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루나는 유유(보컬/어쿠스틱 기타)와 경인선(일렉 기타)으로 이뤄진 혼성 듀오다. 2016년 <젠트리피케이션> 컴필레이션 음반의 수록곡을 함께 작업하면서 시작된 이들의 인연은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고 팀 결성과 라이브 공연, 곡 작업으로 차곡히 이어졌고, 그 결과물로 9월 21일 첫 EP <Monument>가 나왔다. 두 대의 기타를 바탕으로 그 위에 플루트, 첼로, 드럼, 신시사이저 같은 악기와 사운드를 겹겹이 쌓아 올린 이들의 음악은 그 이름처럼 오묘하고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긴다. 적당히 선선한 바람이 불던 10월의 오후, 데뷔 앨범을 발매한 유레루나를 기쁜 마음으로 만났다.

유레루나 멤버 유유(좌), 경인선(우). ©유유 eueu

Q 팀명 유레루나가 일본어로 '흔들린다'는 뜻의 유레루와 영어로 '달'을 뜻하는 루나를 혼합한 것으로, '흔들리는 달’이라는 의미의 담고 있다고 들었어요. 이런 이름을 갖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유유  어떤 이름으로 할까 고민을 하다가 제가 먼저 이미지를 떠올리고 제안을 했어요. 우물이 있고, 달이 수면에 비치면서 흔들리는 느낌의 이미지를 생각하면서 만든 이름인데, 한편 검색이 잘 될 것 같더라고요. 아무래도 팀명이 특이해야 검색도 잘 걸리니까. 제안을 했는데, 다행히도 이 친구(경인선)가 좋아하더라고요.

 

Q 두 멤버가 2016년 3월 컴필레이션 음반 <젠트리피케이션>의 수록곡을 함께 작업하면서 처음 호흡을 맞췄다고 들었어요. 정식으로 팀을 결성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유유  둘 다 예전에 밴드를 했어요. 저는 세계 몰락감이라는 밴드에서 활동했고 디지털 앨범을 냈고요,

경인선  저는 멜랑꼴리문레이쥬다다라는 5인조 록밴드에서 활동하다가 팀이 깨지고, 테이크아웃드로잉이라는 곳에서 일을 하고 있었어요. 거기서 둘이 만나게 된 거예요.

유유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 기획공연도 많이 하고, 음악가들끼리도 교류가 종종 있었어요. 제가 그때 솔로로 활동하던 시기였는데, 아무래도 솔로이다 보니까 다른 분들이랑 협업을 자유롭게 하고 있었거든요. 일렉 기타 치는 분 있으면 맞춰보고, 누가 제 곡에 드럼을 쳐주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요. 처음에는 이 친구랑 협업하는 것도 그런 작업의 일환이었어요. 단발성으로 시작한 건데, 컴필레이션 앨범을 준비하고 호흡을 맞추다 보니까 좀 더 발전을 시켜봐도 될 것 같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Monument> 앨범 커버

Q <젠트리피케이션>에 수록한 ‘별따라 가누나’는 EP의 첫 트랙에 담기면서 사운드적으로 훨씬 풍성해졌어요. 우주적이고 공명감을 살린 사운드 텍스처 때문에 이번 앨범의 분위기를 단번에 짐작게 하는 역할도 하고요.

유유  일단 오프닝으로 쓸 거라고 미리 생각하고 편곡에 들어가긴 했어요. <젠트리피케이션>에 수록한 버전이 밝고 귀여운 느낌이라면, 밴드 셋 버전은 좀 더 웅장한 느낌을 주고 싶었거든요. 멀리서 들리는 느낌으로요. 그래서 믹싱할 때도 일부러 그 곡만 뒤로 빼달라고 요구하기도 했고요.

경인선  전진하는 느낌의 곡이 아니다 보니, 터치나 표현 같은 걸 많이 고민하면서 편곡했던 것 같아요.

 

Q 편곡 과정에서 가장 많이 바뀐 곡이 있다면요?

유유  ‘밤의 물결’이라는 곡이요. 처음에는 기타가 들어올 자리를 최대한 많이 남겨두면서 단순하게 만든 곡이였어요. 편곡을 이 친구가 많이 했는데, 신디 라인을 넣으니까 생각보다 곡이 되게 프로그레시브해지는 거예요. 강렬하기는 한데 전체적으로 조용한 톤으로 완성되지 않을까 했는데, 의외였죠. 결과적으로는 앨범 중간에 들어가니까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 것 같아요.

 

Q 모든 곡을 유유 씨가 만들었다고 들었어요. 음악적인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나요?

유유  이번 앨범은 20대 중반의 제 삶이 베이스가 되어 만들어진 곡들이에요. 근데 그게 지금 시점에서 보면 몇 년 전이거든요. 그 시기를 곡으로 기록해둘 필요가 있다고 느꼈어요. 앞으로의 곡에는 개인적인 이야기보다 외부적인 이야기를 더 많이 담게 될 것 같습니다.

 

Q 가사가 무척 아련해요. 가령 ‘아스라이 부서질 듯, 밤에 떠밀리는, 아득히 사라져, 이지러지는 생의 나날들’ 같은 문장들은 곡의 분위기를 더욱 몽롱하게 만들어요. 이런 노랫말을 통해 궁극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나요?

유유  앨범을 통째로 들어보면 처음에 ‘별따라’로 오프닝을 열어주고, ‘우리들’에서 ‘밤의 물결’까지 어두운 곡조로 진행되다가, ‘공명’이랑 ‘밝은 계절들’에서 밝게 끝나는 구성으로 마무리되거든요. 그때그때의 감정들이 담긴 것도 있고, 이미지적인 요소를 담으려고 하다 보니 전체적으로 스토리텔링 앨범처럼 완성된 것 같아요.

©유유 eueu

Q 4, 5, 6번 트랙을 보면, 곡을 중간에 툭 끊었다가 새롭게 변주하는 구간이 있어요. 언뜻 두 곡으로 나뉜 듯한 느낌도 드는데 이렇게 설정한 이유가 있나요?

유유  곡을 쓸 때, 소리도 소리지만 곡 하나에 어떤 이야기를 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러니까 제가 곡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반드시 여기서 멈춰야만 하는 거예요. 이야기적인 측면에서 고민을 하다 보니까, 중간에 멈추는 구성이 많아진 것 같아요.

경인선  반대로 저는 쭉 기타를 쳐야 하는 입장으로서 왜 자꾸 중간에 멈추냐고 한 적은 있어요(웃음).

 

Q 그래서 언뜻 한 앨범이 두 챕터로 나뉘어 있다는 느낌도 받았네요.

유유  그렇게 꼭 절반으로 생각한 건 아닌데 만들고 보니까 그렇게 들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달의 뒷면’이 끝나고 바로 ‘밤의 물결’ 인트로에 숲을 걷는 소리를 삽입하기도 했고요. 그렇게 절반 느낌이 날 수도 있겠네요.

 

Q 세 번째 트랙 ‘달의 뒷면’에 사용한 플루트 소리를 무척 인상 깊게 들었습니다. 다섯 번째 트랙 ‘공명’에서는 현악기 소리도 들리던데, 특별히 이 악기들을 사용한 이유가 있나요?

유유  제가 솔로 활동을 할 때부터 ‘요기가 표현 갤러리’라는 곳에서 매달 한 번씩 진행하는 즉흥 협연에 자주 참여했었거든요. 거기서 플루트 하는 원주연 님이랑 첼로 하는 문지윤 님을 만났어요. 그렇게 연을 갖고 있다가 이번 앨범 준비하면서 그분들에게 연주를 부탁하게 됐죠. 특히 ‘달의 뒷면’의 플루트 소리가 약간 풀피리 같기도 하고 되게 특이해서 좋았어요.

경인선  그런 악기들을 저희 둘이 좋아해요.

유유  맞아요. 현악기나 관악기는 꼭 넣자고 미리 얘기했었어요.

 

Q 앨범 전체를 볼 때 다섯 번째 트랙 ‘공명’이 살짝 튀는 감이 있어요. 사운드 구성도 단출하고 멜로디도 영롱하고 예뻐서 밝은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어떻게 만들게 된 곡인가요?

유유  ‘공명’은 밴드 결성되고 만들어진 곡이에요. 그때가 한창 유레루나 결성하고 곡 작업 많이 하면서 재밌었던 때였거든요.

경인선  그래서 곡도 밝은 분위기로 나온 게 아닌가 합니다(웃음).

유유  그것도 있고, 곡에 ‘너’라는 대상이 나오는데, 고마운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곡을 썼어요. 당사자는 모르는 러브레터 같이 만든 곡이라 전체적으로 밝은 느낌이 많이 담긴 것 같아요.

©유유 eueu

Q 곡마다 창법이 약간씩 다르더라고요. 가성으로 부르는 곡이 있는가 하면, 블루스적인 창법으로 진득한 느낌을 살린 곡들도 있어요.

유유  ‘밤의 물결’ 같은 곡은 만들면서부터 내레이션이나 저음으로 불러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대체로 곡의 분위기에 잘 묻어나게 부르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Q 처음 들었을 때는 앨범 분위기가 무겁고 적막하다고 느꼈어요. 그런데 들을수록 서늘함 속에 따스함이 공존한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실제 멤버들의 성격도 음악과 닮았나요?

경인선  기본적으로 무거운 건 맞는 것 같아요. 약간 진중하다고 해야 할까요. 저 개인적으로는 기타를 치는 행위 자체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정의 같은 느낌이거든요. 그런 생각이 연주에도 고스란히 담기는 것 같고요.

유유  어두운 곡들이긴 한데, 좋은 기억이나 따뜻한 순간들이 아예 없는 건 아니거든요. 성격도 진중하고 네거티브한 면이 있지만, 밝은 면도 있고요. 복합적인 것들이 음악에 골고루 담기는 것 같아요.

 

Q ‘달의 뒷면’ 뮤직비디오를 보면 음악과 영상이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완벽하게 조화하고 어우러져요. 밴드가 뮤직비디오 컨셉에 직접 관여한 부분이 있나요?

유유  달여리(Dalyeori) 님께서 연출을 맡으셨는데요. <젠트리피케이션> 음반 때 ‘별따라 가누나’ 뮤직비디오 연출을 해주신 분이에요. 그때도 곡이랑 영상을 잘 어울리게 만들어 주셨는데 이번에도 같이 작업하게 됐죠. 한강이 배경이었으면 하고, 길에 혼자 걸어 다니고, 연주하는 장면이 나오는 식으로 구성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체적인 구상을 말씀드렸는데, 감독님께서 다행히 저희의 생각을 잘 반영해주셔서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온 것 같습니다.

유레루나 ‘달의 뒷면’ MV

 

Q 각자 음악적으로 영감을 준 뮤지션이나 아티스트는 누구인가요?

경인선  영미 쪽 인디 록을 많이 듣는 편이에요. 테임 임팔라(Tame Impala)라든가, 최근 앨범을 발매한 덕테일스(Ducktails), 맥 드마르코(Mac DeMarco) 같은 로우파이 뮤지션들이요. 전에는 제가 블루스 기타를 주로 연주했는데, 제 세계를 확장시키는데 이런 팀들이 사운드적으로 많은 도움을 줬거든요. 워낙에 빈티지한 기타 사운드나 이펙팅 사운드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유유  저희 둘이 공통으로 좋아하는 팀이 있는데 피쉬맨즈(Fishmans)랑 폴라리스(Polaris)에요. 피쉬맨즈는 원래도 좋아했는데 작년부터 올해 사이에 많이 듣고 있어요. 사실 ‘별따라 가누나’를 듣다 보면 후반부에 비명 지르듯이 부르는 부분이 있는데, 그게 사실은 사토 신지(Sato Shinji)가 <Long Season> 앨범에서 그렇게 부르는 부분을 오마주한 거거든요. 아 맞다. 최근에는 앨리스 피비 루(Alice Phoebe lou) 음악도 많이 들어요. 유튜브에서 우연히 라이브 영상을 보고 알게 됐는데, 베를린에서 버스킹을 하다가 지금은 많이 유명해진 뮤지션이예요.

 

Q 밴드 프로필 사진을 유유 씨가 직접 찍었다고 들었어요. 프로필 사진도 그렇고, 뮤직비디오 속에서도 두 멤버가 흰 천으로 눈을 가리고 등장하는데, 이렇게 연출한 이유가 있나요?

유유  얼굴이 완전히 노출되는 것보다는, 눈을 가리는 게 묘한 느낌이 있더라고요. 저희 음악에도 어울린다고 생각했고요. 제가 여태껏 작업했던 사진들을 보면 일상 속의 비일상적인 순간을 담은 것들이 많은데, 그런 기조를 지키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유유 eueu

Q 이번 앨범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 있다면요?

경인선  ‘우리들’이요.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곡이기도 하고, 거기에 들어가는 연주를 좋아해요.

유유  한 곡만 꼽기는 힘든데요(웃음). 최근에는 ‘공명’이 좋더라고요. 요즘은 어두웠던 게 약간 과거가 되고, 밝은 시기라 그런지 공감 가는 면도 있고. 무엇보다 이 친구의 기타 인트로 부분을 좋아해요.

 

Q 앞으로 음악에 있어 새로운 장르적 시도를 할 계획도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유유  여태까지는 제가 어쿠스틱 기타로 곡을 많이 썼는데, 앞으로는 신시사이저를 적극적으로 사용해볼 생각입니다.

경인선  저는 밴드 셋으로 만들고 싶어요.

유유  맞아요. 그래서 드럼 멤버를 새로 영입할까 생각하고 있어요. 듀오 체제는 그대로 유지하되, 필요하면 밴드 셋으로 변화를 줘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포맷을 너무 가둬 두지 않고, 다양하게 시도해볼 생각입니다.

 

Q 마지막으로 계획하고 있는 다음 작업이나, 공연 소식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유유  일단 당장은 깊은숲이라는 곳에서 공연 스케줄이 잡혀 있어요. ‘슬픈 음악’을 하는 뮤지션 24팀이 모여서 ‘새드 뮤직 페스티벌’이라는 공연을 할 예정입니다.

새드 뮤직 페스티벌 2017 포스터
 

인터뷰 최은제

사진 유유 eu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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