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옹 꼬띠아르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자. 스피드 액션 무비 <택시>, 괴짜 로맨스 영화 <러브 미 이프 유 데어>, 히어로물 <다크나이트 라이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인셉션> 등. 프랑스 출신으로 이제 막 40대를 맞이한 배우는 자국 영화뿐 아니라 할리우드까지 섭렵하며 전 세계 영화팬들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영화들은 훌륭한 작품일 수는 있지만 마리옹 꼬띠아르의 진면목을 보기에 충분한 영화들은 아니다. 그의 진짜 연기를 보고 싶다면, 지금부터 소개하는 영화를 만나보자. 절망과 희망, 두려움과 용기까지 모두 품어내는 강인한 여자들이 나오는데, 공교롭게도 그들의 얼굴은 모두 마리옹 꼬띠아르다.

 

1. <러스트 앤 본>

De rouille et d'os l 2012 l 감독 자끄 오디야르 ㅣ 출연 마리옹 꼬띠아르 마티아스 쇼에나츠  

마리옹 꼬띠아르에게 숨겨진 원초적 강인함이 궁금하다면 <러스트 앤 본>을 확인하자. 자끄 오디야르 감독의 <러스트 앤 본>은 삶의 바닥을 본 두 남녀의 이야기를 힘있게 담아낸 작품이다. 마리옹 꼬띠아르는 두 다리를 잃고 절망에 빠진 범고래 조련사 ‘스테파니’를 맡아 생기를 잃은 한 여성이 다시 삶의 의지를 찾는 과정을 연기해 낸다. 방 안에서 두문불출하던 스테파니가 처음으로 해변에 나와 바닷물에 몸을 담그는 신을 주목하자. 그녀의 얼굴에서 솟구친 환희와 용기의 빛이 파도와 찬란한 햇살에 함께 어우러지는 감동적인 순간은 마리옹 꼬띠아르만이 해낼 수 있는 강렬한 연기 덕에 완성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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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내일을 위한 시간>

Deux Jours, Une nuits ㅣ 2014 ㅣ 감독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ㅣ 출연 마리옹 꼬띠아르, 파브리지오 롱기온

세계적 거장 다르덴 형제 감독은 전문 배우가 아닌 일반인을 배우로 기용하여 영화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내일을 위한 시간>은 그런 그들이 ‘프랑스의 국민 배우’로 불리기도 하는 마리옹 꼬띠아르를 캐스팅해, 그 소식만으로도 화제가 되었던 영화다. 복직 하루 전날 해고 소식을 알게 된 노동자 ‘산드라’가 동료들을 찾아가 “보너스 대신 나의 복직을 지지해 달라”고 설득하는 1박 2일을 다룬 영화. 마리옹 꼬띠아르는 이 영화에서 자신의 인생도, 동료의 인생도 포기하지 않으려 고군분투하는 사려 깊고 용기 있는 산드라의 모습을 절제된 연기로 완성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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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민자> 

The Immigrant ㅣ 2013 ㅣ 감독 제임스 그레이 ㅣ 출연 마리옹 꼬띠아르, 호아킨 피닉스, 제레미 레너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 미국으로 온 한 여성이 겪는 고난과 용서의 여정을 클래식한 색감과 미쟝센으로 담아낸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이민자>. 1921년 뉴욕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생면부지의 땅에서 집착과 비뚤어진 애정을 퍼붓는 포주 ‘브루노’(호아킨 피닉스)와 순간의 감정에 모든 걸 바치는 충동적인 마술사 ‘올랜도’(제레미 레너) 사이 고통받는 체코 출신 여성 ‘에바’의 이야기를 담았다. 마리옹 꼬띠아르는 동생을 만나겠다는 일념 하나로 온갖 모진 일들을 견뎌내는 에바의 끈질기고 강한 인내와 의지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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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맥베스>

Macbeth ㅣ 2015 ㅣ 감독 저스틴 커젤 ㅣ 출연 마리옹 꼬띠아르, 마이클 패스벤더

셰익스피어 희곡 <맥베스>를 바탕으로 만든 저스틴 커젤 감독의 영화. 원작에 충실한 각색, 매 순간 극적일 정도로 화려한 영상미가 돋보인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오로지 배우를 위한 작품이다. 마이클 패스벤더가 맥베스 왕을, 마리옹 꼬띠아르가 레이디 맥베스를 맡아 심호흡할 틈도 없이 촘촘하고 밀도 높은 연기를 선보인다. 특히 마녀들의 예언을 듣고 심란해 하는 맥베스에게 “덩컨 왕을 암살하고 직접 왕좌를 차지하라”고 레이디 맥베스가 협박하다시피 설득하는 장면을 보자. 탐욕과 야망으로 이글거리는 그녀의 눈빛은 마리옹 꼬띠아르가 아니고서는 그토록 강렬하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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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 <라비앙 로즈>

 

마리옹 꼬띠아르는 에디트 피아프의 생애를 다룬 전기영화 <라비앙 로즈>의 주연을 맡아 음악과 연기에 대한 사랑을 동시에 보여준 적이 있다. 마지막 장면은 에디트 피아프의 목소리를 그대로 들려주기 위해 립싱크로 완성해냈는데, 립싱크도 예술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훌륭한 장면이다. 한 팬이 마리옹 꼬띠아르와 에디트 피아프의 ‘싱크로율’을 비교하는 영상을 만들었다. 함께 감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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