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한국 영화계 한 켠을 빛나는 여성성으로 채우는 데 성공했다면, 배우 ‘한예리’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명실공히 대세로 자리 잡은 한예리의 풋풋한 얼굴과 목소리를 만나보자. 수수한 얼굴로 조곤조곤하게 말하는 여고생 한예리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끝내 이 여고생의 선택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잘 되길 바라>

Comradeㅣ2010ㅣ감독 이훈규ㅣ출연 한예리(김예리), 임성미, 박미리ㅣ20min

5년 전 탈북한 ‘효진’(한예리)과 ‘연주’(임성미)는 어엿한 남한의 고등학생이지만, 반 친구들에게 북한에서 왔다는 사실을 밝히는 것이 두렵다. 선생님의 권유로 둘은 친구들 앞에서 탈북 사실을 털어놓지만, 의외로 아이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한편, 홀로 외롭게 지내는 같은 반 친구 ‘정은’(박미리)을 보고 마음이 쓰인 효진은 정은을 챙기기 시작한다. 그것을 본 연주가 덩달아 왕따가 될 것이라며 정은이와 어울리는 것을 반대한다. 효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정은과 함께 다니지만, 점점 연주와 아이들이 자신을 피하는 것을 느낀다. 연주는 효진에게 왕따를 면하려면 점심시간에 정은이를 내버려 두고 자신의 무리로 오라고 귀띔한다. 그리고 다가온 점심시간. 식판을 든 채 고민하는 효진이 어떤 선택을 해야 좋을지, 보는 이의 고민도 깊어진다. 

효진과 연주가 반 친구들에게 탈북 사실을 털어놓는 자리에서 담임 선생님이 얘기한다. "내가 원치도 않았는데 어쩔 수 없이 정해진 것을 가지고 이렇다저렇다 평가하는 것은 잘못된 거야." 탈북민 친구를 편견 없이 대하는 아이들은 오히려 같은 반의 한 친구를 이유 없이 왕따로 낙인찍어 버린다. 그래서 영화의 메시지는 효진이 마주한 갈등이 탈북 청소년이 아닌 대한민국 청소년으로 향할 때 드러난다. <잘 되길 바라>의 영어제목 ‘Comrade’는 '동무'라는 뜻이다. 과연 북한에서 온 효진이 생각하는 동무는 우리나라 청소년에게 어떻게 해석될 수 있을까.

단편영화 <잘 되길 바라>는 한국교육개발원과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에서 지원하고 이훈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블랙딜>(2014),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2007) 같은 독립 다큐멘터리를 통해 주로 사회참여적 주제를 다뤄온 이훈규 감독이 탈북 청소년의 고민을 차분하면서도 분명하게 보여준다. 더욱이 올해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성장세를 증명한 한예리의 또렷한 연기가 몰입도를 더한다. 고등학생 효진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말간 얼굴이 ‘어느 누구도 아닌, 한예리’인 이유는 [인디포스트] 지난 기사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다.

(메인이미지=<잘 되길 바라>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