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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넷플릭스의 맞수로 등장한 아마존 비디오(Amazon Video). 넷플릭스 못지않게 풍부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보유한 아마존 비디오의 라이브러리에는 대표적으로 <보슈(Bosch)>라는 TV 드라마가 있다. 2015년에 첫선을 보이며 세 시즌을 거쳐 총 30편의 에피소드를 지닌 정통 형사물이다. 인기 미스터리 작가 마이클 코넬리(Michael Connelly)의 소설 ‘해리 보슈 시리즈’를 드라마로 각색한 덕에 스토리 구성이 탄탄하며, <로스트>, <데드우드>, <굿 와이프>에서 열연한 타이터스 웰리버(Titus Welliver)가 ‘해리 보슈’ 역을 맡았다. 

<보슈> 시즌 3 예고편

‘보슈’는 흔히 LAPD라 불리는 로스앤젤레스의 강력계 형사다. ‘보슈’는 1970년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 <더티 해리> 시리즈로 대변되던 정의로운 캐릭터의 형사이며, 헤어진 부인과 함께 멀리 떨어져 사는 딸을 그리워하는 인물이다. 한편, 일과를 마치고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온 형사 보슈는 늘 로스앤젤레스의 야경을 뒤로 한 채 음악을 틀어놓고 범인을 잡기 위해 서류를 뒤적이며 골몰한다. 그럴 때면 재즈광으로 알려진 원작자 마이클 코넬리의 취향에 맞는 재즈 음악이 흘러나오며 분위기를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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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슈>의 타이터스 웰리버와 원작자 마이클 코넬리

드라마 중간에 언뜻 비치는 ‘보슈’의 오디오 시스템이 무엇인지에 대한 시청자 토론이 오갈 정도로, ‘보슈’가 듣는 음악은 드라마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오디오 고수들에 의하면, 매킨토시 MC275 앰프와 옴(Ohm) 4S 스피커 조합인 것으로 보인다. 이 앰프의 값은 국내에서 9백만 원 정도. ‘보슈’ 형사가 대단한 오디오 애호가인 건 분명하다.

하드웨어가 뭔지 확인했다면, 이제 이 외로운 형사가 어떤 음악을 선곡하는지 알아볼 차례다. 물론 캐릭터를 만든 작가 마이클 코넬리의 취향이 100% 반영되었겠지만 말이다. 이전 <인디포스트> 기사에서 소개한 곡을 제외한 8곡을 뽑아보았다.

 

햄프턴 호스 ‘The Sermon’(1958)

시리즈의 첫 에피소드에서 프랭크 모건(Frank Morgan)의 ‘Lullaby’와 함께, 햄프턴 호스(Hampton Hawes)의 ‘The Sermon’이 나온다. 목사 집안의 영향을 받은 영가(Spiritual) 형식의 유쾌한 곡이기도 하다. 햄프턴 호스는 마약 혐의로 10년형 재판을 받으면서도 틈을 내어 이 곡을 녹음했다. 특히 유럽에서 ‘컬트’ 수준의 대단한 인기를 거느린 햄프턴 호스는 자서전 <Raise Up Off Me>로 상을 타기도 했다.

 

지미 위더스푼 ‘I had a Dream’(1963)

시즌 1의 여섯 번째 에피소드에서 ‘보슈’가 딸을 만나러 라스베가스로 가는 장면에서는 블루스 싱어 지미 위더스푼(Jimmy Witherspoon)의 ‘I Had a Dream’이 흘러나온다. 딸에 대한 깊은 연민을 느릿한 블루스곡으로 표현한 곡이다. “스푼”이란 애칭으로 불린 지미 위더스푼은 여러 재즈 뮤지션과 자주 협연하며 80여 장의 앨범을 남긴 대표적인 블루스 가수다.

 

주트 심스 ‘Jootcase’(1952)

시즌 2의 첫 에피소드에서 깔끔히 면도하고 경찰서로 출근하는 ‘보슈’가 SUV를 운전하는 장면에서 들려오는 경쾌한 재즈곡이다. 우디 허먼 빅밴드의 유명한 ‘4형제’(Four Brothers) 중 한 명인 주트 심스(Zoot Sims)는 1950~60년대에 걸쳐 알 콘(Al Cohn)과의 테너 색소폰 듀엣 연주로 명성을 얻은 인물이다.

 

스탄 게츠 & 케니 배런 ‘Soul Eyes’(1989)

맬 왈드론(Mal Waldron) 작곡의 유명한 재즈 발라드 ‘Soul Eyes’는 존 콜트레인 같은 재즈 연주자부터 최근에는 R&B 가수의 레퍼토리에도 오를 만큼 다양하게 편곡되곤 한다. 이 곡은 테너 색소폰의 스탄 게츠(Stan Getz)와 피아니스트 케니 배런(Kenny Barron)의 콜라보로 재해석된 버전으로, 시즌 2의 에피소드 3에서 들을 수 있다.

 

마일스 데이비스 ‘Florence Sur Les Champs-Elysees’(1957)

누벨 바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루이 말 감독의 프랑스 영화 <사형대의 엘리베이터>(Ascenseur Pour L'echafaud, 1958)에 수록된 마일스 데이비스의 트럼펫 연주곡이며, ‘Generique’도 함께 나온다. 시즌 3의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보슈’가 감시 카메라의 영상을 살펴보는 장면에서 배경음악으로 들려온다.

 

소니 크리스 ‘Blue Sunset’(1969)

찰리 파커의 후계자로 손꼽히는 하드밥 계열의 실력파 알토 색소포니스트 소니 크리스(Sonny Criss)의 대표곡으로, 알토 색소폰 연주의 교과서로 불린다. 소니 크리스는 50세가 되던 해 위암 판정으로 색소폰을 더 이상 연주할 수 없게 되자 자살을 선택할 정도로 재즈에 몰두한 인물이다.

 

찰리 헤이든 & 행크 존스 ‘Going Home’

저명한 재즈 연주자 두 사람이 듀오로 만나 고전을 재해석하여 출반한 앨범 <Come Sunday>(2012)에 수록한 곡으로, 드보르작의 심포니 9번 ‘The New Word’를 개작하였다. <보슈> 시즌 3의 다섯 번째 에피소드에서 범죄 희생자의 사망 소식이 가족에게 전해지고 난 후 그가 안치된 영안실 장면에서 나온다.

 

진 애먼스의 ‘Ballad for Baby’(1961)

테너 색소포니스트 진 애먼스(Gene Ammons)의 앨범 <Soul Summit Vol. 2>에 수록된 곡으로, 이 곡을 작곡한 피아니스트 잭 맥더프(Jack McDuff)의 오르간과 함께 연주된다. 느릿느릿한 발라드곡으로, 시즌 3의 일곱 번째 에피소드를 장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