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음악 신은 언제나 독창적이고 반짝반짝 빛나는 재능을 갖춘 뮤지션의 발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그들이 들려주는 사운드에 깊이 빠져들고 있다. 단지 테크닉과 음악성을 넘어 패션, 비주얼, 디자인 등 다양한 면에서 자신만의 공고한 세계를 정립한 뮤지션에게 마음이 이끌리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안나 오브 더 노스(Anna of the North)만큼 또렷한 정체성을 쌓아 올린 뮤지션도 드물다.

안나 오브 더 노스는 2014년부터 가벼운 마음으로 몇몇 싱글을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렸고, 미국 빌보드를 비롯한 음악잡지 <The Fader>, <VICE>, 영국 대중음악 주간지 <NME> 같은 다수 매체가 앞다투어 이들의 음악을 소개했다. 정작 본인은 정식 음반을 내게 될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그저 좋아서 음악을 하나둘 만들었을 뿐인데 어느새 두터운 팬층을 소유하고 작업물들이 쌓여 데뷔 3년 만에 첫 정규앨범을 발표하게 됐다. 기분 좋게 짤랑거리는 안나 오브 더 노스의 일렉트로닉 팝 사운드와 함께, 이들에 대해 알아두면 좋을 다섯 가지 키워드를 소개한다.

1. 솔로 아닌 듀오

안나(좌)와 브레이디(우). ©Ole Martin Halvorsen (출처- Anna of the North 페이스북)

흔히들 오해하는 지점인데, 안나 오브 더 노스는 안나의 솔로 프로젝트가 아니다. 그래픽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 노르웨이의 오슬로에서 호주의 멜버른으로 건너온 안나(Anna Lotterud)와 뉴질랜드 출신의 일렉트로닉 프로듀서 브레이디(Brady Daniell-Smith)가 만든 프로젝트 듀오다. 두 사람은 2014년 클럽 공연에서 처음 만났고, 자연스럽게 음악적 교류를 이어가다 프로젝트 듀오 안나 오브 더 노스로 음악적인 커리어를 시작했다. 안나의 투명하고 신비로운 음색과 간결한 노랫말, 브레이디의 적당히 짤랑거리면서 미니멀한 비트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같은 해 6월 첫 싱글 <Sway>를 인터넷에 발표했다.

'Sway' MV

 

2. 'Sway'와 체인스모커스

싱글 <Sway>에는 동명의 트랙 'Sway'와 ‘Undervan’ 두 곡이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Sway'가 더 사랑받았고 지금까지도 안나 오브 더 노스의 대표곡으로 기억된다. 느릿하고 나른하게 흘러가는 멜로디 라인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곡은, 공개와 함께 리스너뿐 아니라 많은 동료 뮤지션들의 주목을 끄는데 성공했다. 힙합 뮤지션 타일러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가 자신의 음악에 피처링 참여를 요청해왔고, 세계적인 EMD 듀오 체인스모커스(The Chainsmokers)가 이들의 곡을 리믹스했다. 원곡보다 나은 리믹스 버전은 많이 없다지만, 체인스모커스의 터치를 거쳐 재탄생한 ‘Sway’는 원곡의 광활하고 신비한 사운드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템포를 빠르게 하고 비트를 강조함으로써 더욱 흥겹게 들리도록 만들었다.

 

3. 더욱 경쾌해진 일렉트로닉 팝

2014년부터 지금까지 발표한 총 10장의 앨범 커버

곡을 거치며 이들의 음악적 스타일은 보다 직관적이고 깔끔하게 변화했다. 초기에 발표한 ‘Oslo’, ‘The Dreamer’ 같은 곡에서는 공명감을 살린 광활한 사운드로 이별하고 난 뒤의 암울한 정서를 짙은 잔향과 여운으로 남겼다면, 최근의 트랙들은 경쾌하게 쪼개지는 드럼 비트나, 시원하게 퍼지는 신디 사운드를 강조해 자연스럽게 몸을 들썩이게 하는 댄서블한 곡을 완성했다.

작년 이맘때 발표한 싱글 'Us' 뮤직비디오. 안나 오브 더 노스만의 통통 튀는 사운드 질감을 잘 살린 곡으로 사랑받는다

 

4. 안나와 패션

안나 오브 더 노스의 매력을 배가하는 요소는 아무래도 ‘패션’일 것이다. 안나의 화려하진 않지만 수수하고 깨끗한 얼굴, 유니크한 패션 스타일은 H&M, ZARA 등 세계적인 SPA 브랜드의 눈에 띄며 패션 아이콘으로서도 주목받았다. 최근 안나는 ‘Kenzo x H&M’ 컬렉션의 홍보대사로 활약하고, 캠페인 영상에 모델로 얼굴을 비치는 등 패션과의 다양한 접점을 보여주고 있다.

KENZO x H&M 컬렉션 홍보대사로 참여한 안나

 

5. 데뷔 3년 만에 발표한 첫 정규

<Lover> 앨범 커버

그리고 지난 9월 8일 아나 오브 더 노스가 첫 정규 <Lover>를 발매했다. 총 10곡의 감각적이면서도 댄서블한 팝 사운드로 꾸려진 앨범은 동시대 젊은 세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늘 그래왔듯 연애와 이별, 상실과 극복, 다양한 관계에서 오는 복잡한 감정들과 스스로에 대한 고찰을 무겁지 않게 풀어냈다. 어떤 주제를 노래하든, 전반적으로 맑고 경쾌한 톤을 유지하는 산뜻한 편곡 또한 제 몫을 한다. 최근 아나 오브 더 노스는 스웨덴, 벨기에, 호주, 영국 등 지역을 돌며 공연을 펼쳤다. 오는 10월과 11월에는 독일, 네덜란드, 노르웨이에서 공연을 하며 팬들과 만날 예정. 머지않아 이들의 공연을 한국에서도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Someone’ MV

Anna of the North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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