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1990년대에 데뷔해 전자 음악신에 진한 자국을 남겨온 두 뮤지션, 디엠엑스 크루(DMX Krew)와 오비탈(Orbital)을 소개한다. 둘은 모두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고, 테크노/일렉트로닉 음악의 선구자인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에서 깊은 영향을 받았다. 대개 팝 음악에 신시사이저를 이용한 전자음이나 테크노적인 요소를 양념처럼 첨가한 곡들이 대거 쏟아져 나오는 지금, 전위적인 구성과 실험적 요소, 파괴적인 기계음이 버무려진 이들의 음악을 듣는 일은 무척이나 신선한 감상으로 다가온다. 정통 일렉트로니카의 단조로운 비트, 거칠고 투박하지만 아방가르드한 매력을 고스란히 품은 이들의 음악을 만나자.

DMX Krew

디엠엑스 크루(DMX Krew)는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일렉트로닉 프로듀서다. 본명은 에드워드 업튼(Edward Upton)이고, 엠비언트나 테크노 스타일의 음악을 주로 선보인다. 1994년 발표한 정통 전자 팝 사운드를 잘 살린 첫 싱글 <Got You On My Mind>로 일렉트로닉 음악계의 거장 에이펙스 트윈(Aphex Twin)의 눈에 띈 그는 곧 에이펙스의 독립 레이블인 Rephlex Records에서 첫 정규앨범 <Sound of the Street>(1996)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스스로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의 열혈 팬임을 밝혀온 디엠엑스 크루의 음악은 줄곧 1970, 80년대 파생한 테크노/일렉트로닉의 미니멀한 사운드를 훌륭하게 계승하며 탄탄한 팬층을 거느려왔다. 쉴 틈 없이 변화하는 비트와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사운드, 치밀한 구성으로 무장한 그의 음악은 한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신선하고 번쩍이는 충격과 감상을 안긴다.

디엠엑스 크루는 최근까지도 크고 작은 앨범을 꾸준히 발매하고 DJ 공연을 돌며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데뷔 초기의 곡 ‘You Can't Hide Your Love’와 작년 초 발표한 정규 앨범 <You Exist>의 수록곡 ‘Spiritual Encounter(Hypercolour)’을 나란히 감상하자.

 

Orbital

이미지- ©Krystof Kalina 출처- Orbital 페이스북

오비탈(Orbital)은 필 하트놀(Phil Hartnoll)과 폴 하트놀(Paul Hartnoll) 형제로 이뤄진 영국의 일렉트로닉/하우스 듀오로, 1991년 1집 앨범 <Orbital>을 발표하며 정식으로 전자음악 신에 데뷔했다. 복잡하지 않은 구성에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살린 강한 키보드 연주로 부담스럽지 않은 테크노를 일관성 있게 구사하는 이들의 음악은 일렉트로니카에 문외한이라도 편안하게 듣고 즐길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 격렬한 비트의 반복적 사용 대신, 신시사이저를 이용한 변칙적인 리듬과 신선한 전개, 고개를 저절로 까딱이게 만드는 중독적인 테크노 사운드는 단연 오비탈의 음악에서 가장 매력적인 지점이라 할 수 있다.

두 차례의 밴드 해체와 재결합을 겪고 20여 년 넘게 영국 일렉트로니카 신을 대표하는 형제 듀오로 명성을 이어오기까지, 공고하고 탄탄한 사운드를 쌓아 올린 오비탈의 행보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실험적이고도 복잡한 비트가 돋보이는 명곡 ‘Halcyon’(1992)과 2012년 발표한 정규앨범 <Wonky>의 수록곡 ‘Straight Sun’을 감상하자. 도입부의 단조로운 느낌과는 별개로 뒤로 가면 갈수록 신선하고 다채롭게 변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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