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진작가 테리 보더는 메이커 아티스트로 널리 알려졌다. 메이커(Maker)란 디지털 기기와 다양한 도구를 활용하여 창의적인 만들기를 하는 사람, 즉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함으로써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테리 보더는 식료품이나 일상용품을 꾸준히 관찰하며 이야기를 구상한다. 식탁이나 마트에서 볼 수 있는 과일, 야채, 쿠키, 치즈 등의 음식이나 친근한 도구들이 작품의 주된 재료로, 여기에 우리의 삶과 사회적 현상을 투영한다. 개성과 유머로 가득한 그의 작품은 미국을 비롯하여 중국, 프랑스, 러시아, 영국 등의 월간지에 소개되며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현재 그의 작업은 <Bent Object>, <Milk Goes to School>, <Happy Birthday Cupcake> 등의 책으로 출판되었으며 국내에서는 <땅콩버터와 컵케이크>이라는 동화책이 출간되었다.

<Another Self Portrait>
<Untitled>
<Zombie Nuts>
<The End of a Relationship>
모든 이미지 출처
<Time-Lapse Making of The End of a Relationship> 

테리 보더의 작품은 주로 철사를 구부린 것이 많다. 각양각색의 물체에 굽혀진 철사를 붙여 캐릭터의 팔다리를 만들고 그들을 주인공으로 스토리텔링을 전개한다. 그가 완성한 풍경은 우리의 희로애락을 생동감 있게 대변해준다.
최종적인 결과물은 사진 작업인데, 일련의 과정을 통해 보여주는 그의 작품 세계는 위트와 감동을 선사하는 한 편의 만화 같다. 때로는 사랑을 표현하는 장치이며 때로는 허무를 비트는 유쾌한 패러디이다. 이 모든 작업은 그의 블로그에 ‘Bent Objects’라는 이름으로 업로드 된다. 

 <감자칩의 일광욕>
<늦은 후회>
<사과 다이어트>
<자기관리는 필수>
모든 이미지 제공 '사비나미술관'

 

2017년 10월 사비나미술관에서 그의 전시가 열렸다. 전시는 테리 보더의 폭넓은 은유와 수사를 체험할 수 있는 자리였다. ‘메이커 아티스트 테리 보더의 먹고, 즐기고, 사랑하라’라는 전시명에 걸맞게 놀이와 사랑이 넘치는 인간의 삶을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 인도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열리는 작가의 전시였으며, 60여 점의 사진과 20여 점의 오브제, 그리고 애니메이션 영상까지 총 80여 점의 작품들을 총체적으로 만날 기회이기도 했다. 지난 전시를 놓쳤다면, 통찰과 풍자로 사물의 은밀한 면모를 엿보는 테리 보더의 활동을 계속 지켜보며 다음 전시 소식을 기다려보자.

 

테리 보더 홈페이지
테리 보더 블로그

 

Writer

잡지사 기자. 잡지보다는 음악을, 음악보다는 술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