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크대에 재학 중이던 대학생 잭 데이비스(Jack Davis)는 2013년 어느 날 TV 제작자인 아버지의 초대로 집에 찾아온 <호스텔> 시리즈의 공포영화 전문 감독 일라이 로스(Eli Roth)를 만나 많은 얘기를 나눴다. ‘온라인’과 ‘공포’라는 키워드를 공유한 두 사람은 이듬해 <6 Second Score>라는 호러 이야기를 모집하는 이벤트를 공동으로 주최해 1만 명의 참가자가 몰리면서 TV에 보도되는 대성황을 이뤘다. 자신감을 얻은 그들은 저명한 공포영화 스튜디오 블룸하우스(Blumhouse)의 대표 제이슨 블룸(Jason Blum)의 투자를 받아 2015년 4월, 온라인 호러 영상 스튜디오 크립트 TV (Crypt TV)를 설립했다.

페이스북 수천만 조회수를 달성하고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한 <The Birch>
1분도 안 되는 짧은 길이의 <Woman in the Book>

페이스북을 주요 창구 삼아 올리기 시작한 호러 단편영상들은 동물 비디오나 먹방, 코미디 영상들로 가득 찬 온라인에서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벌써 페이스북 팔로워는 250만, 유튜브 채널 가입자는 260만에 이르고 월간 조회수는 3천만이다. 이들의 영상물은 평균 3분 정도의 길이로 짧고 제작비는 수천 불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스토리 공모나 제작사와의 협력으로 3개월에 1백여 개의 영상물을 제작할 정도로 속도 또한 무시무시하다. 이제는 방송사와 협력하여 TV용 콘텐츠 제작에 나서면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크립트 TV의 첫 TV용 콘텐츠 <Ghosted>
시리즈 형태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Look-See>

크립트 TV는 일반적인 미디어 기업의 광고 수익모델에 회사의 운명을 걸지 않고 캐릭터 사업화를 꿈꾼다. 강력한 공포 캐릭터를 만들어 대형 소매회사나 영화 제작사에 사용권 계약을 한다는 계획이다. 오래전 맥이 끊긴 <13일의 금요일>의 ‘제이슨’이나 <나이트메어>의 ‘프레디 크루거’와 같은 공포 캐릭터를 못 만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크립트 TV의 광대 캐릭터인 ‘Giggle the Clown’은 이미 사용권을 판매했고, 무인 세탁소에 나타나는 ‘The Launder Man’이나 영국 숲속의 나무 정령 ‘The Birch’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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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립트TV의 CEO 잭 데이비스(가운데)

크립트 TV는 실력과 가능성을 인정받아 350만 달러(약 40억 원)의 투자를 받았고 투자자 중에는 미디어 메이저인 NBC Universal도 이름을 올렸다는 소식이다. 공포영화계의 마블이 되겠다는 원대한 비전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그들의 캐릭터가 장편영화에 등장할 날은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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