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겨울은 우리나라의 가을 같다. 그렇다면 대만의 여름은? 비가 자주 내려 다른 나라보다 또렷한 색채를 만날 수 있다. 푸름이 무성한 여름과 매섭지 않은 겨울을 이야기하는 건 대만의 로맨스 영화가 그런 기후와 꼭 맞게 청청하고 부드럽기 때문이다. 꾸밈없이 자연스럽고 순수한 대만 특유의 로맨스는 마치 하나의 장르처럼 영화팬들의 사랑을 받는다. 때론 손과 발이 오그라드는 유치함을 동반하지만, 이것 또한 대만 영화를 찾아보게 하는 묘미다. 화려한 볼거리와 자극적인 소재로 둘러싸인 극장가를 잠시 벗어나, 소박한 대만 로맨스 영화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가끔은 첨가물 없는 삼삼한 맛이 더 당길 때가 있고, 건강에도 이롭다.

 

<청설> 

聽說ㅣHear Meㅣ2009ㅣ감독 청펀펀ㅣ출연 펑위옌, 진의함, 천옌시

청각장애인 수영장에 도시락배달을 온 '티엔커'(펑위옌)는 그곳에 있던 '양양'(진의함)에게 첫눈에 반한다. 양양은 수영선수인 언니 '샤오펑'(천옌시)이 장애인올림픽에 나갈 수 있도록 뒷바라지하느라 아르바이트로 정신없이 바쁘지만, 점점 다가오는 티엔커에게 마음을 연다. 그러던 어느 날, 홀로 사고를 당한 언니가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게 되자 자책감에 휩싸인 양양은 티엔커를 멀리한다. 양양과 티엔커는 수화만으로 서로의 진심을 전할 수 있을까. 영화는 두 사람의 맑고 꾸밈없는 눈빛과 손짓을 통해 장애의 난관보다는 순수한 사랑을 얘기한다.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감정들은 더욱 진하고 뭉클하다. 대사의 대부분이 수화이기에 생기는 고요함은 인물 내면의 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게 만드는 힘이다.

<청설> 예고편

 

<별이 빛나는 밤>

星空ㅣStarry Starry Nightㅣ2011ㅣ감독 린슈유ㅣ출연 서교, 임휘민

부모님의 불화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13살 소녀 ‘샤오메이’(서교)는 힘들 때마다 곁에 있어 주던 할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생의 첫 시련을 겪는다. 샤오메이는 할아버지와의 추억의 장소에서 별을 보기 위해 가출을 결심하고, 유독 마음을 두고 있던 같은 반 전학생 ‘저우 위지에’(임휘민)와 함께 생애 첫 모험을 떠난다. 그렇게 시작된 소년과 소녀의 풋풋한 성장통과 첫사랑은 보는 이들을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시절로 이끈다. 동양의 장 자크 상뻬라 불리는 세계적인 동화작가 지미 리아오의 작품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별이 빛나는 밤>은 동화 구성단계부터 영화 제작을 염두에 두었던 지미 리아오의 의도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영화 곳곳에 아이들의 상상력으로 펼쳐지는 신비로운 장면들이 동화같은 분위기를 한껏 더한다. 모험을 마치고 어른으로 성장한 서교 역을 대만의 ‘국민 첫사랑’ 계륜미가 연기해 영화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한다.

<별이 빛나는 밤> 예고편

 

<그 놈, 그녀를 만나다>

南方小羊牧場ㅣWhen A Wolf Falls In Love With A Sheepㅣ2012ㅣ감독 허우 치얀ㅣ출연 만슈 지엔, 가진동 

자신을 떠난 여자친구를 찾기 위해 학원가 복사가게에 취직한 '텅'(가진동)은 복사를 하려고 집어 든 시험지에서 우연히 양 그림과 독백 한 줄을 발견한다. 그림은 근처 학원에서 보조로 일하는 '쇼양'(만슈 지엔)의 것. 텅은 양 그림 옆에 늑대로 등장해 대화를 끼워 넣고, 그렇게 계속된 쇼양과 텅의 낙서는 연재만화처럼 이어진다. 시험지 그림은 곧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두 사람은 서로의 존재를 찾기 시작하는데. 귀여운 낙서로 전개되는 양과 늑대의 로맨스는 아기자기한 재미로 가득하다. 특히 학원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대사들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젊은 세대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대만의 대표적인 로맨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꽃미남 배우 가진동과 수수한 매력의 만슈 지엔은 풋풋한 청춘들의 로맨스를 고스란히 소환한다.

<그놈, 그녀를 만나다> 예고편

 

<나의 소녀시대>

我的少女时代ㅣOur Timesㅣ2015ㅣ감독 프랭키 첸ㅣ출연 송운화, 왕대륙, 이옥새, 간정예 

유덕화를 좋아하는 지극히 평범한 여고생 '린전신'(송운화)은 잘생기고 모범적인 학생회장 '오우양'(이옥새)에게 푹 빠진다. 학교를 주름잡는 ‘학교짱’인 '쉬타이위'(왕대륙)는 얼짱 모범생 '타오민민'(간정예)을 짝사랑 중이다. 린전신과 쉬타이위는 서로 첫사랑을 밀어주자는 계획 하에 함께 다니지만, 사랑의 작대기는 마음대로 가질 않는다. 관객은 알고 두 사람만 모르는 첫사랑 밀어주기의 결말은 유치하리만큼 뻔하지만, 여지없이 사랑스럽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덕선이를 연상케 하는 여주인공이 안경을 벗자마자 예뻐질 거란 뻔한 사실을 알면서도 보게 하는 것이 곧 이 영화의 매력이다. 덕분에 지난 5월 개봉 당시 누적 관객 수 40만 명을 달성하며, 국내 개봉한 대만 영화 중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1994년 대만을 배경으로 한 추억의 소재들은 대만뿐 아니라 그 시절 우리나라 청춘들의 감성도 제대로 저격한다.

영화 <나의 소녀시대> 예고편

 

<카페6>

六弄咖啡馆ㅣAt Cafe 6ㅣ2016ㅣ감독 우자운ㅣ출연 동자건, 안탁령, 임백굉 

2016년 11월 개봉한 <카페6>는 ‘대만 청춘 로맨스’의 공식을 완벽하게 따른, ‘제2의 <나의 소녀시대>’로 불릴 만한 작품이다. 2007년 대만을 휩쓴 동명의 인기 베스트셀러를 영화화 했고, 원작자인 우자운이 직접 각색, 연출을 맡아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또한 대만 로맨스 영화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를 제작한 류명의,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제작진 허성위를 포함한 중화권 최고의 스태프들이 참여해 팬들의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카페6>는 1996년 대만을 배경으로 풋풋한 열아홉 살 청춘의 달콤 쌉싸름한 첫사랑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때 그 시절 청춘들이 이번에는 어떤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킬까. 올 겨울 극장에서 잊고 있던 순수함을 발견해보자. 잔잔한 여운을 이어줄 쿠키영상도 놓치지 말 것! 

<카페 6>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