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 등장하는 ‘딸바보’ 아빠들을 보며 늘 하는 생각. “우리 아빠랑 너무 달라!” 그런 비현실적인 아빠 말고, 보다 친근한 (?) 아빠들이 있다. 고집불통 아빠, 바람둥이 아빠, 악당 아빠, 심지어 가짜이거나 여자가 된 아빠 말이다. 우리 아빠는 그래도 나아, 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아빠들과 때론 아빠를 뛰어넘는 말썽꾸러기 딸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5편을 소개한다.

 

1.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 

Trouble with the Curve ❘ 2012 ❘ 감독 로버트 로렌즈 ❘ 출연 클린트 이스트우드, 에이미 아담스, 저스틴 팀버레이크, 존 굿맨

찌푸린 얼굴에서 완고함과 뚝심이 엿보이는 노인 ‘거스'(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야구 스카우터다. 좋은 야구선수 고르기는 자신 있지만, 정작 딸 ‘미키’(에이미 아담스)의 행동은 이해하지 못하는 아버지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거스와 미키의 부녀 관계는 9회말 2아웃 상태. 아빠가 자신을 멀리해 상처를 받으며 자란 딸과 거칠고 누추한 삶에서 딸을 벗어나게 해주고 싶었던 고집불통 아빠는 마지막 스카우트 여행에 동행하게 되며 그간 쌓인 원망과 서운함을 풀어 나간다.

“3할 타자가 되기 위해서는 10번 중 7번은 실패하는 거잖아요.” 영화 속 ‘조니’(저스틴 팀버레이크)의 말처럼, 거듭된 실패 이후 결국 화해하게 된 아빠와 딸의 역전극 과정이 월드 시리즈 만큼이나 흥미진진하다. 솔직하지 못한 아빠는 의도와는 반대로 딸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될 수 도 있다는 교훈도 기억해 두길.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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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페이퍼 문> 

Paper moon ❘ 1973 ❘ 감독 피터 보그다노비치 ❘ 출연 라이언 오닐, 매이들린 칸, 테이텀 오닐, 버튼 길리엄

진짜 부녀가 가짜 부녀로 함께 나오는 경쾌한 로드무비. 꼬마소녀 ‘에디’(테이텀 오닐)는 엄마의 장례식에 성경을 팔러 온 사기꾼 ‘모세'(라이언 오닐)를 만나게 된다. 에디를 유일하게 돌봐 줄 이모를 찾아가기 위해 모세와 함께 길을 나서게 되고, 그 과정에서 모세를 자신의 아빠라고 믿게 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주인공 모세역의 라이언 오닐은 당시 <러브 스토리>의 인기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스타로, 에디역의 테이텀 오닐의 실제 아빠라는 것. 딸 테이텀은 영화사에 아빠 라이언을 만나기 위해 들렀다가 제작자의 눈에 들어 캐스팅 되었다고 한다. 당시 두 사람은 라이언 오닐의 이혼으로 떨어져 산 지 5년 이상 된 상태였는데, 부성애를 갈구하는 극 중 에디의 모습에서 테이텀 오닐의 진심이 엿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영화로 테이텀 오닐은 최연소 아카데미 조연여우상(당시 10세)을 수상했다. 영화는 1930년대 대공황을 배경으로 촬영했고, 당시의 아름답고 우아한 흑백 필름의 느낌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페이퍼 문>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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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랑스런 남자>

Lovely man ❘ 2011 ❘ 감독 테디 소에리아트마자 ❘ 출연 도니 다마라, 라이하아눈

인도네시아에서 온 사랑스런 퀴어 영화. 부모의 이혼으로 아빠와 떨어져 살던 ‘자하야'(라이하눈)는 엄마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아빠’(도니 다마라)를 찾아 자카르타로 온다. 그런데 이 아빠, 이미 성전환 수술을 마치고 여자가 된데다 직업은 성매매. 문화적 충격과 종교적 반감에도 아빠와 딸은 만남을 지속할 수 있을까? 독실한 무슬림인 딸과 트랜스젠더 아버지는 갈등을 겪지만, 결국 아버지는 성 정체성 이면의 부성애를 발견해간다.

감독은 도쿄에서 태어나 전 세계를 돌다 인도네시아에 정착한 사람으로, 영화 속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세련되고 기묘한 서정성을 입혔다. 마치 소피아 코폴라 감독이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에서 했던 것처럼 말이다. 실제로 감독 역시 소피아 코폴라 감독이 도쿄를 관광객 시선이 아닌 아주 개인적인 방식으로 캡처한 것처럼 그도 자카르타를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랑스런 남자> 예고편

 

4. <슈퍼배드>

Despicable me ❘ 2010 ❘ 감독 피에르 코팽, 크리스 리노드 ❘ 목소리 출연 스티브 카렐, 제이슨 시겔, 미란다 코스그로브, 다나 가이어

악당 되기보다 더 어려운 아빠 되기! 각 나라를 대표하는 명소들을 한 번에 훔쳐버린 기상천외한 악당 ‘그루’는 세계 최고의 악당이 되기 위해 무려 ‘달’(하늘에 떠 있는 그 달 맞다.)을 훔치기로 마음 먹는다. 달을 훔칠 수 있는 최신식 장비를 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 소녀을 키우게 된 그루. 그런데, 목적과는 달리 오히려 아빠 역할에 매진한다.

<슈퍼배드> 하면 악당이 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귀여운 말썽꾸러기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기 스타 ‘미니언’ 군단부터 떠올리게 되지만, 세 딸을 키우면서 자신도 모르게 사랑을 배워가며 악당에서 아빠가 되어가는 그루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관람 포인트. 귀여운 미니언즈는 그 인기에 힘입어 스핀오프 <미니언즈>로 만들어졌다. 2015년에 개봉하고 전 세계 수익 10만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슈퍼배드>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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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포 엘렌>

For Ellen ❘ 2012 ❘ 감독 김소영 ❘ 출연 폴 다노, 존 헤저, 지나 말론

"갑자기 제 앞에 딸이 나타났습니다."

아직 철없는 자유로운 영혼의 기타리스트, ‘존 테일러’(폴 다노)는 이혼을 앞두고 부인에게 양육권을 모두 넘겨주게 된 상황이 된다. 그동안 남자의 인생에 있어 별로 생각지도 않았던 어린 딸의 존재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그는 어쩐지 여섯 살인 어린 딸과의 이별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별의 순간을 맞닥뜨리고서야 딸과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게 되며 그 과정에서 아빠가 되어가는 남자.

아빠로서의 두려움과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점점 딸에 대한 애정을 확인해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결국 또다시 떠나게 되지만, 부성애를 찾아가는 따뜻한 감동과 여운까지 남겨지는 영화다. 존 테일러를 섬세한 감정으로 표현하여 많은 찬사를 받았던 폴 다노와, 딸 ‘엘렌 테일러’ 역의 어리지만 성숙한 연기력의 셀레나 맨디고, 둘의 호흡은 영화 속 감동을 한층 더한다.

<포 엘렌>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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