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퀴어 영화제인 서울프라이드영화제(이하 ‘SPFF’)가 오는 11월 2일부터 8일까지 일주일간 CGV명동에서 열린다. 올해 7회를 맞이한 SPFF는 매해 다양한 퀴어 독립영화들을 선별해 소개해왔다. 대중들의 접근과 이해가 비교적 쉬운 문화적 수단인 영화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성소수자들의 존재와 인권을 인식할 기회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번 SPFF는 특히 올해가 영국에서 동성애 처벌법이 폐지된 지 50년이 되는 해임을 언급하면서, 아직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만연한 국내 현실의 암담함을 다시 한 번 피력한다. 앞서 영화제는 어린아이가 군인을 끌어안는 모습을 공식 트레일러에 담아 올해 초 발생한 육군 동성애자 대위 구속 사건으로 상처받은 모든 이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SPFF는 더 많은 시민으로부터 따뜻한 연대의 손길을 기다리며 한층 든든한 작품들로 보답할 예정이다. 올해는 영화제 역대 최다 작품 수인 총 30개국 70여 편의 영화들을 상영하는 가운데, 그중 주목할 만한 장편영화들을 꼽아보았다. 성별, 연령, 국적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열려 있는, 말 그대로 ‘전체관람가’ 퀴어 영화를 소개한다. 연대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항상 열려 있다.
1. 스페셜 프라이드 섹션 : <톰보이>
올해 SPFF 스페셜 프라이드 섹션에서는 ‘프랑스 퀴어시네마 : 새로운 세대’라는 타이틀로 주한프랑스문화원과 함께 2000년대 이후 프랑스 퀴어 영화 특별전을 개최한다. 영화제 개막작이자 올해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영화 <120 BPM>을 연출한 로빈 캄필로 감독의 대표 전작인 <이스턴 보이즈>(2014)를 비롯한 다양한 프랑스 퀴어 영화 8편을 상영한다. 그중 전체관람가인 <톰보이>(2011)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성 감독 셀린 시아마의 작품으로, 앞서 베를린국제영화제 테디베어 심사위원상, 노스아이레스국제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받았다.
집 밖에서는 미카엘이란 이름으로 남자처럼 행동하는 톰보이 소녀 로레가 동갑내기 소녀 리사와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성 정체성이 남다른 어린 소녀의 심리를 세밀하게 풀어내면서도 가족 간의 따뜻한 드라마를 담은 영화로 어른 아이 모두 함께 보기 좋은 작품이다.
2. 핫핑크 섹션 : <올랜도>
핫핑크 섹션은 올해의 주목할 만한 이슈를 선정하여 그에 걸맞은 영화를 소개하는 부문이다. 앞서 공식 트레일러에서 언급했듯, SPFF는 큰 화제가 되었던 동성애자 군인 처벌 사건을 화두로 삼아 우리나라 군형법에서 명문적으로 존재하던 ‘동성애자 처벌법’인 ‘군형법 92조 6’의 폐지를 올해의 이슈로 선정했다. 그리하여 국내의 처지와는 다르게 동성애 처벌법이 폐지된 지 50주년을 맞이한 영국의 대표 퀴어 영화를 선별해 상영한다.
그중 영국 퀴어 영화 고전에 해당하는 <올랜도>(1992)에 주목해보자.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영원히 늙지도 죽지도 않고 400년을 살아 남성과 여성 사이를 오가는 인간이 된 올랜도의 이야기다. 시대와 성별을 뛰어넘어 어떠한 굴레에도 갇히지 않는 인간의 삶을 말하는 영화. 무엇보다 명배우 틸다 스윈튼의 연기와 아름다운 영상미가 훌륭하다.
3. 코리아 프라이드 섹션 : <열대야>
우리나라에서 새롭게 제작된 퀴어영화를 집중적으로 발굴 및 소개하는 코리아 프라이드 섹션의 작품도 주목해보자. 작년에는 영화 <분장>(2016)과 <꿈의 제인>(2016)으로 많은 호응을 얻었던 만큼, 올해 역시 국내 신예 감독들의 작품들을 엄선했다.
영화 <열대야>(2017)는 우리나라 퀴어 영화로는 드물게 파격적인 수위로 작년 영화제를 뜨겁게 달군 영화 <어느 여름날 밤에>(2016)를 연출한 김헌 감독의 신작이다. 형의 죽음과 관련해 형의 연인인 재희를 찾아 태국으로 간 주인공 민기, 그러한 민기와 가까워진 재희, 재희의 형제 태경, 이 세 사람을 둘러싼 삼각관계 로맨스물. 전작과 달리 차분한 분위기와 섬세한 연출로 세 남자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전체관람가 영화다.
4. 아시아 프라이드 섹션 :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
아시아 프라이드 섹션에서는 아시아 영화를 통해 우리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아시아 신인감독을 소개한다. 아시아 퀴어 영화의 대표적 특징은 이전처럼 성소수자 당사자가 주인공으로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방식이 아니라, 순수한 아이의 시선 등 제삼자의 관점을 통해 이야기한다는 것.
영화 <카모메 식당>(2006)으로 국내 관객들에게 익숙한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신작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2017)가 대표적이다. 트렌스젠더 여자친구와 함께 살고 있는 남자의 집에 어린 조카가 오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새로운 가족의 형태에 대해서 관객들에게 잔잔한 질문을 던진다.
5. 월드 프라이드 섹션 : <하트스톤>
월드 프라이드 섹션에서는 그동안 만나보지 못했던 다양한 비아시아권 퀴어 영화를 한데 모아 소개한다. 전 세계 주요 영화제에서 수상하거나 초청을 받아 작품성과 화제성을 두루 지니고 있는 작품들이다.
올해 상영작 중에는 2016년 베니스국제영화제 퀴어라이온상 수상에 빛나는 아이슬란드 영화 <하트스톤>(2016)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단짝 친구인 두 소년 사이에 존재하는 우정, 그 사이를 파고드는 사랑에 대한 호기심을 내밀하게 들여다보는 작품으로, 무엇보다 높은 하늘과 드넓게 펼쳐진 초원 같은 멋진 자연 풍광을 자랑하는 아이슬란드 마을을 배경으로 사춘기 소년들의 성장통을 아름답게 그려낸다.
2017 서울프라이드영화제
일시 2017.11.02~2017.11.08
장소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홈페이지 spff.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