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30일부터 8월 15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렸던 <하이라이트> 전시장 1층 한편에는 레이몽 드파르동의 사진들이 채워졌다. 1942년 프랑스 출생의 레이몽 드파르동은 사진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이며 영화감독으로서 전방위적인 활동을 펼쳐왔다. 한때는 알랭 드롱, 장 뤽 고다르, 넬슨 만델라 등 각계 유명 인사들을 찍는 파파라치로 활동한 적도 있었다. 1966년에는 이윤보다 자유를 추구하고자 자신의 에이전시를 설립하기도 했다. <리포터들>(1981), <현행범>(1995) 등이 대표작으로, 그의 작품은 수많은 영화제에서 선보여졌다. 줄곧 영상 매체로 작업을 이어왔던 레이몽 드파르동이 <하이라이트> 展에 소개했던 작업은 프랑스 곳곳을 다니며 찍은 사진이었다. 대형 카메라를 짊어지고 유랑하며 포착한 순간들은 대부분 고즈넉한 마을 풍경과 단출한 건물들이었다.
 

 

레이몽 드파르동이 촬영한 사진들은 영화 <프랑스 다이어리>에 녹아 있다. <프랑스 다이어리>는 그의 50년 카메라 인생에 대한 또 다른 기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소박하고 따스한 프랑스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까지, 그는 위험 분쟁 지역의 중심을 목격한 산증인이기도 했고 레드 카펫의 화려함을 밟았던 거장이기도 했다. <프랑스 다이어리>에서 레이몽 드파르동은 삶의 한 모퉁이에 늘 자리했던 프랑스를 새로이 찾아 나서는 여행자이다. 대형 필름 카메라를 트럭에 싣고 찰나의 황홀함을 포착하기 위해 기다리고 또 숨을 고르는 모습은 그야말로 따뜻하다.
 

<프랑스 다이어리>(2013)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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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다이어리>에서의 레이몽 드파르동이 주연이었다면 <프랑스>에서는 철저히 관찰자였다. 그는 세 달간의 프랑스 여행을 한 뒤 한 마을에 캠핑카를 놓고 사람들을 모았다. 그리고 대화를 기록했다. 84분 동안 말없이 그저 사람들을 바라만 보았다. 레이몽 드파르동의 코멘트는 간결했다. “프랑스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말을 들으려고 한다. 질문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사람들이 천천히 생각을 정리해서 말하도록 기다릴 것이다.” 불안한 청춘도 외로운 노인도 레이몽 드파르동의 뷰파인더에 자신들의 욕망과 두려움을 꺼내놓았다. 그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프랑스였으며 프랑스를 향한 감독의 프레임, 무한한 애착이었다.

<프랑스>(2016) 트레일러

  

레이몽 드파르동
인스타그램 @rdepardon
홈페이지 http://palmeraieetdesert.fr

 

Writer

잡지사 기자. 잡지보다는 음악을, 음악보다는 술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