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태어나 자란 구안(Nguan)은 일리노이주 노스웨스턴대학에 다니며 영화와 비디오제작 학위를 땄고, 졸업 후 뉴욕으로 건너가 어시스턴트 프로듀서로 일했다. 영상 관련 일을 할수록, 한 편의 비디오를 완성하는 데 드는 방대한 인력과 예산에 염증을 느낀 구안은 점차 사진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그는 주로 뉴욕과 도쿄를 오가며 자신만의 색으로 도시의 풍경을 찍었다. 특별히 인상적인 장면을 캐치하는 것보다는 도시의 보편적인 일상을 기록하는 것에 더욱 비중을 두었다.

<City of Dreams> ©Nguan
<City of Dreams> ©Nguan
<City of Dreams> ©Nguan

제일 처음 찍은 것은 뉴욕의 거리였지만, 대형 광고판으로 가득 채워진 타임스퀘어나 웅장한 건물, 꺼지지 않는 조명으로 무장한 밤거리 같은 화려한 도시의 이미지는 그의 사진에서 찾아볼 수 없다. 그가 찍은 것은 길에 널브러진 남자, 인적 드문 길거리와 굳게 닫힌 가게의 셔터, 무심한 표정으로 길을 걷는 사람들 등 도시의 찬란함이 무색할 만큼 건조한 피사체의 모습들이 대부분이었다.

<Shibuya> ©Nguan
<Shibuya> ©Nguan
<Shibuya> ©Nguan

도시 어디에나 있지만, 그 누구도 촬영하지 않았던 일상적인 삶의 풍경을 특별한 시선으로 담아낸 구안의 사진은 보는 이들에게 색다른 감상을 안겼다. 뉴욕과 도쿄를 오가며 자유롭게 작업한 그의 사진들은 <Vice>, <Dazed UK>, <American Photo> 등 매거진을 통해 소개되었고, 구안은 시카고, 홍콩, 샌프란시스코, 싱가포르 등에서 큰 전시를 열고 두 권의 사진집을 출간하며 유명세를 이어갔다.

2010년 출간한 첫 사진집 <Shibuya>(좌), 2013년 출간한 <How loneliness goes>(우). 모두 하드커버로 제작했다
<Tiananmen During the Olympics> ©Nguan
<Tiananmen During the Olympics> ©Nguan
<Tiananmen During the Olympics> ©Nguan

구안은 관심 가는 것이 생기면 바로 사진으로 구현했고, 그 관심사는 여러 나라와 도시로 분주히 옮겨갔다. 사진 시리즈 <Tiananmen During the Olympics>는 제목 그대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천안문 광장에 모인 사람들의 모습과 현장의 열기를 생생히 기록한 작품이다. 뉴욕에서 시부야, 시부야에서 베이징까지 배경과 피사체는 끊임없이 바뀌었지만, 저마다 분주한 삶을 사는 인물들과 따스한 파스텔 색감으로 뒤덮인 이미지는 보는 이에게 한결같이 차분한 감상을 남겼다.

<Singapore> ©Nguan
<Singapore> ©Nguan
<Singapore> ©Nguan

익숙한 도시, 무심히 스쳐 지나는 사람들 틈에서 우리는 쉽게 고독을 발견한다. 홀로 남겨지는 것은 언제나 두려운 일이지만, 이내 혼자라는 사실에 익숙해지고 외로움을 방치한 채 살아간다. 구안이 얼마 전 발표한 사진집 <Singapore>를 넘겨보는 것도 이러한 내면적 외로움을 비추는 일과 무척 닮아 있다. 세계 이곳저곳을 다니며 방대한 사진 기록을 남겨온 구안이 찍은 싱가포르의 모습은 여느 때처럼 화사한 빛과 색감으로 뒤덮여 있지만, 어딘가 텅 빈 느낌을 도출한다. 200장이 넘는 사진 속에 담긴 싱가포르의 구식 건물과 오래된 공간들, 생각을 읽을 수 없는 인물의 무뚝뚝한 얼굴은 자신이 나고 자란 도시를 덤덤히 응시하는 구안의 기분과 태도를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Singapore> ©Nguan
<Singapore> ©Nguan

더 많은 사진은 구안의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 계정에 가면 마음껏 볼 수 있다. 최근의 사진집 <Singapore>는 숍 홈페이지를 통해 구입이 가능하다.

Nguan 홈페이지
Nguan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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