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결성되어 10장의 정규 앨범과 4장의 라이브 앨범, 5장의 EP를 발표한 관록의 밴드가 있습니다. 매해 미국 투어를 다니고, 그래미상을 받고, 음악 평론가들에겐 미국의 라디오 헤드라 불릴 만큼 음악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그 명성에 비해 우리나라엔 잘 알려지지 않은 밴드, 윌코(wilco)입니다. 적절한 수준의 음악 깊이와 뉘앙스로 성숙한 감정을 표현하는 그들의 음악은 들으면 들을수록 깊은 맛이 있습니다. 데뷔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대중성과 실험성을 겸비한 앨범을 꾸준히 발표하며,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윌코의 주요 앨범과 수록곡들을 소개합니다.

 

윌코(wilco)의 탄생과 비하인드 스토리

이미지- Wilco 페이스북

윌코는 1994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결성된 밴드입니다. 윌코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리더인 제프 트위디(Jeff Tweedy)입니다. 1967년생으로 윌코의 보컬이자, 작곡가인 제프 트위디는 베이시스트인 존 스티랫(John Stirratt)과 함께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밴드를 이끌고 있습니다. 사실 이 둘의 관계는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갑니다. 제프와 존은 윌코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엉클 투펠로(Uncle Tupelo)라는 팀을 했는데, 1987년부터 지금까지 30년 넘는 시간 동안 음악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엉클 투펠로는 4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하고 좋은 반응 이끌어내지만, 멤버인 제이 파러(Jay Farrar)와 제프 트위디의 불화로 1994년 결국 해체합니다. 제이 파러는 선 볼트(Son Volt)라는 팀을 결성하고, 제프 트위디는 엉클 투펠로 멤버 대부분을 흡수하며 윌코를 만듭니다. 그리고 윌코는 1995년 1집<A.M.>과 이듬해 2집<Being There>을 발표합니다. 얼터너티브 컨트리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밴드 엉클 투펠로의 1994년 마지막 공연 실황과 윌코의 3집 <Summerteeth>의 수록곡 ‘How To Fight Loneliness’를 들어보겠습니다.

 

2000년대 최고의 명반에 선정된, 4집<Yankee Hotel Foxtrot>

셀프 프로듀싱을 했던 전작과는 달리 4집은 제프 트위디의 구애 끝에 짐 오루크(Jim O'Rourke)를 프로듀서로 영입하게 됩니다. 짐 오루크의 프로듀싱 아래, 윌코는 2001년 앨범 녹음을 끝마쳤습니다. 하지만 상업적으로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레이블 리프라이즈 레코드(Reprise Records)는 앨범 발매를 거부하고, 윌코를 해고합니다. 하루아침에 레이블에서 쫓겨난 윌코는 웹사이트에 앨범 전곡을 무료로 스트리밍하기로 결정하고, 새로운 레이블인 논 서치(Nonesuch Records)를 통해 2002년 정식으로 앨범을 발매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레이블 모두 워너 뮤직 그룹(Warner Music Group) 산하의 레이블이었습니다. 이렇게 말 많고 탈 많았던 4집<Yankee Hotel Foxtrot>은 67만 장이 팔린 윌코 최초의 베스트셀러 앨범이자, 2000년대 발표된 가장 위대한 앨범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시카고의 랜드 마크인 마리나 시티를 커버로 한 이 앨범은 <롤링스톤(Rollingstone)>지 베스트 앨범 3위에, <피치포크(pitchfork)>미디어에서 10점 만점을 받고, 2000년대 앨범 Top 200에서 4위에 올랐습니다. 각종 매체와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으며, 윌코 최고의 앨범으로 평가 받는 <Yankee Hotel Foxtrot>의 수록곡 ‘Ashes Of American Flags’와 ‘Jesus, Etc’를 들어보겠습니다.

 

관록이 느껴지는 6집 <Sky Blue Sky>

이미지- Wilco 페이스북

윌코는 1994년부터 2004년까지 몇 번의 멤버 교체를 겪었지만, 2004년부터 현재까지 멤버 교체 없이 기타리스트 넬스 클라인(Nels Cline), 멀티 악기연주자 팻 산소네(Pat Sansone), 키보드 미카엘 요르겐센(Mikael Jorgensen), 드러머 글렌 콧치(Glenn Kotche)와 함께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06년 제프 트위디는 6번째 스튜디오 앨범 녹음을 위해 시카고의 다락방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이전 앨범과는 달리 이때부터 멤버들과의 협업을 통해 음악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마약 중독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재활 치료를 받기도 한 제프 트위디는 전작들에 비해 밝고, 덜 실험적이고, 편안한 노래들로 채워진 6집 <Sky Blue Sky>를 발표합니다. 그리고 2년 뒤 2009년 6월 30일 7집 <Wilco (The Album)>을 발표합니다. 문학적으로 수준 높은 가사와 투박한 제프 트위디의 보컬은 들으면 들을수록 깊은 매력이 느껴집니다. 개인적으로 이 시절에 발표한 앨범들을 즐겨 듣는데, 관록이 느껴지는 이들의 라이브를 함께 감상해 보겠습니다.

 

결코 멈추지 않는 윌코

왼쪽부터 8집 <The Whole Love>, 9집 <Star Wars>, 10집 <Schmilco>

윌코와 제프 트위디는 엉클 투펠로 시절부터 줄곧 얼터너티브 컨트리를 대표하는 밴드와 뮤지션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얼터너티브 컨트리는 일반적으로 컨트리 음악과는 상반되는 개념인데, 록, 펑크, 클래식, 사이키델릭같이 컨트리 음악에는 쓰이지 않는 여러 가지 요소가 결합된 음악을 뜻합니다. 비틀즈, 텔레비전, 빌 페이, 닐 영, 브라이언 윌슨, 마일스 데이비스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은 윌코의 음악은 이러한 복합적인 요소들을 적절히 접목시켜며, 인디 록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8집 <The Whole Love>와 9집 <Star Wars>에서는 전자음과 노이즈를 결합한 사운드를 선보이며 현재 진행형 밴드의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작년에 발표한 10집 <Schmilco>까지 윌코는 대중성과 실험성을 겸비한 앨범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습니다. 앨범 한 장을 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는 저로선 멈추지 않는 윌코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스몰오라는 팀을 할 때 존경심을 담아 몽상가라는 곡에서 ‘misunderstood’를 오마주 하기도 했었습니다. 2005년에 발표된 라이브 앨범<Kicking Television: Live in Chicago>의 첫 번째 수록곡 ‘misunderstood’와 버락 오바마가 소개한 윌코의 영상을 보시죠.

 

Writer

지큐, 아레나, 더블유, 블링, 맵스 등 패션 매거진 모델로 먼저 활동을 시작했다. 개러지 록밴드 이스턴 사이드킥(Eastern Sidekick)과 포크밴드 스몰오(Small O)를 거쳐 2016년 초 밴드 아도이(ADOY)를 결성, 팀 내에서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다. 최근 첫 에세이집 <잘 살고 싶은 마음>을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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