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설렌다. 무명 시절을 거쳐 현재 너르게 사랑받고 있는 뮤지션들에게도 떨리는 시작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사랑한 인디밴드의 설레는 처음을 돌아본다. 한국 인디 음악 1집 열전 ‘인디 부흥기’ 2000년대 편 두 번째. 그럼 준비, 출발!

* 발매년도 순으로 작성

 

못(Mot) 1집 <비선형(Non-Linear)>(2004)

추천곡 'Cold Blood' ‘나의 절망을 바라는 당신에게’

네이버 뮤직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중 59위. 전파공학과 출신 이이언(eAeon)과 컴퓨터공학과 지이(Z.EE)로 이루어진 2인조 밴드 못(Mot). 공학과 출신 덕분인지 전자음과 어우러지는 기타의 선율, 가늘고 섬세한 음성이 깨질 듯 몽롱하고 아름다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록, 재즈, 전자음악을 알맞게 조합한 사운드가 인상적인 1집 앨범. 수록곡 ‘날개’는 뮤지컬 ‘헤드윅’의 원작자 존 카메론 미첼이 내한 당시 한국어로 불러 화제가 되었다.

못 'Cold Blood'(EBS 스페이스공감 실황)

 

페퍼톤스 1집 <Colorful Express>(2005)

추천곡 ‘Ready, Get Set, Go!’ ‘Superfantastic’

페퍼톤스의 음악은 여름의 청량함과 닮았다. ‘우울증을 위한 뉴테라피 2인조 밴드’라 불리는 이들은 "후추처럼 기분 좋은 자극을 주겠다"며 의기투합한 밴드다. 일렉트로니카가 가미된 모던락 장르로 신나고 경쾌한 곡들이 주류를 이루며, 1집 <Colorful Express>는 당장에라도 짐을 싸고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 좋은 설렘을 준다. 각종 TV프로에서도 이들의 곡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Superfantastic'는 아시아나 항공 CF 배경음악으로 쓰였으며, 영화 <족구왕>의 엔딩 크레딧에는 5집에 수록된 ‘청춘’이라는 곡이 실렸다. 이들은 제4회 한국대중음악상(2007)에서 '최우수 댄스 & 일렉트로니카 부문'을 수상하며 평단에서 인정을 받았다.

페퍼톤스 'Superfantastic'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1집 <우리는 깨끗하다>(2007)

추천곡 ‘한국말’ ‘뽀뽀’ ‘안타까운 로맨스’

좋아하는 단어들을 조합해서 만들었다는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이름만큼 특이하고 개성 있는 음악을 들려주는 첫 앨범을 두고 작곡가 유희열이 “잘하셔서 부럽습니다”라고 말해 화제가 되었다. 80~90년대 댄스곡을 연상시키는 친근한 멜로디 라인에 심플한 비트, 늘어지듯 주고받는 일렉기타와 베이스의 루프가 절로 어깨춤을 들썩이게 한다. 투박한 듯 세련되고, 정감 있는 듯 관능적인 멜로디. 한국적인 리듬과 장단이 녹아있는 흔치 않은(!) 일렉트로니카 음반이다. '뽀뽀나 할까 말해 뭐해'같은 개성 넘치는 노랫말을 듣고 있다 보면 그루브하게 춤을 추다가 한 번쯤 피식 웃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한국말', '아침의 빛'

 

브로콜리너마저 1집 <보편적인 노래>(2008)

추천곡 ‘앵콜요청금지’ ‘보편적인 노래’ ‘유자차’

네이버 뮤직 2009 결산 '올해의 국내 앨범 4위'. 자신들의 음악을 ‘보편적’이라고 일컫지만, ‘브로콜리너마저’라는 독특한 이름만큼 섬세하고 뛰어난 감성을 노래하는 이들이다. 따뜻한 방 한 켠에서 마시는 유자차처럼(‘유자차’라는 곡을 들어보자!) 찬바람 불면 생각나는 이들의 음악. 1집 앨범 이후 멤버 '계피'의 탈퇴로 인해 더 이상 윤덕원x계피의 사운드를 함께 들을 수 없게 되었지만, 유자청처럼 앨범에 ‘켜켜이 담긴’ 노래는 깨끗하고 정갈한 사운드와 따뜻한 가사로 당신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줄 것이다.

브로콜리너마저 '앵콜요청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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