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Pale Blue Dot> 앨범자켓

매서운 겨울바람이 불어 닥친 작년 11월, 따뜻한 남쪽의 부산이 근거지인 두 밴드 ‘검은잎들’과 ‘아스트로너츠’가 기묘한 타이밍에 맞춰 첫 EP를 발표했다. 마침 두 밴드가 지난 12월 부산의 전설적인 클럽 바이널언더그라운드에서 오랜만에 함께 공연을 했다는 사실도 우연은 아니다. 같은 로컬 신을 다분히 누벼온 두 밴드가 친분이 두텁다는 사실은 차치하더라도, 그들이 동시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이유가 있다. 그들은 지역의 경계를 넘어 무한하게 뻗어 나갈 준비가 됐다는 것이다. 사이 좋은 두 밴드의 힘차고 설레는 첫 EP앨범을 만나보자. 두 밴드가 앞으로 얼마만큼 영역을 넓혀 나갈지, 공평한 기대를 걸어본다.

 

검은잎들(Leaves Black)
<메신저> (2016.11.16)

왼쪽부터 홍현승, 권동욱, 김은하, 김성민 (사진제공=오름 엔터테인먼트)

신인 밴드 ‘검은잎들(Leaves Black)’은 권동욱(보컬), 김성민(기타), 김은하(베이스), 홍현승(드럼)으로 이뤄진 혼성 4인조 밴드다. 2016년 3월, 오름 엔터테인먼트에서 발매한 <오름 컴필레이션 Vol. 2>에서 ‘흐른’, ‘비둘기 우유’ 같은 선배 밴드들을 제치고 타이틀곡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던 검은잎들은 첫 번째 EP <메신저>로 인디 신에 본격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총 5곡을 수록한 <메신저>는 익숙하면서도 낯설고 무한한 기운이 느껴진다. 찰랑찰랑한 기타 연주와 자연스러운 멜로디가 특징인 쟁글팝을 표방한 음악은 비틀즈(The Beatles), 데이빗 보위(David Bowie), 오아시스(Oasis), 조이 디비전(Joy Division), 스미스(The Smiths) 같은 1980년대 영국 팝 스타일이 녹아 있다. 더욱이 밴드명의 기원이기도 한 기형도 시집 <입 속의 검은 잎>(1989)처럼 젊은 날의 고민, 예민한 감성이 깃든 문학적 가사가 밴드의 색깔을 더욱 탄탄히 한다. 실제로 멤버들은 서점에 드나들며 시집을 모으고, 예술영화관 VIP 회원일 만큼 영화광이기도 하다. 이들이 풍부한 감성을 바탕으로 앞으로 어떤 작품들을 쏟아낼지 몹시 궁금하다. 이번 앨범은 '9와 숫자들'의 보컬 송재경이 프로듀싱했다.

검은잎들 '메신저' MV

 

아스트로너츠(Astronuts)
<pale blue dot> (2016.11.03)

왼쪽부터 이하람, 이준수, 김상규, 김동빈 (사진제공=’아스트로너츠’)

2014년 부산, 밴드 ‘피버독스’에서 함께 음악을 해온 이준수(보컬, 기타), 김성빈(베이스)과 이하람(드럼), 김동빈(기타)이 모여 록밴드 '아스트로너츠(Astro'nuts')'를 결성했다. 미리 말해두지만, ‘Astro'nuts'’는 우주비행사라는 거창한 뜻이 아니며, 비슷한 시기 앨범을 발매한 보이그룹 '아스트로'와도 관련이 없다. 지극히 독립적인 정체성을 지닌 밴드 아스트로너츠는 2015년 부산 공연장에서 출발해 지난 해 11월 첫 번째 EP <pale blue dot>를 가지고 본격적으로 인디 신에 다다랐다.

EP를 내기에 앞서, 아스트로너츠는 초기 멤버 김성빈이 탈퇴하고 새로운 베이시스트 김상규가 합류한 모습으로 두 차례 싱글 앨범을 먼저 공개한 바 있다. 그래서 이번 앨범은 작년 6월에 공개했던 싱글 곡 ‘syncope’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빈티지한 질감이 느껴지는 음악은 대부분 몽환적인 밤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데, 그건 아스트로너츠가 의도한 것이다. 스스로 ‘흐릿한 밤과 환영들을 노래하는 우주 속의 먼지들’이라 소개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흐릿한 밤’이 주는 이미지처럼 꼭 우울하거나 차갑지만은 않고 오히려 기묘하다. 특히 타이틀곡 ‘천문학개론’의 끝맺음은 더욱 그러한데, 그와 관련된 해답은 CD로만 들을 수 있다는 여섯 번째 히든 트랙에 있다. 이들의 호기롭고 기발한 음악을 기어코 음반을 통해 확인해볼 일이다.

아스트로너츠 '천문학개론' M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