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우리에게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수도이자 문화, 경제적으로 세계 최대·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도시. 이곳 도쿄를 상징하는 메트로폴리스의 마천루와 역동적인 도시민의 삶, 다양한 이야기들은 이를 바라보는 이방인의 눈에도 신비로운 호기심과 흥미로운 공상거리들을 던져준다. 도쿄를 배경으로 외국인 감독들이 연출한 영화 3편을 통해 그들의 눈에 비친 도쿄만의 색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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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포스터

 

<도쿄!>

Tokyo! | 2008 | 감독 봉준호, 레오 까락스, 미셸 공드리 | 출연 아오이 유우, 카가와 테루유키, 타케나카 나오토, 카세 료, 후지다니 아야코, 츠마부키 사토시, 드니 라방

제목부터 노골적인 영화 <도쿄!>는 한국인 감독 봉준호와 프랑스 감독 레오 까락스, 미셸 공드리가 참여한 옴니버스 영화다. 첫 번째 이야기인 미셸 공드리의 <아키라와 히로코>에서의 도쿄는, 대도시 도쿄를 처음 방문한 시골뜨기 아키라(카세 료)와 그의 여자친구 히로코(후지타니 아야코)에게 꿈에 그리던 기회의 도시이자 동시에 발 뻗을 집 한 칸, 제대로 된 일자리 하나 구하기 어려운 삭막한 현실이기도 하다. 도시에서 방황하는 청춘의 일상 속에서 쓸모 있는 존재에 대해 고민하던 히로코가 맞이한 판타지적 결말은 미셸 공드리가 언제나 자랑하는 상상력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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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중 <아키라와 히로코> 스틸컷

레오 까락스가 만든 두 번째 단편 <메르드>는 괴상한 외모와 섬뜩한 행동으로 도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가 결국 체포되는 한 광인(드니 라방)의 이야기를 그린다. 광인의 변호를 자처한 프랑스 변호사로 인해 일사람들은 광인의 이름이 메르드인 것과 그가 도쿄와 일본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건네 받지만 이는 도쿄 시민과 일본인들에게 무척이나 모욕적인 말이었다. 과연 메르드의 정체는 무엇이며 그가 남긴 말의 의미들은 무엇일까. 일본의 지난 역사에 대한 풍자적 은유일 것이라는 추측만 남긴 채 영화는 충격적인 결말로 치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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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중 <메르드> 스틸컷

봉준호의 <흔들리는 도쿄>는 별나고도 예쁜 이야기다. '히키코모리'라는 당대 일본의 가장 대표적인 사회문제를 다루지만 히키코모리의 일상 사이로 만화 같은 몽상이 침투하는 순간을 마법처럼 그려냈다. 무려 10년 동안이나 히키코모리로 산 남자 주인공(카가와 테루유키)은 긴 시간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유리하여 일정하게 시켜먹는 배달음식의 배달원과 눈조차 마주치지 않는다. 그러나 11년째에 들어선 어느 날, 그는 피자 배달원 그녀(아오이 유우)와 눈이 마주쳤고 그 순간 일본은 지진으로 흔들린다. 히키코모리들로 가득 찬 텅 빈 도쿄, 그리고 히키코모리와 히키코모리가 만나는 아이러니하고도 극적인 순간을 이 영화는 놓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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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Lost In Translation | 2003 | 감독 소피아 코폴라 | 출연 빌 머레이, 스칼렛 요한슨, 지오바니 리비시, 안나 페리스, 하야시 후지히로

미국 감독 소피아 코폴라가 연출한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는 빛나는 세월의 중심으로부터 밀려난 중년배우 밥 해리스(빌 머레이)와 갓 결혼한 남편으로부터 안정을 얻지 못하는 샬롯(스칼렛 요한슨)이 도쿄에서 우연히 만나 서로의 외로움에 공감하고 끌리게 되는 내용을 그린다. 두 주인공에게 도쿄와 도쿄의 사람들은 마치 원제 속 길을 잃은 통역의 가능성처럼 지극히 낯설고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지만, 동시에 그 익숙지 않은 도쿄의 밤과 새벽이 주는 새롭고도 엉뚱한 경험은 두 사람에게 잘 된 통역 못지 않은 자연스러운 감정과 미묘한 끌림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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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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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Cherry Blossoms - Hanami | 2008 | 감독 도리스 되리 | 출연 엘마 웨퍼, 한넬로르 엘스너, 이리즈키 아야, 맥시밀리언 브럭크너, 나디아 울

독일 감독 도리스 되리가 그리는 도쿄는 전통과 현대의 현실적인 장면들이 혼재한다. 자식들을 전부 키워 베를린과 도쿄 등지로 독립시키고 인생의 마지막 여로를 앞둔 노년 부부 트루디(한네로르 엘스너)와 남편 루디(엘마 베퍼). 트루디는 의사로부터 남편이 얼마 살지 못할 죽을 병에 걸렸음을 알게 되고, 늘 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타지에 사는 자식들을 보러 가자는 여행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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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스틸컷

평생을 함께 한 배우자의 삶과 죽음 앞에 선 주인공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도쿄의 번화가는 너무나 화려하고, 거꾸로 한낮의 주택가는 텅 비어있기만 하다. 사람들의 바쁜 일상과 정신 없는 흥취, 화사한 벚꽃과 도쿄 사람들의 친절 속에서 주인공은 지난 기억과 작금의 외로움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채 도쿄에 젖어 들기로 한다.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공식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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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국적과 각양각색의 개성을 지닌 감독들의 작품임에도 도쿄가 지닌 화려함 이면의 처연한 소외의 감정과 그 속에서 움트는 아름다운 낭만은 한결같은 공통의 시각으로 드러나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누군가가 그리는 우리네 도시 혹은 도쿄는 남들과 다른 나만의 모습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이 누구나 이방일 수밖에 없는 이 거대한 도시에서 각자가 적응하고 살아남는 방식일 수도 있을 것이다.

  

 

Writer

차분한 즐거움을 좇는다. 그래서 보고 들은 것과 일상에 대한 좋은 생각, 좋아하는 마음을 글로 옮긴다. 학부 시절 네이버 파워블로그에 선정된 후 쓰기를 이어와 현재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웹진 <음악취향Y>, 잡지 <재즈피플>, 신문 <아주경제> 등에 글을 기고한다. 누구나 늘 즐겁기를 바란다. 너무 들뜨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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