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여름 <새삼스레 들이켜본 무중력 사슴의 다섯가지 시각>으로 데뷔한 실리카겔. 이후 이 밴드는 우리의 눈과 귀를 황홀하게 해주었다. 브이제잉(VJing)과의 결합을 통한 ‘보는 음악’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데뷔 싱글부터 정규 앨범 <실리카겔>(2016), 파라솔과의 콜라보까지, 실리카겔은 자신들이 가진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증명해왔다. 2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인디 신에 제 자국을 명확하게 찍은 이들이 2017년 12월 2일 공연을 마지막으로 잠시 휴식에 들어갔다. 멤버 다섯 명(구경모, 김건재, 김민수, 김한주, 최웅희)의 입대로 모두가 제대할 때까지 활동을 중단하는 것. 실리카겔과 잠깐 안녕하며 지난 2년 동안 이들이 남긴 어떤 순간을 돌아봤다.

 

1. ‘어쩌다음악’ 실리카겔 편

한겨레 ‘재미진 일이 깨알 같은 ‘실리카겔’ [어쩌다음악#25]’

실리카겔에 대해 개괄적으로, 그렇지만 재미있게 알 수 있는 영상이다. 정규 1집 <실리카겔>(2016) 앨범 커버를 모든 멤버가 함께 그린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이들이 추구하는 스타일은 무엇이고 어떤 방식으로 작업하는지, 멤버 간 포지션과 개성은 무엇인지도 알 수 있다. (평소 무대 위에서 보기 힘든 VJing 멤버 김민영과 이대희의 이야기가 특히 반갑다.) 김한주는 실리카겔의 음악이 ‘리듬적인 쾌감, 그리고 압도되는 스케일에 대한 쾌감’을 준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이 영상이 주는 가장 큰 쾌감은? 마지막 부분에서 최웅희가 읊는 ‘실리카겔’ 4행시에서 느낄 수 있다.

 

2. ‘온스테이지’ 실리카겔 편

사진 출처 ‘네이버 온스테이지’
'9'
'sister'
'모두 그래'

실리카겔은 라이브를 직접 보는 게 제일. 하지만 여의치 않을 때는 이 영상이 답이다. 실리카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따라붙는 ‘보고 듣는 음악’이라는 설명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니까. 이들의 라이브를 볼 땐 공연장이 비좁다는 생각이 들기에 십상이다. 멤버 수가 꽤 많아서(그리고 이들이 모두 열심히 움직여서)이기도 하지만, 영상이 무대를 뒤덮으며 멤버들의 몸에 달라붙는 걸 보면 더 그렇게 느끼게 된다. 온스테이지는 고맙게도 실리카겔을 땅 위에서 놀게 했다. 지구 같지 않은 곳에 울려 퍼지는 노래와 대지 위에 흩뿌려지는 영상은 진짜 황홀하게 다가올 거다.

 

3. '2017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

트와이스, 볼빨간사춘기, 비와이, 줄리아드림, 실리카겔은 2017년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 후보였다. 그리고 실리카겔이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먼저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멤버들의 패션이 눈에 들어온다. 같은 밴드인데 공통점이라곤 없다. 누구는 가죽점퍼를 누구는 재킷을 누구는 한겨울에 입을 법한 패딩을 입었다. 압권은 수상 소감이다. 김민수는 누군가 실리카겔의 음악을 ‘귀 썩는 음악’이라고 평하는 걸 보았다며, 귀 썩는 음악을 하는 본인들에게 상을 주어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귀 썩는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 한 줄기 빛과 희망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의 성기완이 실리카겔에게 ‘Brave New Sound’라는 수식을 붙여줬다는데, 그야말로 용감하고 신선한 청년들의 용감하고 신선한 수상소감이다.

 

4. 실리카겔X파라솔

파라솔, 실리카겔 ‘Space Angel’ M/V
‘Space Angel’ Making film 
파라솔 X 실리카겔 '판'

파라솔과 실리카겔, 1년 차이로 데뷔한(파라솔은 2014년 7월, 실리카겔은 2015년 8월에 앨범 발매) 이 두 밴드는 2016년 첫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한다. 콜라보 이름은 ‘샴’. 파라솔의 나른하고 건조한 매력과 실리카겔의 신비로움은 언뜻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콜라보는 예상보다 훨씬 괜찮았다. 관객에게도 아티스트에게도 모두 즐거운 기억이 된 첫 콜라보 덕분에 두 밴드는 또 한 번 뭉치게 된다. 2017년 2월 함께 만든 음악 <Space Angel>을 발매 후 3월엔 합동 콘서트를 열었다. ‘Space Angel’의 첫 파트는 파라솔이, 두 번째 파트는 실리카겔이, 마지막 파트는 함께 만들었다. 분명 이질적인데 한데 모아놓아도 멋지기만 하다. ‘샴’은 음악 팬들이 기대하는 콜라보 중 하나가 되었다.

 

5. 뮤직비디오

‘9’ M/V
‘두개의 달’ M/V

뮤직비디오를 보면 실리카겔을 좀 더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본다고 완전히 알게 되는 건 또 아니다. 아무 생각 없이 보게 되는 뮤직비디오는 실리카겔의 이미지를 만드는 또 하나의 수단이다. 보고 난 후 ‘대체 뭘 본 거지?’할 순 있다. 그러나 이 밴드가 추구하는 느낌과 심상만은 오롯이 남는다. (‘sister’ 뮤직비디오는 네이버 링크를 통해 보면 된다.)

 

6. EP <SiO2.nH2O>

실리카겔은 휴식에 들어가기 전인 2017년 11월 7일 EP <SiO2.nH2O>를 발매했다. 타이틀이 정해진 앨범이라고는 하지만, 수록된 곡 모두 다르게 좋아서 가장 좋은 노래 하나를 꼽기 어렵다. 노래마다 멤버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이 앨범의 뮤직비디오는 총 다섯 개. 명확한 스타일을 지닌 다섯 명의 아티스트와 콜라보한 뮤직비디오는 저마다 다른 빛깔을 뿜어낸다. 실리카겔이 어서 돌아오길 바라게 되는 노래와 비디오다.

‘낮잠’ M/V
‘뚝방길’ M/V
‘불한당’ M/V
‘NEO SOUL’ M/V
‘그린내’ M/V

 

 

실리카겔 페이스북

메인 이미지 출처 ‘실리카겔’ 공식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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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