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동생 류혜영이었다. 엄태화 감독의 단편과 장편영화에 출연하며 독립영화 팬들에게 일찌감치 사랑받아 온 류혜영은 2016년 1월까지 방영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히스테릭한 수험생, 동생 친구와 두근두근한 사랑에 빠진 법학도, 결국 결혼에 골인하는 검사 ‘성보라’를 맡아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올랐다.

그해 끝은 언니 류선영이 마무리했다. 11월 개봉해 눈에 띄는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팬층을 두텁게 쌓은 영화 <연애담>에서 류선영이 보여준 캐릭터와의 완벽한 교감은 그녀를 ‘2016년의 발견’으로 수식하는 데에 전혀 무리가 없다.

2016년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한 이 자매는 서로 똑 닮았다. 단순히 생김새만을 일컫는 것은 아니다. 오직 자신만이 소화할 수 있는 훌륭한 캐릭터를 선택하고 영민하게 자신의 길을 간다는 점도 포함한다. 지금부터 소개하는 영화는 류선영과 류혜영의 누구도 닮을 수 없는 매력이 가장 잘 반영된 작품들이다.

 

류선영의 <연애담>

Our Love Story ㅣ 2016 ㅣ 감독 이현주 ㅣ 출연 이상희, 류선영

‘지수’(류선영)는 연애에 능숙한 여자다. 자기의 ‘레이더’에 들어온 ‘윤주’(이상희)에게 다가가기 위해 기회를 적극적으로 만든다. 윤주는 지수와의 연애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지만, 혼란도 망설임도 없다. 그저 지수를 사랑하기 바쁠 뿐이다. 정작 이 과정에서 혼란스러워하는 건 지수다. 윤주가 다가올수록 지수의 망설임이 길어진다.

배우 류선영은 연애에는 능숙하지만, 상대에게 마음을 온전히 열지 못하는 지수의 표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보는 이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한다. 관객들은 지수가 윤주에게 다가설 때의 자신만만하고 거침없는 눈빛에 반하고, 자신도 모르게 받아왔을 상처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취하는 싸늘한 태도에 상처받는다. 그럼에도 지수를 미워할 수 없는 건, 그의 ‘밀당’이 타인의 감정을 가지고 장난치는 행동이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수의 전 ‘연애담’을 우리는 알지 못하지만, 류선영의 생각 많은 눈빛은 그의 이야기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끔 한다. 그녀의 ‘밀당’에 보는 이 모두가 흠뻑 빠져드는 이유다. 

영화 <연애담>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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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혜영의 <잉투기>

INGtoogi ㅣ 2013 ㅣ 감독 엄태화 ㅣ 출연 엄태구, 류혜영, 권율

배우 류혜영을 널리 알린 영화로, 엄태화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이 영화에서 류혜영은 낮에는 격투기를, 밤에는 ‘먹방’을 하는 ‘영자’를 맡았다. 고교생 영자는 학교에 친구 한 명 없는 외톨이다. 영자는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는 소녀처럼 보인다. 매서운 눈빛에 앙다문 입술은 남들이 쉽사리 접근할 수 없도록 단단한 벽을 쌓는 것 같다.

‘영자’는 마치 배우 류혜영을 염두에 두고 만든 캐릭터가 아닐까 싶을 만큼 꼭 어울린다. 류혜영은 어떨 땐 세상에 마치 자기 홀로 존재하는 듯 독보적인 분위기를 풍기다가도, 주변 사람들의 감정과 기분을 사려 깊게 살피는 듯한 표정을 내비치기도 한다. <잉투기>에서 소위 ‘잉여’로 불리는 이들이 ‘영자’의 주변에 몰려들 때, 류혜영의 고유한 매력은 그들의 행동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영화 <잉투기>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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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화 감독의 또 다른 영화 <하트 바이브레이터>(2011)를 보자. 마음 한구석이 시큰해지는 이 단편에는 류혜영의 망설이는 얼굴을 발견할 수 있다. 자신이 호감을 느낀 소년에게로 향하는 또 다른 좋아하는 마음을 놓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얼굴 때문에 그의 마지막 선택을 결코 미워할 수 없다. 이미 많은 걸 고심한, 선택은 온전히 자신의 것임을 동시에 이해하는 류혜영의 표정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영화 <하트 바이브레이터> 예고편

류선영과 류혜영은 저마다 다른 색깔을 가졌음에도 똑 닮은 구석이 있다. 자신의 선택지를 신중하게 응시하는 배우들이라는 점이다. 아직도 한국 영화계를 두고 “여배우가 기근”이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주저 없이 소개하고픈 자매들 아니, 배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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