’ 부스, 천 달력

[Studio TUUP]과 부스를 함께 한 권진희(@jeenheekworks)는 그래픽과 일러스트 작업을 주로 한다. 부스에서는 자수를 새긴 손수건, 투사지에 리소그라피와 아크릴로 작업한 작품, 2017년 달력을 판매했는데 그중 새하얀 천(cotton) 달력이 눈길을 끌었다. 하나는 'To read too many books is harmful'라는 이름으로 달마다 책 읽는 자세를 다르게 그려 넣었고, 다른 하나는 ‘The grass is greener’으로 화분 대신 사람 머리를 그려 넣은 달력이다. 천이라 넘길 때 느낌도 좋고, 때가 묻어도 예쁠 듯하다. 아무 곳에나 놓아두고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질 것 같은 달력은 시니컬하면서도 단순한 그림이 매력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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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고치 매뉴얼’ 부스, 다마고치  

다마고치는 1996년 일본 반다이사에서 처음 만들어 세대를 거듭하며 사랑받는 외계생명체 육성게임이다. ‘다마고치 매뉴얼’은 일본어로 적힌 다마고치를 이해하기 쉽도록, 판매자가 직접 사용설명서와 공략집을 만든다. 부스는 색색의 다마고치는 물론 다마고치 뱃지, 에코백 등을 판매했다. 손에 쏙 들어오는 앙증맞은 다마고치와 친절하게 적힌 매뉴얼 책자가 여러모로 소장 욕구를 자극했다. 행사 이후에 열린 ‘다마레민! DIY 노이즈 머신 만들기’ 워크숍도 흥미를 끌었다. 

 

‘commune’ 부스, 아이카 히라노의 일러스트북

일본에서 온 Commune(@ccommunee)은 ‘Commune press’라는 이름으로 예술 잡지와 단행본을 만든다. 이들은 각종 행사에서 국내외의 신진 아티스트를 소개하고 작품을 큐레이션 한다. 2016년 2월에는 도쿄에 독립 잡지와 아트북을 판매하는 작은 서점을 열었다. Commune은 부스에서 일러스트 북, 사진집, 작가의 그림이 새겨진 티셔츠, 포스터 등을 판매했다. 그중 도쿄에서 활동하는 아이카 히라노(Aika Hirano, @aika_ahartworkds)의 <GAREDN>은 선과 색이 강렬하고 아름다워 오래 들여다보게 되는 일어스트북. 빛과 자연에 초점을 둔 테츠야 야마가와(Tetsuya Yamakawa, @Tetsuya Yamakawa)의 사진집 <at shallows>, <tenten>도 인상 깊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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