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아버지를 기다리는 딸. 어린이, 학생, 여성, 어머니, 노인이 되었으나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 아버지를 떠나 보낸 언덕을 늘 자전거를 타고 찾아오는 딸의 모습 자체가 인생이다. 영화 내내 등장하는 자전거 바퀴는 쉴 새 없이 흐르는 삶을 의미하는 것일까? 결국 물이 빠진 바다에서 아버지가 타고 갔던 보트를 발견하고, 아버지와 재회하는 딸. 그 만남이 꿈인지 현실인지, 죽고 나서 인지 판단하는 건 보는 이의 몫이다.

 2000년 네덜란드의 애니메이션 감독 미카엘 두독 드 비트(Michael Dudok de Wit)가 만든 9분짜리 애니메이션 <아버지와 딸(Father and daughter)>은 ‘200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단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았고, 세계 유수의 영화제를 휩쓸었다. 화려하고 과장된 미국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최소한의 흑백 실루엣으로 자연 풍경 및 시간의 흐름과 캐릭터의 감정을 놀랍도록 섬세하게 표현했다. 

미카엘 두독 드 비트 감독은 1953년생으로 영국과 네덜란드에서 주로 활동하는 유능한 감독이다. 올해 열린 ‘제69회 칸영화제’에서는 장편 애니메이션 <붉은 거북(La tortue rouge)>으로 심사위원 특별상(주목할만한 시선)을 수상하며 새로운 애니메이션 세계를 일군 거장으로 올라섰다. 열대 섬으로 난파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그가 늘 생각하는 주제인 인간의 삶과 그 여정 속 이정표들을 헤아린다. 예고편을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