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라는 무거운 이름을 가졌지만,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는 미숙한 사람들이 있다. 그런 아버지 때문에 아들은 때론 고통 받고, 때론 슬퍼한다. 한때는 누군가의 철없는 아들이었던 아버지, 그리고 서툰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철없는 아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을 소개한다.

 

1. <빅 피쉬>

Big Fish ❘ 2003 ❘ 감독 팀 버튼 ❘ 출연 이완 맥그리거, 앨버트 피니, 빌리 크루덥, 제시카 랭

세일즈맨으로 평범하게 살아가는 ‘에드워드 블룸’은 (청년 역 ‘이완 맥그리거’, 노년 역 ‘앨버트 피니’) 입만 열면 8할이 거짓말, 2할이 과장이다. 그런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던 아들 ‘윌’(빌리 크루덥)은 아버지가 위독하단 소식을 듣고 고향에 찾아오고, 우연히 아버지의 거짓말이 진짜일 수도 있다는 증거를 찾아 내게 된다.

아버지의 허풍 속에 등장하는 환상과 모험은 화려하고 동화적이다. 대부분 CG로 이루어졌을 것 같지만 사실은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실제 세트를 마련해 찍은 장면이 더 많다. 특히 수선화 꽃밭에서의 러브신은 1만 송이의 수선화가 피어있는 실제 꽃밭에서 촬영한 것이라고 한다. 개봉 당시 ‘가장 팀 버튼답지 않은 영화’라는 평을 받을 만큼 영화는 기괴함보다 따뜻함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데, 그가 촬영 당시 맞이한 아버지의 죽음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대니얼 월러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빅 피쉬’는 낚시꾼들이 저마다 자신들이 잡은 고기의 크기를 과장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빅피쉬>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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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Like Father, Like Son ❘ 2013 ❘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 출연 후쿠야마 마사하루, 오노 마치코, 마키 요코, 릴리 프랭키

도쿄 중심가의 멘션에서 ‘료타’(후쿠야마 마사하루)는 아내 ‘미도리’(오노 마치코), 아들 ‘케이타’(니노미아 케이타)와 함께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울린 한 통의 전화. 사실 케이타는 병원에서 바뀐 아이라는 것이다. 료타 부부는 ‘낳은 아이’와 ‘기른 아이’ 둘을 놓고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1960~70년대 베이비붐이 일던 시절, 병원에서 바뀐 아이들이 종종 뉴스에 나오곤 했던 것이 영화의 모티브가 되었다면서 더불어 그의 딸 때문에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힌 적이 있다. 딸이 늘 바쁜 그를 손님이라고 생각해 “다음에 또 놀러 오세요" 라고 인사를 했는데 그에 충격을 받아 영화를 구상했다고. 개봉 당시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흥행에 성공했고, 2013년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당시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스티븐 스필버그는 작품을 극찬하며 직접 리메이크를 한다고 발표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톰 크루즈와 잭 블랙이 아버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농담을 던졌다는데, 실제로 이루어질지는 지켜볼 일이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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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자전거 도둑>

The Bicycle Thief ❘ 1948 ❘ 감독 비토리오 데 시카 ❘ 출연 람베르토 마지오라니, 엔조 스타이올라, 리아넬라 카렐, 지노 살타메렌다

오랜 실직 상태이던 주인공 ‘안토니오’(람베르토 마지오라니)는 포스터 붙이는 일을 구하고 자전거 한 대를 마련한다. 그러던 어느날 자전거를 옆에 세워 두고 일을 하던 도중에 도둑 맞는다. 몰래 자전거 하나를 훔쳐 달아나지만 이내 주인에게 붙잡히고 만다.

이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이탈리아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있는 그대로 투영한, ‘네오리얼리즘’(Neo-realism)의 대표작으로 사실적인 묘사, 비전문 배우, 길거리 촬영 등이 특징이다. 아들 역의 엔조 스타이오라는 거리의 부랑아였고, 감독은 당대 최고의 스타 캐리 그랜트를 기용하라는 제안을 거절하기도 했다. 이렇게 완성된 영화는 진짜 감동을 전달한다. 자전거 주인의 선처로 풀려난 아버지가 아들과 함께 걷는 마지막 장면을 눈여겨 보자. 수치와 절망감으로 흔들리는 아버지의 눈빛, 메마른 아버지의 손을 꼭 잡아주는 아들의 모습. 모두가 어려웠던 그 시절 아버지들의 초상이다.

<자전거 도둑>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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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로얄 테넌바움>

The Royal Tenenbaums ❘ 2001 ❘ 감독 웨스 앤더슨 ❘ 출연 진 핵크만, 안젤리카 휴스턴, 벤 스틸러, 기네스 팰트로

‘로얄 테넌바움’가의 세 자녀들은 어릴 적부터 유명한 천재였다. 하지만 아버지(진 해크먼)가 가족을 배신하고 떠나자 그들은 별 볼일 없는 어른이 된다. 어느날, 불치의 병에 걸렸다며 다 큰 자식들을 다시 한 집에 모은 아버지. 상처와 불신이 가득한 자녀들은 좀처럼 화해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다.

<로얄 테넌바움>은 10 챕터로 나눠진 소설을 하나씩 넘기는 것처럼 전개되는 스타일리쉬한 영화다. 또한, 철없고 무책임한 아버지 역의 진 해크먼, 진한 눈화장과 무표정한 얼굴의 기네스 팰트로, 루크 윌슨, 벤 스틸러 등 기대했던 이미지에서 벗어난 배우들의 대사는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낸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4)의 감독으로 잘 알려진 웨스 앤더슨의 독특한 가족 영화를 보고 싶다면 놓쳐서는 안되는 영화다.

<로얄 테넌바움>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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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

The Place Beyond the Pines ❘ 2012 ❘ 감독 데렉 시엔프랜스 ❘ 출연 라이언 고슬링, 브래들리 쿠퍼, 에바 멘데스, 데인 드한

부자 관계, 죄와 벌, 남자들의 멜로를 마치 한 편의 그리스 비극처럼 섬세하게 연출한 영화. 어린 시절, 아버지의 부재로 자신은 꼭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던 떠돌이 오토바이 스턴트맨 ‘루크’(라이언 고슬링)는 사고로 아들 ‘제이슨’(데인 드한) 곁에 남지 못한다. 반면 아버지의 충고와 사회적 수완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는 ‘에이버리’(브래들리 쿠퍼)는 정작 자신의 아들 ‘AJ’(에모리 코헨)에게 좋은 아버지가 아니다. 아버지를 그리워하면서도 증오하는 두 아들은 우연히 우정을 쌓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이들 아버지들이 악연으로 얽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일화로 배우 데인 드한은 본래 브래들리 쿠퍼의 아들 역을 제안 받았지만 본인이 끌리는 제이슨 역을 연기한 비디오를 보냈다고 한다. 감독은 건방지다고 생각하면서도 그의 연기에 설득 당했다. 전작 <블루 발렌타인>에 이어 다시 조우한 데릭 시엔프랜스 감독과 라이언 고슬링의 앙상블, 당시 헐리우드 대표 커플이던 라이언 고슬링과 에바 멘데스의 자연스러운 연인 케미도 빛을 발한다.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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