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아티스트들은 재즈 스탠더드(Jazz Standard)로 통용되는 곡을 악보 없이 연주할 수 있도록 기본 멜로디를 항상 기억하여 협연을 하거나 때로는 청중의 즉석 신청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재즈 스탠더드는 대략 3천 곡 정도 된다고 하는데, 구전되는 옛 포크송에서 유래하기도 하며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삽입된 곡이나 재즈 뮤지션들이 직접 작곡한 곡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재즈 스탠더드 중 뮤지션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곡은 무엇일까? 레코딩에 가장 많이 선곡된 곡을 척도로 한다면, 바로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델로니어스 몽크의 ‘Round Midnight’ 이다.

가장 근래에 그루브 넘치는 곡으로 리바이벌된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버전을 들어보자. 2011년 27세의 나이로 요절한 그녀가 데뷔 무렵인 2004년에 싱글로 발표한 곡이다.

Amy Winehouse ‘Round Midnight’(2004)

듀크 엘링턴 다음으로 많은 재즈 스탠더드를 작곡했다는 몽크가 이 곡을 작곡한 시기는 20대 시절인 1940년 또는 1941년으로 전해지나, 10대 후반에 기본 멜로디를 이미 완성했다는 주장도 있다. 재즈 아티스트 사이에 구전으로 널리 퍼진 이 곡을 최초로 녹음한 사람은 작곡자인 몽크가 아니라 듀크 엘링턴 빅밴드의 스타 연주자에서 독립한 쿠티 윌리엄스(Cootie Williams, 1911~1985)라는 트럼페터이다. 몽크는 이보다 3년이 늦은 1947년에 되어서야 리더로 나서며 자신의 첫 앨범 <Genius of Modern Music: Volume 1>에 삽입하기 위해 이 곡을 녹음한다.

명곡 ‘Round Midnight’의 최초 녹음으로 유명해진 쿠티 윌리엄스 버전

이 곡이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몽크와 함께 콤보를 구성한 마일스 데이비스가 자신의 레퍼토리에 이 곡을 편입하면서부터다. 별로 사이가 좋지 않던 마일스와 몽크가 함께 연주한 이 곡은 1955년 ‘뉴포트 재즈 페스티벌’에서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냈고, 현장에 있던 콜럼비아 레코드 프로듀서가 반드시 이 곡을 마일스의 다음 앨범에 넣도록 계약서 조항으로 특별히 요구했다고 한다. 콜럼비아로 이적한 마일스의 첫 앨범 <Round About Midnight>(1957)의 타이틀곡으로 쓰였으며, 앨범 제목에 ‘About’을 넣어 지금까지 이 곡을 ‘Round About Midnight’으로 잘못 부르는 해프닝이 종종 일어나기도 한다.

마일스와 몽크가 함께 연주한 ‘Round Midnight’

이 곡은 프랑스 명감독 베르트랑 타베르니에(Bertrand Tavernier)의 클래식 재즈 영화 <Round Midnight>(1986)의 제목과 타이틀 송으로 쓰이면서 다시 한번 명곡임을 입증했다. 재즈 연주자 덱스터 고든(Dexter Gordon)이 주연을 맡아 피폐해진 재즈 스타의 삶을 연기했고, 허비 행콕이 음악 감독을 맡아 아카데미상과 그래미상을 받았다. 타이틀 송은 허비 행콕의 피아노 연주에 바비 맥퍼린(Bobby McFerrin)의 보컬로 허밍을 얹어 암울한 분위기의 편곡을 완성했다.

영화 <Round Midnight>의 타이틀 송

명곡 ‘Round Midnight’은 버니 해니건(Bernie Hanighen)이 쿠티 윌리엄스(Cootie Williams)와 함께 가사를 붙여 몽크와 함께 세 사람의 공동 크레딧으로 기록된다. 몽크 자신은 20회 정도 이 곡을 녹음하였으며 1993년 그의 퀸텟 녹음이 그래미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이제 이 곡을 작곡한 몽크의 연주를 들어볼 차례다. 재즈계에서 사라지기 수년 전인 1966년, 자신의 쿼텟을 이끌고 유럽 순회연주를 할 당시 노르웨이에서의 연주 실황이다.

델로니어스 몽크 쿼텟 ‘Round Midnight’(Norway, 19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