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방’이라는 단어는 오늘날에도 꽤 익숙하다. 대학로에 있는 ‘학림다방’을 들으면 그 친숙하고 오래된 풍경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몰론 인터넷으로 ‘다방’을 검색하면 원룸 시세나 계약 후기가 더 자주 나오게 됐지만, 오늘날까지도 몇몇 다방은 지나칠 법한 그 자리에 예스러움을 간직한 채 서 있다. 추운 겨울엔 세련되고 모자람 없는 카페 대신, 약간은 촌스럽지만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묘한 온기를 주는 옛 다방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주전자에서 끓어오르는 몽글몽글한 수증기, 오래되어 삐걱거리는 낡은 목조 바닥, 커다란 창틀과 커튼 너머로 보이는 풍경. 손때 묻은 공간은 카페와는 또 다른 훈훈함과 정겨움을 줄 것이다.

 

1. Since 1975, 신촌 ‘미네르바’


“클래식 음악보다는 커피 향이 더 인상적이고, 커피 향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커피를 끓이는 알코올램프였고, 그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구석 자리에서 눈을 감고 인상을 쓰고 있는 70년대식 낭만주의자들이었다.”
- 성석제 소설 <쏘가리> 중 미네르바를 묘사한 대목

1975년부터 이어온 신촌에서 가장 오래된 원두커피 전문점. 커피와 음악, 낭만이 있는 곳으로 알려지며 1970~80년대 대학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격자무늬 나무 창틀 사이로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내부는 오래된 식탁보와 둥근 테이블, 폭신한 소파, 목조로 장식한 벽과 바닥 등으로 이루어져 따스한 분위기가 가득하다. 같은 종류로 2잔 이상 주문하면 증기압을 이용해 커피액을 추출하는 사이폰(syphone) 방식의 커피를 테이블에서 직접 내려준다. 이는 미네르바가 오랜 세월 고집한 방식으로, 깔끔하고 풍부한 커피 맛이 일품이다. 원두, 더치 커피를 따로 판매하며 리필은 잔당 1,000원이다. 

주소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창천동 13-26 2F
전화 02-3147-1327
영업시간 평일 11:00~22:30, 일요일 12:00~22:00 (첫째 주 일요일 휴무)
메뉴 커피, 프라프치노, 허브티, 아이스티, 쿠키, 케이크, 베이글 등

 

2. Since 1985, 안국동 ‘카페 브람스’

안국역 사거리 건물 2층에 있는 카페 브람스. 한때 종로 인근 직장인, 방송인, 기자들이 즐겨 찾았고 지금도 문인, 평론가, 미술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독일의 작곡가, 피아니스트, 지휘자인 브람스를 좋아하는 주인장이 1985년에 오픈했다. 벽에 걸린 브람스의 초상과 내부를 은은하게 비춰주는 빈티지 램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걸을 때마다 삐걱삐걱 소리가 나는 나무 바닥, 심지어 창틀과 테이블도 나무로 되어 있어 온기를 더한다. 일행과 느긋하게 시간 보내기 좋은 곳. 만약 혼자 가게 된다면, 프랑수아 사강의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들고 가서 읽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재동 104-1 2층
전화 02-743-2059
영업시간 평일 11:00~24:00, 주말 13:00~22:00
메뉴 커피, 소프트 드링크, 전통차, 허브티, 글라스 와인

 

3. Since 1988, 수원 ‘시인과 농부’

시, 영화, 클래식 음악, 미술 등을 좋아하던 주인장이 5평짜리 클래식 카페를 인수하여 만든 찻집. 가게 안에는 골동품과 영화 포스터, 비디오, 시집, LP 음반 따위가 가득하다. 이곳은 커피를 판매하지 않는 대신 오래 담근 녹차잎, 감잎, 국화꽃, 오미자 같은 전통차를 판매한다. 차를 주문하면 삶은 감자가 함께 나와 심심한 입을 달래기 좋다. 3년 담근 유자차, 사흘간 고아낸 대추차는 깊은 맛은 물론 달콤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있다. 가을과 겨울에만 맛볼 수 있는 10시간 이상 달인 생강차, 쌍화탕을 추천한다. 화성행궁 인근에 있으니 잠시 들러 언 몸을 녹이기도 좋다. 여담이지만 이곳은 김민희, 정재영 주연의 영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2015) 촬영지로 손님들의 발길이 더욱 빈번해졌다. 계산은 현금만 가능하다.

주소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팔달로2가 14
전화 031-245-0049
영업 13:00~23:00, 화요일 휴무
메뉴 감주, 수정과, 쌍화탕, 대추차, 매실차 등

 

4. Since 1982, 대구 ‘미도다방’


“가버린 시간은 돌아오지 않아도 추억은 가슴에 훈장을 달아준다.”
-전상열 시 '미도다방' 중

동네 사랑방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널찍한 공간의 미도다방은 ‘대구의 종로’라 불리는 진골목에 있다. 대구 근대골목투어 코스로 선정되어 나이 지긋한 어르신부터 가족 단위로 온 여행객들, 커플들도 자주 찾는 명소가 되었다. 가정집에 하나쯤 걸려있던 휘호 액자와 벽면을 메운 서예 작품이 공간의 역사와 기품을 대변한다. 자리를 잡고 앉으면 40년 동안 가게를 지켜온 사장님이 한복을 차려입고 물과 옛 과자(센베)를 듬뿍 내어준다. 추천 메뉴는 각종 견과류, 잘게 썬 대추가 듬뿍 들어간 쌍화차. 비릿함을 없애기 위해 달걀 노른자를 뺐는데, 원한다면 미리 추가해 달라고 말하자. 다른 메뉴도 2,000원에서 4,500원 선으로 저렴한 편이다.

주소 대구광역시 중구 진골목길 14
전화 053-252-9999
영업 9:30~22:00, 명절 휴무
메뉴 커피, 쌍화차, 약차, 강황꿀차, 팥빙수 등

 

5. Since 1952, 전주 ‘삼양다방’

전주에는 6.25전쟁 이전까지 다방이 없었다. 삼양다방은 전주에서 생긴 다섯 번째 다방이자 국내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다방이다. 65년째 그 자리 그대로 운영하고 있다. 간판은 새로 바뀌었지만, 석유 난로나 쇳주전자 같은 옛 물건들이 세월을 가늠케 한다. 손때가 묻은 낡은 캐러멜색 소파에 앉으면 커피믹스를 싫어하는 이라도 포근한 분위기에 절로 달콤한 다방 커피를 찾게 될 것이다. 지하에는 공중전화나 손때 묻은 계산기처럼 예전에 쓰던 물건들, 영화제가 있는 도시답게 영화 관련 소품들이 두루 모여 전시되어 있다. 현재 지하공간은 청년문화사업가와 함께하는 핸드메이드 공방, 로컬아트샵이 더해 '문지방'이라는 공간으로 운영한다. 

주소 전북 전주시 완산구 동문길 94
전화 063-231-2238
영업 10:00~21:00, 일요일 휴무
메뉴 옛날커피, 전주커피, 쌍화차, 미숫가루, 마차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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